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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덕텔링] 수입해도 만들어도 문제 투성이 '특수전 기관단총' 해법은?

방산 비리와는 상황 달라…소령 취업제한 필요, 성능 개선토록 연구개발비도 지급해야

2024.10.17(Thu) 10:59:08

[비즈한국] 수백억 원을 호가하는 최신 정밀무기보다 군대에서 쏴본 ‘총’에 대해서 말하는 것이 더 부담스럽다. 최신 정밀무기와 달리 총은 우열을 설명하거나 장단점을 비교하기 매우 어렵다. 상황과 조건에 따라 어떤 총이 더 좋은지 달라지고, 아무리 못난 총이라도 명사수가 잡는다면 그 총의 전투력은 매우 강력해지기 때문이다.

 

국군이 X95기관단총을 사용하는 모습. 사진=제53보병사단

 

현대전에서 쓰이는 자동소총이나 기관단총의 성능 비교는 정확도, 신뢰성, 편의성, 확장성 등을 기준으로 평가해야 하지만 이것 역시 딱 맞는 답이 없다. 방위산업 선진국으로 ‘K-방산’을 자랑하는 우리나라가 유독 개인화기에서는 실수와 실패를 겪고 있다. 밖에서 사 오는 수입 총기도, 우리가 직접 만드는 국산 총기도 문제가 생긴 사업이 바로 특수부대용 기관단총 사업이다.

 

첫 소식은 이스라엘제 기관단총 ‘X95’였다. 최근 국회 국방위 합참 국정감사에서 박선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제기한 내용에 따르면 특수부대가 테러 작전용으로 사용하기 위해 시험평가를 해보니, 방독면을 쓰고 발사할 때 탄피가 방독면 정화통에 막힌다거나, 총에 붙이는 부가장비의 케이블이 개인 장구에 걸린다거나 하는 결함이 있는데도 그대로 도입했다. 

 

국산 무기도 문제를 겪고 있다. 추미애 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또 다른 특수작전용 기관단총 ‘K-13’ 역시 문제가 있다. 사격훈련 중 약실에서 총이 폭발하는 사고가 일어나 배치된 총기를 업체가 회수했고, 보완 후 다시 배치했으나 소음기 사격 시 발열 문제 및 탄 걸림 문제가 여전히 발생했다.

 

왜 이럴까? 일단 국산 무기와 수입 무기를 구분해서 원인을 설명하겠다. 

 

첫 번째 수입 무기의 경우 우리 군은 ‘을’에 가깝다. 대한민국군의 규모는 세계 10위권 안에 들 정도로 병력 숫자와 장비 수준 면에서 선진국에 가깝다. 하지만 총기 수입 규모는 우리보다 군 규모가 훨씬 적은 유럽 국가나 중소국가보다 오히려 적은 편이다. 우리 군의 주력 소총인 K-2가 이미 수십만 정 생산돼, 정밀 사격과 특수 기능이 필요한 소수의 특수부대용 소총과 기관단총만 수입하기 때문에 ‘구매력’이 크게 떨어진다.

 

구매력이 떨어지니 해외 업체들은 우리 군의 특수전 무기 사업에 관심이 적다. 가격도 비싼 가격에 수리 부속의 유지보수도 느려서 고장 난 총기를 고치기 어려운 상태다. ‘아덴만의 여명’ 작전에서 활약하고 빈 라덴을 사살한 총기로 유명한 총들도 수리 부속 부족 및 A/S 부실로 곤란함을 겪은 바 있다.

 

더욱이 총기 수입 사업의 규모가 작으니 우리 군에 특수부대 총기를 판매하는 업체의 규모도 영세하다. 문제의 수정이나 보완요구를 제대로 처리할 수 있는 행정 능력이 부족하니 문제는 더 커진다. 반대로 국산 개발 총기는 수리 부속의 공급이나 수정은 빠르게 해결된다는 장점이 있다. 국내 총기 제작업체들은 수출을 거의 못 하기 때문에 한국군 물량 외에는 매출이 나오질 않아 최선을 다해 문제를 수정하고 개선하려고 노력한다. 

 

문제는 수출 실적이 적다 보니 미국 등에 수출해서 사용자 피드백을 받아 수정한 것을 우리 군에 공급하는 게 아니라 우리 군이 써보고 문제가 생기면 수정을 하는 것이다. 해외의 동급 총기들은 수만 정이 팔리고 난 뒤 수만 개의 후기나 피드백을 받아서 수정하는 반면, 우리는 우리 군이 사용한 수백 개의 총기로 피드백을 받으니 개선 속도도 느리고 한 번에 고칠 수 있는 ‘버그 수정’의 능력도 낮다.

