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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CONF] 권준호 김어진 일상의실천 공동대표 "디자인으로 사회운동 하기"

디자인을 통한 일상의실천…디자이너의 사회적 책임에 대해 말하다

2024.10.17(Thu) 18:32:53

[비즈한국] “우리 모두가 반생산적이고 엄청나게 유해한 공적 담론을 형성하는 데 일조하고 있다. 우리 디자인의 문제 해결 능력이 필요한 영역은 얼마든지 있다. 환경과 사회, 그리고 문화의 전례 없는 위기는 우리의 관심을 요구한다.” (중요한 것을 먼저 하라 2000 디자인 선언)

 

1964년 영국 디자이너 켄 갈런드가 동료들과 발표한 디자인 선언은 2024년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그래픽 디자인계의 아이돌​’ 브랜드비즈 컨퍼런스 2024의 마지막 연사인 권준호, 김어진 공동대표는 디자이너가 ‘무엇을’ 해야 할지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일상, 실천, 스튜디오’라는 주제로 컨퍼런스의 대미를 장식한 이들은 “이제는 디자이너들이 이런 것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일상의실천은 10년 전부터 지금까지 여러 시민단체와 현실에 유의미한 목소리를 내는 단체와 협업을 이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브랜드비즈 컨퍼런스 마지막 연사로 강연한 일상의실천 권준호, 김어진 공동대표는 디자이너의 사회적 책임에 대해 강조했다. 강연 중인 권준호 공동대표의 모습. 사진=최준필 기자

 

#일상: 매일 연습하기

 

일상의실천을 설립한 권준호, 김경철, 김어진 공동대표는 모두 대학 동기다. 함께 여행을 가던 친구 사이에서 사업을 하는 동업 관계가 됐다. 2013년 그래픽스튜디오 ‘일상의실천’을 설립한 이들은 이제 대한민국에서 가장 주목받는 디자이너들이 됐다. 

 

영국 왕립예술대학을 나온 권준호 공동대표는 2012년 영국 디자인 위크의 ‘올해의 떠오르는 스타’, 런던 사치 갤러리의 '사치 뉴 센세이션 20인’으로 선정됐다. 2017년에는 AGI(국제그래픽연맹) 회원에 선정됐다. 지난해 출간한 ‘디자이너의 일상과 실천’은 디자이너의 ‘필독서’다. 

 

김어진 공동대표 역시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일민미술관, 백남준아트센터 등에서 작가로 참여했으며, 2016년부터 대전대학교 커뮤니케이션디자인학과에 출강 중이다.

 

일상의실천은 대학 동기 셋이 뭉쳐 만든 그래픽 디자인 회사다. 김어진(왼쪽), 권준호 공동대표. 사진=최준필 기자

 

10년이 넘게 친구들과 회사를 운영하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권준호 대표는 “매일이 노력의 연속이었다. 10년은 스스로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서로가 그 부족함을 채워주는 시간이었다. 처음에는 아주 간단한 작업을 할 때도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그럴 때마다 다짐한 문장이 ‘양이 쌓이면 질로 승화한다’는 말이다. 실력이 되지 않는데 괜히 기교 부리지 말고, 기본에 충실하게 작업하자는 다짐이었다”고 설명했다. 

 

1년에 100개, 10년에 1000개. 그간 일상의스튜디오가 작업한 프로젝트의 개수다. 권 대표는 “‘Every practice’, 매일매일 연습하기가 목표다. 매일 연습하고, 매일 훈련했다. 그렇게 10년이 흘렀다”고 말한다. 

 

#실천: 무엇을, 어떻게, 현실에서

 

권준호 대표는 ​‘일상의실천’​의 ‘실천’에는 세 가지 ​​의미가 있다고 말한다. 첫째는 ‘어떤 일을 할 것인가’다. 권 대표는 유의미한 일을 하는 단체들과 하는 협업으로 사회운동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켄 갈런드의 디자인 선언을 읊은 그는 “녹색연합과 지난 10년 동안 협업해 매년 활동 보고서 디자인 작업을 하고 있다. 매년 시대의 변화를 담고자 노력하고 있다. 환경영화제 포스터를 작업할 때는 핵폐기물을 시각적으로 표현하고자 노력했다. 실제 스튜디오 근처에 있던 쓰레기를 가져와 작업했다. 한국여성의전화의 정체성 작업을 할 때는 현재의 강인한 여성을 보여주려고 했다”고 말했다. 

