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윤석열 정부 들어 재정 건전성을 강조하면서 예산 인상폭을 줄이는 등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지만 엉뚱한 곳에서 돈이 줄줄 새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소득공제나 세액 공제 등을 통해 가계나 기업에 재정을 지원해 주는 세금 감면(정부 조세 지출)이 매년 급속히 늘어나고 있는데, 정작 저소득자나 중소·중견기업에 대한 혜택보다 고소득자와 대기업에 주어지는 세금 감면이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부자 감세 영향으로 세수가 부족한 사태가 발생했다는 정치권 일각의 비판에 힘이 실릴 분위기다.
기획재정부는 9월 2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2024년 국세수입 추계 결과’를 발표했다. 기재부는 이 자리에서 올해 국세수입이 예산 367조 3000억 원보다 29조 6000억 원 부족한 337조 7000억 원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정정훈 기재부 세제실장은 2023년(56조 4000억 원 세수 결손)에 이어 2년 연속 대규모 세수 결손이 벌어진 것에 대해 “무역의존도 등으로 인해 외부 불확실성이 높아진 환경에서 법인세 등의 추계가 특히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국세수입 부족은 글로벌 복합위기의 여파로 인한 지난해 기업 영업이익 하락, 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자산시장의 부진 등에 기인한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국세 감면이 세수 부족 사태에 영향을 준 측면도 무시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석열 정부 들어 고소득층과 대기업의 세금 감면액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기재부 등에 따르면 2020~2025년(2024·2025년은 정부 전망치) 개인에 대한 국세 감면액 중 고소득층의 국세 감면액 증가율은 중·저소득층을 크게 앞질렀다. 중·저소득자 국세 감면액은 2020년 23조 9000억 원에서 2025년 33조 2000억 원으로 연평균 증가율이 6.8%였다.
이에 반해 고소득자 국세 감면액은 같은 기간 10조 4000억 원에서 16조 7000억 원으로 연평균 증가율이 10.1%나 됐다. 이러한 상황은 중소·중소기업과 대기업에서도 마찬가지로 나타났다. 중소기업의 경우 국세 감면액이 2020년 12조 9000억 원에서 2025년 18조 9000억 원으로 연평균 증가율이 8.0%였으며, 중견 기업은 국세 감면액이 같은 기간 7000억 원에서 1조 원으로 연평균 증가율은 7.9%였다. 하지만 대기업의 경우 국세 감면액이 2020년 2조 원에서 2025년 4조 9000억 원으로 증가하면서 연평균 증가율이 37.6%에 달했다. 이러한 고소득자와 대기업 국세 감면액 증가율은 2020~2025년 전체 국세감면액 연평균 증가율 8.1%보다 높은 것이다.
고소득층·대기업 국세감면 증가는 윤석열 정부의 특징이다. 앞선 문재인 정부에서는 중·저소득층, 중소·중견기업에 대한 국세 감면 혜택이 증가세였다가 윤석열 정부 들어 역전된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개인에 대한 국세 감면액 중 중·저소득층이 차지한 비중은 65.6%였으나, 이후 점차 늘어나 문재인 정부의 사실상 마지막 해인 2021년에는 71.1%까지 늘어났다. 또 2017년 60.5%에 불과했던 중소·중견기업 수혜 비중도 2021년 74.1%까지 증가했다. 이에 반해 같은 기간 고소득층 수혜 비중은 34.4%에서 28.9%로, 대기업 수혜 비중은 20.4%에서 10.9%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 들어 상황은 반대가 됐다. 2022년 국세 감면액 중 중·저소득층 비중은 68.3%로 떨어진 데 이어 2023년에는 67.7%로 낮아졌다. 이 비중은 올해 66.8%, 내년에는 66.6%까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소·중견 기업 수혜 비중 역시 2021년보다 낮은 2022년 72.1%, 2023년 72.7%를 기록하더니, 2025년에도 72.1%에 머물 전망이다. 반면 고소득층 수혜 비중은 2022년에 31.7%를 기록하며 다시 30%대를 넘어섰다. 이후 2023년 32.3%를 기록했고, 2024년 33.2%, 2025년 33.4%까지 오를 것으로 예측된다. 대기업 수혜 비중 역시 2022년 16.5%로 껑충 뛴 뒤 2023년 16.7%를 기록했고, 2025년 그 비중이 17.9%까지 오르게 된다.
이승현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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