[비즈한국] 어린 시절 미술 시간 공상과학 포스터를 그리라고 하면 자주 그렸던 것 중 하나가 로봇과 하늘을 나는 자동차였다. 당시에는 ‘언제쯤 이런 게 나올까’라고 생각했지만, 공상과학 속에만 존재하던 것들이 빠르게 현실이 되고 있다.
테슬라가 이달 로보택시를 공개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현지시각 10일 미국 로스앤젤레스(LA) 버뱅크에 소재한 워너브러더스 영화 촬영 스튜디오에서 ‘위, 로봇(We, Robot)’ 행사를 열고, 자율주행 로보택시 사업을 위한 ‘사이버캡(CyberCab)’ 시제품을 선보였다. 머스크는 운전대와 페달이 없는 형태의 사이버캡을 타고 등장했다.
머스크는 “테슬라는 자율주행 교통수단에 최적화된 사이버캡을 생산할 것”이라며 “빠르면 2026년, 적어도 2027년 전까지 대량으로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공상과학 영화에나 등장할 법한 모습이 이제는 현실로 다가온 것이다. 테슬라는 로보택시와 함께 20인승 로보밴 콘셉트카와 옵티머스 로봇도 공개했다. 테슬라는 인간과 로봇이 분리된 공간이 아닌 하나의 공간에서 상호 작용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테슬라의 원대한 비전에도 시장에서는 실망스러운 반응이 나왔다. 송선재 하나증권 연구원은 “AI·자율주행 기술의 당위성과 제품 라인업과 같이 신차 출시 행사에서 더 나아가지 못했다. 기술적 진보가 어느 정도 왔는지, 경쟁사들 대비 어떤 경쟁력이 있는지 등 구체적인 추가 정보가 부족했다는 점이 아쉽다”고 말했다. 이재일 유진투자증권 연구원도 “테슬라가 제시한 비전의 기술적 장벽들이 너무 높기 때문에 실현 가능성에 대한 의구심이 더욱 커졌다”고 했다.
테슬라를 비롯한 이차전지 관련주들은 테슬라가 로보택시를 공개하기 전까지 상승 흐름을 이어왔다. 특히 테슬라는 지난달 말 260달러를 넘어서기도 했다. 하지만 로보택시 공개 이후 주가가 급락하기 시작했고, 지난 14일에는 213달러까지 떨어졌다.
로보택시 모멘텀이 끝나면서 시장에서는 오는 23일 테슬라의 3분기 실적 발표를 주목하고 있다. 전기차 수요 둔화에 따른 수익성 우려로 시장의 실적 전망은 밝지 않다. 송선재 연구원은 “이미 3분기 판매 대수는 46만 3000대로 회복을 보여줬는데, 3분기 자동차 매출총이익률이 19% 이상으로 상승해서 수익성도 동반 회복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테슬라에 대한 중장적인 투자는 긍정적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고민성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로보택시 행사 이후 테슬라 주가는 단기 하락이 예상되지만, 이러한 주가 조정을 매수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며 “출시 시기 측면에서 다소 아쉬운 점은 존재하지만, 이번 행사를 통해 자율주행시스템(Unsupervised FSD)이나 사이버캡의 경쟁력을 가시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고 연구원은 “자율주행 산업이 지닌 잠재적 부가가치와 테슬라가 지닌 기술적 경쟁력은 여전히 높은 상황이기에 중장기 투자 방향성은 유효하다”고 짚었다.
이차전지주에 대한 기대감도 여전히 살아 있다. 이차전지주는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후보의 대표적 수혜종목으로 꼽힌다. 이안나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로보택시 실망감에 이어 화재 등 단기적으로 이차전지 섹터 주가의 변동성이 불가피하지만, 비중 축소보다는 유지로 섹터 투자의견을 제시한다. 만약 해리스가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테슬라 서플라이 체인(Tesla supply chain)을 포함해 이차전지가 주도 섹터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또 “트럼프 당선 시에도 테슬라 서플라이 체인은 유리하다. 여전히 높은 밸류에이션과 산업 불확실성으로 비중 유지 시기와 기업을 선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세아 금융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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