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최근 1년 사이 국가필수의약품 25개가 공급중단 또는 공급부족을 겪은 것으로 파악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의약품통합정보시스템에 고시된 ‘필수의약품 목록’과 ‘공급중단·부족 의약품 현황’을 비교한 결과 공급중단 제품이 12개, 공급부족 제품이 13개로 확인됐다. 올해 들어서만 네 차례 공급부족이 보고된 사례도 있었다. 정부가 감기약 품절 사태를 계기로 ‘의약품 수급 불안정 민관협의체’를 운영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약가 조정, 원료의약품 확보 등 보다 근본적인 대응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년 사이 공급중단·부족 국가필수의약품 ‘25개’
최근 1년 사이 보건의료상 필수적이나 시장 기능만으로는 안정적인 공급이 어려워 국가에서 관리하는 ‘국가필수의약품’ 25개가 공급중단 또는 공급부족을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016년 2월 ‘국가필수의약품 지정제도’를 도입하고 재평가 등을 거쳐 주기적으로 목록을 새롭게 공고하고 있다. 약사법에 따라 보건복지부장관과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은 국가필수의약품에 관해 필요한 경우 행정적·재정적·기술적 지원을 할 수 있다. 지난 4월 30일자로 8종이 신규 지정되면서 국가필수의약품은 총 416종 성분(456개 품목)이 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의약품통합정보시스템에 고시된 ‘필수의약품 목록’과 ‘공급중단·부족 의약품 현황’을 비교한 결과 지난해 11월부터 최근까지 공급중단 제품이 12개, 공급부족 제품이 13개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는 해당 기간 한 차례 이상 공급중단·부족을 겪은 의약품도 있었다. 신경안정제 로라제팜 주사제는 1월에 두 차례, 2월과 5월에 각각 한 차례, 총 네 차례 공급부족으로 보고됐다. △살부타몰 흡입제 △에탐부톨 정제 △트롬빈·피브리노겐 국소지혈제 △페니실라민 캡슐제 등은 각각 두 차례 공급중단·부족이 있었다.
종류별로 살펴보면 감염병·수액류가 각각 4개로 가장 많았고, 결핵류 3개, 암·수두 2개 등의 순으로 확인됐다. 감염병류는 디프테리아 항독소(디프테리아 감염), 리바비린 캡슐제(신증후군출혈열 바이러스출혈열-라싸열), 암피실린 주사제(폐렴구균, 렙토스피라증, 탄저, VRE 감염증), 로피나비르·리토나비르 정제(후천성면역결핍증, 코로나19 감염증) 등 4개다. 암류는 클로람부실 정제(혈액암), 토포테칸 주사제(전이성 난소암, 소세포폐암) 등 2개다. 이 외에 제2형 당뇨병, 부정맥, 혈전증, 천식 및 기관지 경련, 납 또는 수은 중독 관련 의약품 등이 해당했다.
#낮은 채산성 등 원인…“약가 인상하고 연구개발 등 지원해야”
국가필수의약품은 2022년 12월부터 ‘생산·수입·공급 중단 보고대상 의약품’에 추가됐다. 이에 의약품의 제조판매·수입 품목허가를 받은 자는 생산·수입·공급 중단 시 중단일 60일 전까지 그 사유를 보고해야 했다. 최근 개정을 거쳐 내년 4월부터는 기존 ‘60일 전’에서 ‘180일 전’으로 기간이 앞당겨진다. 하지만 제약업계에서는 무엇보다 제약기업의 적극적인 생산을 담보할 수 있는 방안을 우선적으로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약가를 인상하는 등 낮은 수익성을 높이고, 연구 개발부터 허가까지 정부가 전주기적으로 적극적인 지원을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국가필수의약품 공급이 중단되는 가장 큰 이유는 판매 부진과 제조원 문제 등이다.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박희승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일 식약처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0년부터 올해 7월까지 최근 5년간 공급 중단된 108개의 국가필수의약품의 공급 중단 사유는 유형별로 △판매 부진 18건 △제조원 문제 18건 △채산성 문제 17건 △원료 수급 문제 14건 △행정상 문제 9건 △자사 내부사정 7건 △기타(개선 제품 공급, 공급 이력 없음, 품목 갱신 미신청, 의약품 제조업 폐업 등) 25건 등으로 나타난다.
정부는 2022년 감기약 품절 사태를 계기로 의약품 수급 불안정 문제를 대응하기 위해 ‘의약품 수급 불안정 민관협의체’를 운영하고 있다. 5개 대표 협회(대한약사회, 대한의사협회,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한국의약품유통협회, 한국병원약사회)가 시급성, 중요도, 구체적 불안정 상태, 대체약 존재 여부, 자체 해결 가능성 등을 바탕으로 안건을 제시하면, 식약처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생산 측과 유통-공급 측 현황을 파악해 대응하는 식이다. 지난해 3월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총 17번의 회의가 개최됐다.
하지만 협의체 구성원들은 협의체에서 실효성 있는 대응책을 논의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반응이다. 협의체 관계자 A 씨는 “협의체가 의미 없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정부는 정부대로, 제약회사는 제약회사대로, 도매업체는 도매업체대로, 약국은 약국대로 갖는 입장이 다 다르다 보니 근본적인 해결책에 대한 합치가 잘 이뤄지지 않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최근 정치권에서 대체조제 활성화나 성분명 처방에 대한 논의가 이전보다 적극적으로 이뤄지다 보니 최근에는 의료계 현장에서도 품절약에 대한 상황을 적극적으로 공유하려고 노력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올해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의약품 수급 불안정에 대한 질의가 다수 나왔다. 식약처는 서면 답변을 통해 “채산성 부족을 사유로 공급 중단(부족)이 예상되는 의약품의 경우, 약가 인상 등 수급불안정 의약품 대응 민관협의체를 통해 보건복지부와 공동 대응하도록 하겠다”며 국가필수의약품 공급망 불안의 이유로는 “코로나 등 감염병으로 인한 수요 증가와 생산비용 상승에 따른 채산성 악화 등의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국가필수의약품 공급망 불안이 심화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답했다. 동일 성분명 의약품 사용에 대해서는 “처방방식 변경은 보건복지부 소관”이라며 “식약처는 주무부처인 복지부 요청이 있는 경우 필요한 사항에 대해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김초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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