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교보생명이 헬스케어 사업을 위한 신규 자회사를 설립했다. 헬스케어 사업은 인구구조의 변화로 생존을 고민하는 보험업계에서 새로운 먹거리로 점찍은 분야다. 그런데 별도 회사를 세워 헬스케어 시장에 나선 교보생명이 정작 지난 5년간 운영한 디지털 헬스케어 플랫폼은 정리해 그 배경에 눈길이 쏠린다.
최근 교보생명이 10월 11일 자로 신규 자회사 ‘교보다솜케어’를 설립했다고 공시했다. 그동안 외주로 운영하던 헬스케어 서비스를 직접 관리하기 위해서다. 교보다솜케어의 사업 목적은 ‘건강 유지·증진 또는 질병의 사전 예방’ 등으로 명시됐다. 초대 대표는 교보생명 신사업연구TF장과 일본 교보생명자산운용 대표를 역임한 원형규 전무가 맡았다.
교보생명은 보험 가입자에게 전문의 건강 상담, 병원 안내 및 예약 대행, 간호사 병원 동반 등의 헬스케어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질병 케어·에듀 케어·치매 케어 등 가입한 보험의 종류에 따라 부가 서비스를 활용할 수 있다. 회사 관계자는 “고객 만족도와 니즈가 높다고 판단해 자회사를 통해 주도적으로 운영하려 한다”라며 “관리의 수준과 전문성이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교보생명이 헬스케어 사업에 본격적으로 나선 가운데, 과거 선보인 디지털 헬스케어 플랫폼은 사업을 정리했다. 교보생명은 얼마 전 건강관리 앱 ‘케어(Kare)’ 서비스를 종료한다고 공지했다. 정식 종료일은 12월 31일이나, 11월 13일부터 대부분의 서비스를 중단한다. 2020년 8월 오픈한 케어는 걸음 수 측정, 건강검진 결과 분석, 심리분석, 컬러테라피 등의 건강관리 서비스를 제공한다.
교보생명은 2021년부터 그룹 차원의 디지털 전환 전략(DBS)을 추진하면서 플랫폼 구축에 힘써왔다. 2022년 9월에는 금융과 비금융을 아우르는 통합 앱(교보생명)을 출시했다. 통합 앱에는 보험뿐만 아니라 퇴직연금·대출·펀드·자산관리 등 금융 서비스를 탑재했고, 보험업계 최초로 오픈뱅킹을 도입했다. 교보생명은 직장인 헬스케어 플랫폼 ‘마이밸런스’, 습관 관리 앱 ‘하루’ 등을 운영하고 있는데, 통합 앱에도 같은 기능을 담았다.
교보생명은 케어 앱을 정리하지만 이를 대체할 신규 건강관리 플랫폼은 구축할 계획이 없어 보인다. 교보다솜케어 플랫폼도 마찬가지다. 회사 측에 따르면 별도의 플랫폼을 늘리는 대신, 흩어져있던 디지털 헬스케어 서비스를 통합 앱에 모으는 데 집중한다.
헬스케어 사업은 포화 상태인 보험업계에서 신성장 동력으로 꼽힌다. 다양한 신사업으로 확장이 가능한 데다, 고객의 건강 관련 데이터를 비교적 손쉽게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객이 아닌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헬스케어 서비스의 경우 잠재 고객을 확보하는 창구이기도 하다.
특히 생존 문제에 직면한 생명보험사의 경우 헬스케어 사업에 눈독을 들일 수밖에 없다. 생명보험사의 주력 상품은 가입자 사망 시 보험금을 받는 종신보험이지만, 저출산·고령화 시대로 접어들면서 신규 가입자를 모으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자녀를 낳지 않는 젊은 층이 사망 보험을 들지 않고, 평균 수명이 길어지면서 질환이나 치료 이력이 있어도 가입할 수 있는 유병자 보험의 수요가 높아지면서다.
교보생명은 케어를 통해 업계서 선제적으로 디지털 헬스케어 서비스를 시작했다. 보험사가 디지털 헬스케어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건 2021년부터다. 정부가 산업 육성 차원에서 규제 완화에 나섰기 때문이다. 2020년 12월 금융당국, 주요 보험사 등으로 구성된 TF팀을 꾸려 보험업권의 헬스케어 활성화 정책을 추진했다. 정부는 보험사 부수 업무 범위를 확대해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건강관리 서비스 제공을 허용했다. 또한 헬스케어 기업을 자회사로 두거나 심사평가원 공공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하지만 당시 우후죽순 생겼던 디지털 헬스케어 플랫폼이 하나씩 사라지면서 시장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신한생명은 지난 2023년 9월 인공지능(AI) 홈트레이닝 앱 ‘하우핏’ 서비스를 종료했다. 하우핏은 2021년 3월 론칭한 디지털 헬스케어 앱으로, 신한라이프의 헬스케어 자회사인 신한큐브온이 운영했으나 출시 2년 6개월 만에 서비스를 접었다.
게다가 생명보험사의 첫 헬스케어 자회사였던 신한큐브온은 적자로 고전하다, 요양 사업으로 사업 방향을 전환하면서 지난 1월 ‘신한라이프케어’로 사명까지 바꿨다. 여기에 국내 3대 생명보험사(삼성·교보·한화생명) 중 하나인 교보생명이 5년간 운영해 온 앱을 정리한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헬스케어 서비스로 실적을 내기엔 이른 시점으로 보인다”라며 “디지털 플랫폼을 통한 서비스는 수익성을 낼 방안이 마땅치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심지영 기자
jyshim@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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