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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문학상 나오는데 창작 플랫폼은 사라진다, 왜?

교보 '창작의날씨', '톡소다' 등 접어…웹소설 인기에 너도나도 뛰어들었지만 "독자 유인책, 수익성 부족"

2024.10.15(Tue) 18:10:02

[비즈한국]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이 연일 화제다. 서점가에서는 ‘작별하지 않는다’ ‘채식주의자’ 등 한 작가의 작품이 불티나게 팔리면서 도서 시장이 살아날 것이라는 기대감이 일고 있다. 노벨상 열풍으로 모처럼 문학을 향한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서점업계 1위인 교보문고가 신인 작가 등용문인 창작 플랫폼을 모두 정리해 그 배경에 눈길이 쏠린다.

 

작가 한강이 아시아 여성 최초이자 국내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하면서 출판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서점에서 한강 작가의 작품을 구입하는 독자의 모습. 사진=박정훈 기자


교보문고의 창작자 지원 플랫폼 ‘창작의 날씨’가 올해 12월 31일 자로 서비스를 종료한다. 현재 신규 회원 가입은 불가능하며, 10월 말부터는 신규 작품 등록을 중단한다. 교보문고가 2022년 5월 오픈한 창작의 날씨는 신인 작가를 발굴하고 지원하는 플랫폼이다. 정식 작가가 아닌 누구나 글을 써서 등단의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작가는 독자의 피드백과 창작 리포트를 받고, 작품성을 인정받으면 정식 연재 계약을 맺거나 책으로 출간할 수 있다. 지식재산권(IP)으로 드라마·영화 등 콘텐츠 확장 기회도 얻는다. 지난 7월 30일 기준 창작의 날씨 연재 작품 수는 1만 4807건, 작가 수는 1만 453명에 달했다.

 

사라지는 플랫폼은 창작의 날씨만이 아니다. 교보문고는 2017년 4월 오픈한 웹소설·웹툰 전문 플랫폼 ‘톡소다’도 교보 전자책(eBook) 서비스로 통합하면서 ​정리 수순에 나섰다. 톡소다는 9월 말 공식 종료 예정이었으나 작품 이관이 지연돼 올해 말 종료한다.

 

교보문고는 유사한 사업에 집중하는 차원에서 창작 플랫폼을 정리한다고 설명했다. 교보문고 관계자는 “신인 작가와 작품 발굴은 공모전 등으로 꾸준히 하고 있다. 좋은 작품의 IP로 다른 콘텐츠를 만드는 작업도 이어간다”며 “문학 전문 출판 브랜드 ‘북다’, 문장 수집 플랫폼 ‘리드로그’ 등 기존의 사업이 있어 이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라고 전했다. 교보문고는 창작 플랫폼 외에 IP 사업인 ‘스토리’를 통해 소설 공모전인 ‘스토리대상’을 열고 예비 작가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인터넷 서점 알라딘은 교보문고의 뒤를 이어 2023년 1월 창작 플랫폼 ‘투비컨티뉴드’를 론칭했다. 투비컨티뉴드는 웹소설뿐만 아니라 웹툰·에세이·일러스트·사진 등 다양한 포맷의 창작물을 다룬다. 월 2만 편의 작품이 올라오며, 작가 수는 1만 명이 넘는다. 투비컨티뉴드는 특정 IP를 개발하거나 작품에 개입하지 않는 자유로운 플랫폼을 지향한다. 아마추어뿐만 아니라 장강명 작가 등 기성 작가도 작품을 연재하며 독자와 소통하고 있다. 

 

독서 플랫폼 밀리의서재도 2023년 5월 장르 불문의 창작 플랫폼 ‘밀리로드’를 오픈했다. 밀리의서재는 전자책 구독 플랫폼으로 시작해 현재는 자체 출판사(오리지널스)를 세워 종이책을 출간하고 있다. 밀리로드의 인기 작품은 정식 연재가 가능하고, 우수 작품은 다른 콘텐츠로 만들거나 책으로 출간한다. 밀리로드에는 지난 1년 사이(2023년 10월~2024년 9월) 약 5500개 작품이 게시됐다.

