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일론 머스크, 킴 카다시안 등 유명인들이 투약하고 효과를 봐 유명해진 비만치료제 위고비가 15일 국내에 출시했다. 유통사인 쥴릭파마코리아는 자사 사이트를 통해 병의원으로부터 주문 접수를 받고 있다. 위고비는 앞서 도입된 비만치료제 삭센다보다 약 2배 높은 효능을 보이며 미국 등에서 품귀 현상까지 빚었다. 출시 전부터 관련 문의가 이어지는 등 국내에서도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국내 제약사도 위고비와 동일한 GLP-1 계열의 비만치료제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한 달 기준 소비자가 ‘50만~70만 원’ 예상
위고비(성분명 세마글루타이드)의 중간 유통을 맡은 쥴릭파마코리아가 이날 오전 9시부터 위고비 물량 주문 접수를 시작했다. 출하 가격은 한 펜(4주분)당 37만 2025원에 책정됐다. 주사제인 위고비는 0.25mg, 0.5mg, 1.0mg, 1.7mg, 2.4mg 5개 용량으로 구성됐으며, 5개 용량의 출하 가격은 동일하다. 위고비는 비급여 제품으로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되지 않는다. 업계는 유통비용 등을 포함하면 소비자가격이 50만~70만 원대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
위고비는 의사의 처방 후 약사의 조제 및 복약지도에 따라 사용해야 하는 전문의약품이다. 초기 체질량지수(BMI) 30kg/㎡ 이상인 성인 비만환자 또는 BMI 27~30kg/㎡ 미만이면서 고혈압 등 체중 관련 동반 질환이 1개 이상 있는 성인 환자를 처방 대상으로 한다. 출시에 앞서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해외에서 저렴하게 직구(직접 구매)한 제품’이라며 판매 글 등이 올라왔지만 이는 불법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최근 보도자료를 통해 “약국 개설자가 아니면 의약품을 판매할 수 없다”며 위고비의 개인 간 판매, 유통 및 구매를 하지 않도록 당부했다.
위고비는 주사제 비만치료제인 삭센다와 같은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GLP-1) 계열이지만 효능과 편의성 측면에서 개선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두 치료제 모두 덴마크 노보노디스크사가 개발했다. 임상시험 결과 삭센다는 56주 기준 평균 7.5%의 체중 감량 효과가 나타난 반면, 위고비는 68주 기준 체중이 평균 14.8% 감소하는 등 효능이 약 2배 높았다. 투약 주기도 삭센다는 1일 1회인 데 비해 위고비는 주 1회로 한 달 동안 4회를 주사하면 된다.
2021년 6월 미 식품의약국(FDA)의 허가를 받아 미국에 처음 출시된 위고비는 지난해 4월 우리나라 식약처로부터 품목허가를 획득했다. 이후 물량 확보 등의 문제로 1년 반이 지난 이달 출시했다. 한국은 위고비의 아홉 번째 출시국이다. 부작용으로는 두통, 구토, 설사, 변비, 담석증, 모발 손실, 급성 췌장염 등이 보고됐다. 위고비 안전정보 페이지에는 갑상선 종양이 심각한 부작용으로 안내된다. 이에 따르면 약물은 설치류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암을 포함한 갑상선 종양을 유발했다.
이달 초부터 일부 병의원들은 위고비 홍보와 예약 접수 등에 나섰다. 병원들은 “삭센다보다 효과가 좋은데 아직 물량이 많이 풀리지 않고 확보도 어려운 상황”이라며 홈페이지 등을 통해 개별적으로 예약을 받았다. 닥터나우, 나만의닥터 등 비대면진료 플랫폼도 위고비와 관련해 성분 및 처방기준, 부작용 등을 정리한 FAQ를 게시했다. 업계는 삭센다가 출시 초기 물량 부족 문제를 겪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해결됐듯 위고비도 빠른 시일 내에 물량이 풀릴 것으로 내다본다.
#한미, 유한, 대웅 등 GLP-1 계열 치료제 임상 중
음식 섭취 시 분비돼 식욕을 감소시키는 ‘GLP-1’ 유사체가 주목을 받으며 국내 제약업계도 이를 활용한 비만치료제 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지난해 9월 H.O.P(Hanmi Obesity Pipeline) 프로젝트를 시작한 한미약품은 맞춤형 비만치료제를 순차적으로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비만 관련 파이프라인 5개 가운데 임상 3상인 ‘에페글레나타이드’는 한국인의 체형과 체중을 반영한 한국인 맞춤형 치료제로, 2026년 하반기 국내 임상종료를 앞두고 있다. 제2형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한 글로벌 임상 3상에서는 혈당 조절 및 체중 감소 효과 등이 확인됐다.
유한양행도 GLP-1 계열인 ‘YH34160’에 대한 미국 임상 1상을 준비 중이다. 전임상 단계에서 위고비(5%)보다 높은 11.9%의 체중 감량이 나타났으며, 뇌 하부에서만 발견되는 수용체 GDF15를 표적으로 한다는 점에서 차별화됐다. HK이노엔은 지난 5월 중국 사이윈드 바이오사이언스와 GLP-1 유사체 ‘에크노글루타이드’에 대한 라이선스 및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했다. 에크노글루타이드는 중국과 호주에서 진행된 임상 2상에서 혈당 강하 및 체중 감소 효과, 안전성이 확인됐다. HK이노엔은 연내 국내 임상 3상을 추진한다.
대웅제약은 마이크로니들 패치 형태의 GLP-1 유사체 비만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약 1㎠ 크기의 패치를 복부나 옆구리 등에 주 1회 부착하면 미세혈관을 통해 약물이 전달되는 방식이다. 주사제와 달리 콜드체인 시스템이 필요하지 않아 실온유통 및 보관이 가능하다. 지난달 식약처에서 임상 1상 시험계획 승인을 획득했고, 2028년 상용화를 목표로 한다. 대원제약도 라파스와 공동으로 마이크로니들 패치 비만치료제 ‘DW-1022’의 임상 1상을 진행 중이다. 일동제약 자회사 유노비아의 경구용 비만치료제 ‘ID110521156’도 국내 임상 1상이 이뤄지고 있다.
비만 인구가 증가하면서 비만치료제 시장은 꾸준히 몸집을 키우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글로벌 비만치료제 시장이 2024년 150억 달러(20조 3900억 원)에서 2030년 770억 달러(104조 6900억 원)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골드만삭스는 2030년까지 1000억 달러(135조 96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본다. 의약품 조사기관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비만치료제 시장은 1780억 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치료제 가운데 삭센다가 37.5%로 점유율이 가장 높았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은 지난 4월 브리프에서 “비만치료제는 지난 10년 동안 높은 시장성으로 ‘메가 치료 분야’로 불리던 종양, 당뇨병 및 면역학 등 3대 치료 분야에 이어 가장 높은 가치가 있는 시장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기초 단계 위주인 관련 연구에 투자를 늘려야 한다”고 평가했다. 최근 활발히 연구되고 있는 GLP-1 계열 비만치료제는 기존의 향정신성 식욕억제제에 비해 안전성이 높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임상시험에서 위장관(위와 창자 등의 소화 계통) 부작용과 투약을 중단한 환자 일부가 1년 만에 감량한 체중 3분의 2를 회복했다는 결과가 보고되는 등 아직까지는 보완이 필요하다.
김초영 기자
choyoung@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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