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성공한 기업에는 일관되고 명확한 브랜드 정체성이 있다. 비즈니스에서 브랜딩은 기업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도구다. 그 중에서 UI(사용자 인터페이스) 디자인은 브랜드의 시각적인 요소를 담당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장기원 Plus X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의 브랜딩 전략은 ‘설득’으로 요약된다. 클라이언트, 동료, 그리고 스스로를 설득하는 작업이다.
장기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브랜드 경험 디자인 회사 Plus X에서 10년 넘게 사용자 경험을 창출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17일 ‘브랜드비즈 컨퍼런스 2024’ 연사로 선 장 디렉터는 커머스 분야에서 진행한 UI 디자인 프로젝트의 사례를 소개했다.
한섬의 온라인 편집숍 ‘EQL’과 작업한 프로젝트에서는 세 가지 핵심을 지키려 고심했다. 브랜드만의 스타일링을 제시해주는 플랫폼으로서, 사용자에게 먼저 큐레이션을 제안하면서 동시에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강화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장 디렉터는 “디자인 쪽에서는 유지할 것, 더할 것, 뺄 것을 구분해 고려했다. 퀄리티 높은 이미지 운용 등은 유지하고 스타일·영상·브랜드·개인화 콘텐츠를 추가해 다양성을 높였다. 콘텐츠 타입이 추가되는 만큼 상품 탐색 플로 등은 간소화했다”고 설명했다.
3040 여성을 위한 감도 높은 쇼핑몰을 목표로 한 ‘레이지나잇’의 경우 커리어우먼이 저녁 시간 휴식을 취하며 쇼핑하는 환경을 구상했다. 편안한 공간에서 원하는 물건들을 손끝에 둔다는 게 기획의 큰 틀이었다. 브랜드 이미지의 무게를 공간에 둔만큼 메인 서체를 고르는 작업에도 신중을 기했다. 장 디렉터는 “커머스 프로젝트를 작업할 때는 숫자 서체를 중시한다”며 “콘텐츠 상세 화면에서는 편안한 분위기를 제공하기 위해 그러데이션과 3040의 이미지에 어울리는 베이지 톤 등을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장 디렉터와 동료들이 프론트 개발까지 맡아 오픈한 레이지나잇은 운영사인 무신사가 또 다른 여성 라이프스타일 플랫폼 ‘29CM’와 일원화하면서 올 2월 서비스가 종료됐다.
이어 무신사, 코오롱과 진행한 대형 프로젝트도 소개했다. 일상에서의 실용적인 플랫폼을 지향하는 무신사의 UI 브랜딩은 ‘최소한의 디자인과 최대한의 기능’이라는 모토 아래 진행됐다. “디자인하려고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의뢰에 따라 의도적으로 디자인 스타일은 언급하지 않는 쪽으로 방향을 세우고 기본적인 요소를 활용해 단순하고 정교한 UI에 중심을 뒀다. 서체나 이미지 요소의 크기와 간격 등 세부사항이 무엇보다 중요하게 다뤄졌다. 장 디렉터는 “무신사스러움이란 무엇일까”가 가장 중요한 고민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디자인 작업 시 건축에 대입하는 방식을 활용하고 있다. 무신사도 화이트 벽을 다 걷어냈을 때 나오는 회색 벽에서 착안한 ‘그레이’에 초점을 뒀다. 장 디렉터는 “‘무진장 신발 사진 많은 곳’이라는 무신사의 처음으로 돌아가 생각했다”고 말했다.
가장 기본으로 돌아간 무신사와 반대로 코오롱의 경우 더 많은 운영요소를 만들어야 하는 과제가 놓였다. 기존 플랫폼에 없는 다크 플럼이 기본색으로 원근감을 풀어내고, 동료들과 함께 브랜드 리뉴얼도 진행했다. 다른 커머스와의 차별화를 위해 고안된 ‘스위칭 숏폼’이 채택됐고 파노라마 이미지도 적용됐다. 최종안은 상대적으로 현실적인 A 시안과 실험적인 B 시안의 주요 요소가 결합된 버전으로 결정됐는데, 막바지 단계에서 임팩트를 강화하기 위해 브랜드 컬러가 더 적극적으로 반영됐다. 장 디렉터는 “브랜드 아이덴티티 구축만큼이나 유지가 매우 중요하다. 구도에 대한 이미지 가이드라인을 인물 상·하반신, 전신, 상품의 세로·가로로 나눠서 제작해 제공했다”고 설명했다.
브랜딩은 의뢰 기업과 디자이너가 끊임없이 소통하며 조율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숫자로 나타나는 데이터와 기업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디자인 사이에 긴장감 역시 항상 존재한다. 장 디렉터는 “생존하지 못하면 디자인의 의미는 사라진다. 결국 디자인은 서비스에 적용이 돼야 하기 때문에 비즈니스가 중요하다”면서도 “데이터만으로 서비스를 만들면 모든 서비스가 동일한 형태가 될 것 같다. 온라인 시장은 1등만 살아남는 구조이기 때문에 사용자에게 어떤 경험을 제공하느냐가 중요한 포인트가 된다고 생각한다. 기업이 일정 선에 도달하면 브랜딩 영역에서의 싸움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강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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