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바로가기 본문바로가기
전체메뉴
HOME > Target@Biz > 아젠다

[한국미술응원프로젝트 시즌10] 한샘-부조리의 판타지

2024.10.22(Tue) 15:36:02

[비즈한국] ‘같이의 가치’라는 말이 있다. 10여 년 전 한 기업의 이미지 광고에 등장한 말이다. 함께하는 힘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의미를 지닌 멋진 카피다. 같이 한다는 것은 공감 혹은 소통을 뜻하고, 이 힘으로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 수 있다. 예술도 사람들의 공감을 얻었을 때 가치를 지닌다. 공감은 시대정신과 보편적 예술 언어에서 나온다. ‘한국미술응원프로젝트’도 다양한 사람들의 생각을 쉬운 미술 언어로 보여주고자 한다. 시즌 10을 맞으면서 공자가 말한 ‘좋은 예술은 반드시 쉬워야 한다’는 생각을 실천하려는 작가를 응원한다.

 

한샘 작가의 회화는 사의적 풍경으로 그려낸 상상 공간이다. 서정적 풍경이 품고 있는 판타지한 분위기나 일상 속의 엉뚱한 상황은 작가가 생각하는 부조리와 모순의 비유다. 사진=박정훈 기자


회화에서 공간의 의미가 명확하게 드러난 것은 풍경을 주제로 삼은 때부터다. 서양미술의 경우 500여 년 전부터 공간을 평면에 표현하는 여러 가지 방법을 개발했다. 대표적인 것이 원근법의 출현이다. 

 

그 결과 평면에다 공간을 실감나게 옮겨놓을 수 있게 되었다. 전문가들은 이를 ‘눈속임의 기술’이라고 불렀다. 착시 효과를 최대한 이용하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실제는 그렇지 않지만 그렇게 보이게 만드는 것이다. 보이는 세계에 관심을 두고 노력한 결과다. 이것이 회화의 핵심을 이루는 미학으로 자리 잡게 된다. 덕분에 서양미술은 비약적인 발전을 할 수 있었다. 따라서 서양 풍경 회화에 나타나는 공간은 눈앞에 펼쳐진 실제 세계를 다룬다. 물리적인 공간인 셈이다. 

 

-의 부유: 160×130cm Oil on canvas 2023

 

이에 비해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양 회화에서 나타나는 공간은 실제적인 것을 다루지 않았다. 보이는 세계보다 그 뒤에 숨어 있는 세계에 관심이 많았던 동양에서는 당연한 것이었다. 보이지 않는 세계를 보이는 세계에 빗대 표현하려고 노력했던 것이다. 

 

눈에 보이는 세계를 그리는 것이 물질계에 대한 해석이라면, 보이지 않는 세계를 담아내는 것은 정신계를 분석하는 일이다. 정신계는 감정, 이성, 생각, 기억, 상상, 무의식, 영혼 같은 것을 말한다. 이를 눈에 보이는 풍경으로 표현하는 일은 쉽지 않다. 은유와 비유로 버무린 연출된 풍경이기에 대중의 공감을 얻기가 어렵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사의’(뜻을 그린다)라고 말한다. 동양 회화의 대종을 이루는 산수 풍경화에 등장하는 공간은 심리적이거나 철학적인 것이다. 

 

한샘 작가의 회화는 사의적 풍경으로 그려낸 상상 공간이다. 중세 기사가 등장하는 게임 속 풍경처럼 판타지로 그득 차 있다. ‘아바타’ 같은 영화 속 풍경처럼 풀꽃이 빛나는 들판을 중세 기사가 말을 타고 어디론가 달려가거나, 절벽 사이로 강한 빛이 뿜어 나오는 성이 나타나기도 한다. 때로는 아랍 기사가 칼을 차고 말과 함께 모닥불을 피우며 휴식을 취한다. 

 

Z: 91×116.7cm Oil on canvas 2023


 

달빛이 빛나는 구름 사이로 나타난 우주선 같은 비행체가 아파트 숲으로 떨어지는가 하면, 다른 차원으로 통하는 문 같은 이미지 앞에서 수수께끼처럼 보이는 인물이 서 있기도 한다. 이런 상상 공간으로 작가는 무슨 얘기를 하고 싶은 것일까.

 

“저는 우리가 일상 속에서 겪는 부조리와 모순을 바꾸고 싶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제가 할 수 있는 방법으로 도전하려는 마음입니다. 그게 회화입니다.”

 

서정적 풍경이 품고 있는 판타지한 분위기나 일상 속의 엉뚱한 상황은 작가가 생각하는 부조리와 모순의 비유이며, 중세 기사나 아랍의 전사 이미지는 이를 바꾸고 싶은 작가의 바람인 셈이다. 한샘의 상상 공간 속 상황이 현실이 된다면 좀 더 나은 세상이 오지 않을까.​

전준엽 화가·비즈한국 아트에디터

writer@bizhankook.com

[핫클릭]

· [한국미술응원프로젝트 시즌10] 엘리 정-캔버스 위의 파티시에
· [한국미술응원프로젝트 시즌10] 김연-전쟁 같은 일상에 '쉼표'를…
· [한국미술응원프로젝트 시즌10] 정영모-점으로 만들어낸 산수화
· [한국미술응원프로젝트 시즌10] 김연주-반려견과 함께하는 일상
· [한국미술응원프로젝트 시즌10] 김지숙-한국적 다이내미즘 미감


<저작권자 ⓒ 비즈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