 

업계가 직접 작품 발굴에 나선 건 독서 인구가 줄어도 웹소설 시장은 성장하기 때문이다. 2022년 기준 웹소설 시장 규모는 1조 원이 넘은 것으로 추산되는데, 빅테크를 제외한 전자책 유통사의 매출만 봐도 성장세가 뚜렷하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자료​에 따르면 전자책 유통사의 웹소설 매출은 2015년 333억 원에서 2022년 3194억 원으로 급증했다. 같은 기간 웹소설을 제외한 장르 문학 매출은 574억 원에서 1493억 원으로, 일반 분야 매출은 351억 원에서 915억 원으로 늘어나는 데 그쳤다.​

 

교보문고, 알라딘, 밀리의서재는 아마추어 작가에게 연재 기회를 제공하고 인기 작품은 직접 출간하는 창작 플랫폼을 운영해왔다. 사진=각 사 제공

 

이 같은 창작 플랫폼은 등단과 더불어 출간까지 비교적 쉽다는 점에서 작가 지망생에게 매력적인 창구다. 서점 입장에선 단독 작품과 유망 IP를 확보한다는 점에서 이득이다. 알라딘은 투비컨티뉴드를 통해 ‘엄마가 대학에 입학했다(작가1 저)’ ‘엄마만의 방(김그래 저)’ 등의 책을 출판사와 계약을 맺고 독점 IP로 출간했다. 밀리의서재는 자체 출판사를 통해 ‘나는 왜 자꾸 내 탓을 할까(허규형 저)’ ‘분실물이 돌아왔습니다(김혜정 저)’ 등의 작품을 종이책으로 출간했다.

 

그럼에도 교보문고가 사업을 접는 것을 두고 한편에선 ‘예견된 일’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아마추어 웹소설이 주를 이루는 창작 플랫폼은 장기적으로 독자를 확보하기 어렵다는 점에서다. 이융희 문화연구자 겸 소설가는 “독자가 어떤 경험을 하는지 고려하지 않았다는 점이 문제”라며 “서점의 창작 플랫폼은 작가의 편의성을 높이고 데뷔시키는 데 집중해 정작 독자 유인책이 부족하다”라고 짚었다.

 

그는 “창작 플랫폼에는 수익이나 등단 기회를 노리고 뛰어든 수많은 아마추어의 글이 올라온다. 그 중에서 좋은 작품은 어차피 책으로 나오는데, 이미 웹소설 플랫폼이 많은 상황에 독자 입장에선 아마추어 작품을 보러 갈 이유가 없다. 과거에 비해 독자의 수준이 높아진 것도 요인”이라며 “출판사 웹진이나 구독 플랫폼이 많았지만 대부분 사라진 것도 결국 독자를 위한 문화를 만들지 못했기 때문이다. 게임적인 요소를 마련하든, 연재물의 수준을 높이든 독자 중심으로 고민해야 아마추어 창작 플랫폼을 유지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수익성 문제도 지적된다. 아마추어 창작 플랫폼은 대부분 무료로 작품 열람이 가능해, 플랫폼을 운영하는 측에서는 부가 수익에 기댈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투비컨티뉴드는 알라딘이 약 10%의 수수료를 가져가는데, 단독 IP를 확보할 수 있지만 플랫폼 자체로는 큰 수익을 얻기 힘든 구조다.

 

이 문화연구자는 “창작 플랫폼은 ‘대박’ 작품이 나오지 않는 이상 돈을 투자하기만 할 뿐 벌어들일 방안이 마땅치 않다. 그나마 서점은 프로 작가가 활용할 데이터를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도움이 될 것”이라며 “이미 웹소설 시장에 ‘버블’ 경고가 나오는 만큼 사업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독자와 진정으로 소통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심지영 기자

jyshim@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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