 

두 번째는 ‘디자인의 방식’이다. 권 대표는 “디자이너의 작업은 클라이언트로부터 시작하기 때문에 디자이너가 사회 문제 의식이 있어도, 클라이언트가 없으면 작업을 시작할 수 없다. 그러나 디자인이라는 행위 자체가 사회에 개입하는, 그 자체의 운동 방식일 수는 없을까 고민했다. 우리는 디자인을 통해 사회에 목소리를 내고자 했다. 동시대를 살아가면서 겪고 있는 사람들의 아픔이나 문제들에 대해 우리가 할 수 있는 표현의 방식으로 작업하자는 목표를 세웠다”고 설명했다. 

 

일상의실천은 이러한 욕구를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 프로젝트, ‘국정원 여론조작 사건’ 아카이브, 세월호 침몰 ‘그런 배를 탔다는 이유로 죽어야 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전시 등을 통해 해소했다. 디자인을 통해 사회에 직접적으로 개입한 것이다. 

 

권준호 일상의실천 공동대표는 디자인을 통해 직접적으로 사회에 개입하고 있다고 말한다. 사진=최준필 기자


마지막 과제는 ‘현실에서 작업하기’다. 동떨어진 이야기가 아닌 동시대에 현실을 달리는 작업을 하고자 했다. “디자인이 고고한 태도로 문화적 체험을 즐기는 특정 계층을 위한 포장이 아니라면 우리가 일상에서 만나는 전단지에서, 어느 바닷가 마을 동네의 가림막으로, 8차선 도로를 가로지르는 육교 현수막에서도 생명력을 가져야 한다.”(디자이너의 일상과 실천, 권준호)

 

이 목표의 일환으로 ‘수원 화성 문화재’ 포스터, ‘봄꽃 축제’ 포스터 등 지극히 서민적이고 일상적인 작업을 디자인했다. 권 대표는 “현대적이면서도 전통적인 요소를 넣고자 노력했다. 또 온라인에서 디테일이 구현될 수 있게 신경 썼다. 종종 의도하는 방식과 다르게 디자인이 적용되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구두 수선대 간판에 걸리는 포스터까지 전부 디자인했다”고 말했다. 


#스튜디오: 평범한 일상에서 영감 찾기 

 

김어진 대표는 “인터뷰하다 보면, 매번 ‘영감은 어디서 얻나요’라는 질문을 받는다. 이 질문이 싫었다. 마치 특정인만 전유할 수 있는 단어처럼 느껴져서다. 이 영감이라는 단어의 권위를 내려놓으려고 한다. 우리는 일상적인 장면에서 작업 영감을 얻는다”고 설명한다. 

 

김어진 일상의실천 공동대표는 평범한 일상에서 영감을 찾는다고 말한다. 사진=최준필 기자

 

김 대표는 코끼리의 코에서 구름을 닮은 글자를 만들었고, 쓰레기가 쌓인 모양을 보고 기후위기 전시회를 디자인했다. 종이 장난감을 잘라 카메라를 만들고, 아이들의 삐뚤삐뚤한 그림을 보고 ‘사회해방’에 대한 전시를 디자인했다. 

 

김어진 대표는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일상적인 장면은 권위 있는 게 아니라 주변에 있는 사소한 기억이나 존재들에 대한 애정과 관심의 태도다. ‘혜성처럼 등장한 영감은 없다’고 생각한다. 우리의 평범한 일상에서 영감이 자리하고 있다. 이런 사소한 존재들이 갖는 애정과 관심을 지켜나갔으면 좋겠다. ‘일상의 실천’처럼 말이다”라고 이야기하면 강연을 마쳤다. 

 

‘일상, 실천, 스튜디오’를 따르는 데 어려움은 없을까. 여러 단체와 협업하는 데 있어 예산의 문제는 없느냐는 질문에 권준호 대표는 “우리가 작업하는 데 있어 세 가지 기준이 있다. 의미 있는가. 재미있는가. 돈이 되는가다. 단체의 작업은 예산이 적어도 의미가 있고 재미가 있다면 한다”고 답했다. 

전다현 기자

allhyeon@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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