 

제도에도 허점이 존재한다. 방산 비리 근절을 위해서 방위사업청 등 획득 관련 업무를 진행한 중령급 이상 군인이 전역하면 관련 산업체 재취업이 제한된다. 그러나 실무를 담당하는 소령은 이런 제한을 받지 않는다. 이스라엘제 기관단총 ‘X95’ 사건에서도 실무를 담당했던 육군 소령이 퇴사 후 X95 기관단총의 수입업체에 취직한 것이 확인됐다.  

 

문제는 이 같은 사건이 단순히 개인적 일탈이나 범죄행위가 아니라 구조적 문제와 자원의 부족으로 인해 일어났다는 것이다. 예컨대 수입업체가 전문성이 없어 최근 소총이나 기관단총에서 외면하는 ‘불펍(Bullpup)’​ 방식 총기를 제시했다고 하는데, 이는 잘못된 지적이다. 현재까지 수입업체의 위법행위는 적발된 바 없으며, 불펍식 총기만 수입한 것도 아니다. 오히려 군이 요구하는 빠른 전력화를 만족하기 위해서 여러 총기 중 가장 납품이 빠른 총기를 정하다 보니 불펍 기관단총을 들여온 것으로 봐야 한다.

 

국내 제작업체 역시 사적인 이익을 채우느라 총기에 결함이 발생한 것이 아니다. 총은 다양한 환경과 다양한 상황에서 오래 테스트해야 문제점을 파악하고 수정하기 쉽다. 그런데 국내 업체 총기는 검증이 어렵고 테스트에 필요한 비용과 일정에 여유가 없으니 기관단총의 문제를 수정하기 어렵다.

 

따라서 지금과 같은 ‘특수전 기관단총 사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방산 비리 관점으로 관련자를 수사하는 것보다 현재 시스템과 예산, 일정의 문제를 정확히 진단하고 해결 방법을 정책적으로 궁리해야 한다.

 

첫 번째 해결 방법은 사업 관리상의 허점을 하루라도 빨리 보완해 부정이 개입될 여지를 남기지 않는 것이다. 군인들의 재취업 제한 제도의 의의는 사업의 공정성이다. 지금처럼 중령 이상만 재취업을 제한하면 실무 작업자의 관련 업체 취직을 막지 못해 더 큰 문제가 생길 것이다. 한때 방위사업청만 한정적으로 소령 퇴직자의 동종업체 취업 제한을 추진했으나 성사되지 못했다. 국방부, 합참, 각 군 본부와 방위사업청의 취업제한 계급을 소령까지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

 

두 번째 해결 방법은 수입 총기의 획득 방법을 ‘선 테스트, 후 입찰대상자 선정’으로 바꾸는 것이다. 현재의 획득제도와 달리 국방부 내에 국내외 총기 분석과 평가를 하는 조직을 신설하고, 미국 시장 등 해외 민간 시장에서 내놓은 총기를 소량 구매하고 지속적으로 평가해서 사업이 생길 때 후보군을 우리가 정한 뒤 후보가 된 총기를 공급할 업체를 지정하는 것이다. 이는 사업관리 조직이 대형 무기 도입사업만큼 커진다는 단점이 있지만 ROC(작전요구성능)의 비현실적 요소 제거, 정확한 평가항목 발견, 개인화기에 대한 기술정보 축적 등의 장점이 있다. 투입된 비용만큼 반드시 효과가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마지막 해결법은 국내 연구개발 총기의 ‘수명 주기 간 지속 성능개량’ 개념을 도입하는 것이다. 현재 우리 군의 주력 소총인 K2 소총은 1984년 이후 2015년까지 개량 없이 사용됐다. 2015년에야 개량한 K2C1이 생산됐다. 성능 개량에 10년 가까운 세월이 걸리는 전차나 전투기처럼 소총을 획득한 탓에, 완전히 새로운 신형 소총 K13도 수정에 시간이 걸리는 것이다.

 

향후 소총과 기관단총 같은 개인화기는 수명 주기 내내 성능 개량과 개선을 한다는 개념으로 연 단위 개량과 개선을 할 수 있도록 획득제도를 개선하고, 생산업체도 단일 규격 대량생산에서 빠른 규격 변경이 가능한 능력을 갖춰야 한다. 결함제품을 생산한 업체를 비난만 할 것이 아니라, 꾸준히 문제를 개선하도록 개발 완료 이후에도 개선에 들어가는 연구개발비를 지급해야 우리 개인화기가 세계 수준에 맞춘 성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K-방산의 성과를 자랑하는 사이 창끝 부대의 핵심 전력이 사용할 특수부대용 기관단총이 이런 문제를 가지고 있는 것은 솔직히 실망스러운 일이다. 이는 한국 방위산업의 기술 문제이기도 하지만, 총을 수입하고 문제가 생기면 고치거나 개선하는 대신 새 모델을 사는 간편한 해결책을 택해왔기 때문이다. 개인화기에 대한 국내 연구개발 및 국외 도입 제도, 그리고 사업 부정 방지를 위한 취업제한 제도 둘 다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

김민석 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

wir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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