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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산 공룡' 한화, 경쟁사들과 육해공서 '신경전'

에어로스페이스·오션·시스템 3사 중심 방산이 '미래 먹거리'…유의미한 성과에도 '잡음' 늘어

2024.10.16(Wed) 15:30:06

[비즈한국] 한화그룹은 육·해·공을 총망라한 한국 최대 방산기업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화오션-한화시스템’ 3사 중심의 방산 기업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지상과 우주, 한화시스템이 위성과 소프트웨어를, 한화오션은 해양 방산을 담당한다. 

 

한화그룹이 다른 방산 경쟁사와의 갈등도 불사하며 공격적으로 사업을 키우고 있다. 방산 분야가 주력 수출 분야로 떠오르면서 시장 규모가 커지자 이를 둘러싼 국내 기업 간 경쟁이 치열해지는 모양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시스템이 만든  수출형 다기능레이다가 지난 2일 충남 계룡대에서 열린 KADEX2024에서 전시됐다. 사진=전현건 기자

 

#2분기 영업이익 3588억 원 달성

 

한화는 방위산업을 미래 먹거리로 점찍고 있다. 김동관 한화 부회장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화오션-한화시스템 3사 중심의 방산 기업 체제를 구축했다. 한화그룹은 흩어져 있던 방산 사업을 한화에어로스페이스로 결집하며 시너지를 노렸다. 김 부회장은 지난 2022년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전략부문 대표이사를 맡아 직접 현안을 챙기고 있다. 

 

지난해에는 특수선 분야 최강자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해 한화오션을 출범시켜 육해공 모두를 아우르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한화오션은 지난 6월 국내 기업 최초로 미국 내 조선소를 인수하면서 미국 함정 시장에도 뛰어들었다. 

 

첨단 항공엔진 국산화와 차세대 우주 발사체 개발 등 육지와 바다를 넘나드는 항공우주 분야로도 무대를 넓히고 있다. 한화그룹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시스템, 국내 최초의 위성 전문기업 쎄트렉아이 등의 역량을 모아 한화만의 우주항공사업 중추인 ‘스페이스 허브’​를 2021년 출범했다. 

 

한화 방산 계열사들은 최근 유의미한 성과를 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올 2분기 실적에서 연결 기준 매출액 2조 7860억 원, 영업이익 3588억 원을 달성했다. 방산 통합 법인으로 출범한 이후 지난해 2분기보다 매출 46%, 영업이익 357%가 증가했다. 

 

한화그룹 방산 사업의 미래 먹거리로는 에너지, 해양, 소재 부문이 꼽힌다. 한화솔루션과 한화오션을 통해 스마트 친환경 에너지 솔루션과 고객 맞춤형 소재로 기후 변화에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과 생산력을 갖춘 태양광 사업을 시작으로 수소, 암모니아, 풍력, 브릿지 솔루션까지 에너지 전환의 핵심이 될 에너지 포트폴리오도 다각화하고 있다.

 

LIG넥스원이 만든 인수상정 해검3이 지난 2일 충남 계룡대에서 열린 KADEX2024에서 전시됐다. 사진=전현건 기자

 

#LIG넥스원과 무인수상정·천궁-Ⅱ​ 두고 갈등, HD현대와는 KDDX 소송전

 

적극적인 사업 수주로 실적이 크게 나아지는 동안 경쟁사들과의 잡음은 커지고 있다. 최근 LIG넥스원이 제안서 평가에서 1위를 차지한 정찰용 무인수상정(USV) 사업을 두고 한화시스템과 LIG넥스원이 신경전을 벌였다. LIG넥스원은 지난달 11일 방위사업청의 ‘정찰용 무인수상정(USV) 체계개발사업’에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다만 해군사관학교의 한 교수가 USV 관련 기술자료를 LIG넥스원에 유출했다는 의혹으로 방첩사령부 조사를 받는 중이다. USV 사업 수주를 놓고 경쟁했던 한화시스템은 혐의가 입증되면 우선협상대상자 취소 소송 등 법적 조치 가능성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는 ​3조 7000억 원 규모로 체결된 천궁-Ⅱ 이라크 수출 계약을 놓고도 LIG넥스원과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한화 측은 LIG넥스원이 상호 협의 없이 무리하게 계약을 진행했다고 주장한다. 반면 LIG넥스원 측은 계약을 앞두고 한화 측에 검토를 요청했지만 제대로 답하지 않았다고 맞선다. 이에 주무 부처인 방위사업청이 중재에 나섰다. 두 업체가 함께한 자리에서 양 사의 기본 입장을 방사청에 허심탄회하게 설명했고 세부 항목을 조율하는 단계라고 전해졌다. 다만 양측이 양보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어 해결되기까지는 시간이 다소 걸릴 것으로 보인다.

 

해양 부문에선 한화오션이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여섯 척을 건조하는 7조 8000억 원 규모의 사업을 두고 HD현대중공업과 법정 공방 및 여론전을 펼치고 있다. 경찰은 2020년 당시 왕정홍 방위사업청장이 KDDX 사업 기본설계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HD현대중공업에 특혜를 줬다는 의혹을 수사 중이다. 한화오션은 지난 2012년부터 2015년까지 HD현대중공업 직원들의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행위에 임원도 개입했다며 지난 3월 경찰에 고발했다. 방사청은 경찰 수사 결과를 기다리며 KDDX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업체 선정을 미루고 있다. 석종건 방위사업청장은 지난 15일 국회 국정감사 자리에서 KDDX의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사업을 어느 업체에 맡길지는 경쟁업체 간 고소·고발 관련 의혹이 해소된 후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두고 방산 시장이 갑자기 부상하면서 업체 간 경쟁이 심화해 갈등이 불거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주무부처인 방사청이 나서 적극 중재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방산 업계 관계자는 “천궁Ⅱ를 둘러싼 ​갈등은 업체가 함께 개발한 무기를 이라크에 수출하면서 나온 것이다. 한화가 제일 규모가 크고 다양한 분야의 사업을 진행하기에 앞으로 이런 갈등이 더 생길 것이다. 그럴수록 방사청이 나서서 교통 정리를 하면서 사업이 원활히 진행될 수 있도록 도와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전현건 기자

rimsclub@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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