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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우주 팽창률을 둘러싼 천문학 대논쟁 ②

적색거성 가지와 탄소 별로 은하까지의 거리 계산해 세페이드 변광성 값과 비교했더니

2024.10.14(Mon) 14:57:35

[비즈한국] 천문학자들은 먼 은하까지의 거리를 재기 위해 다양한 방식을 사용한다. 거리와 상관없이 우리가 알고 있는 천체물리학적 특징을 통해 그 천체의 실제 밝기를 따로 알아낼 수 있다면 (그리고 그것을 믿을 수 있다면) 그것을 표준 촛불로 사용해서 거리를 구한다. 다만 여기에는 중요한, 그리고 태생적인 문제가 있다. 거리를 재는 방법에 따라 적용할 수 있는 거리의 범위가 다르다는 점이다. 

 

그저 평범한 별이 수축과 팽창을 주기적으로 반복하면서 일정한 주기로 밝기가 변화하는 세페이드 변광성은 어쨌든 그냥 별이다. 그리 밝지 않다. 따라서 너무 거리가 멀어지면 은하에 살고 있는 세페이드 변광성을 따로 구분해서 보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그래서 세페이드 변광성은 멀어야 수천만 광년 정도까지만 유의미하게 거리를 재는 데 쓸 수 있다. 

 

그보다 더 멀어지면 더 밝아서 멀리서도 볼 수 있는 새로운 표준 촛불이 필요하다. 이를테면 Ia형 초신성이 있다. 끽해야 별 하나가 터지는 폭발이지만 그 섬광이 엄청나게 밝다보니, 별 수천억 개 이상이 모인 은하 전체에 맞먹을 정도로 아주 밝게 보인다. 덕분에 Ia형 초신성은 수십억 광년 거리의 은하까지 적용할 수 있다. 물론 적용 범위가 멀어질수록 오차의 폭도 더 커진다는 문제가 있다. 

 

보통 학교에서 천문학의 거리 사다리를 배울 때는 이 정도만 언급하고 넘어간다. 하지만 실제 천문학에서 사용하는 거리 측정법은 정말 다양하다. 어떻게 해서든 거리를 모르는 상태에서 천체의 원래 밝기를 알아내고자 했던 천문학자들의 갖은 고생이 여실히 드러나는 듯하다. 서로 복잡하게 얽힌 거리 측정법들의 관계를 보면, 단순히 일직선으로 이어지는 거리 사다리보다는 복잡하게 얽힌 ‘거리 그물’이라고 하는 것이 더 적합한 표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거리 사다리는 20세기 말부터 지금까지 우리가 먼 우주의 스케일을 잴 때 가장 근간이 되는 천문학의 기본 철학 중 하나다. 그런데 최근 제임스 웹이 다양한 은하를 전례 없는 선명한 해상도로 관측하면서 이 사다리에 금이 가고 있다. 바로 여기에서 (지난 칼럼에서 소개한) 새로운 21세기 버전 천문학 대논쟁의 불씨가 피어오르고 있다. 

 

 

시카고대학교의 천문학자 웬디 프리드먼은 정말 우리가 재고 있는 은하들까지의 거리에 문제가 없는지를 더 체계적으로, 더 객관적으로 검증하고 싶었다. 우선 제임스 웹으로 관측된 은하 10개를 골랐다. 이 은하들은 각각 세페이드 변광성을 비롯한 다양한 표준 촛불을 품고 있다. 모두 Ia형 초신성도 품고 있다. 그래서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Ia형 초신성을 활용해 더 먼 은하들까지의 거리를 재는 데 쓴 방법론의 타당성을 검증할 수 있다. 

 

이번 연구에서 프리드먼의 팀이 활용한 표준 촛불은 세페이드 변광성 말고도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우선 하나는 TRGB, 적색거성 가지의 가장 높은 꼭대기를 활용한 방법이다. 한 은하에 살고 있는 별들을 모두 하나하나 분해하면 각 별의 밝기와 온도를 파악할 수 있다. 이것을 하나의 그래프에 표현할 수 있다. 마치 성단 속 별들의 밝기와 온도가 어떻게 분포하는지를 보는 색등급도처럼 은하도 그렇게 그릴 수 있다. 

 

은하의 색등급도에서는 몇 가지 흥미로운 특징이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적색거성 가지다. 적색거성은 별들이 진화하면서 더 거대하게 부풀고 온도가 미지근하게 식었을 때의 단계다. 별이 계속 팽창하면서 온도는 조금씩 미지근해진다. 하지만 별 자체가 워낙 비대하게 부풀면서 별의 밝기는 점점 밝아진다. 하지만 적색거성이라고 무한정 밝아질 수는 없다. 결국 지나치게 비대해진 별은 그 한계를 버티지 못하고 바깥 껍질 층을 날려버린다. 

 

흥미롭게도 적색거성이 가장 안정적으로 버티는 한계는 정해져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즉 성단이나 은하에서 볼 수 있는 가장 밝은 적색거성의 밝기는 얼추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성단 또는 은하에 살고 있는 별들을 갖고 색등급도를 그리면 가장 오른쪽 끝에서 길게 별들이 세로 방향으로 분포하는 적색거성 가지를 볼 수 있다. 천문학자들은 그 가지의 가장 위쪽 끝, 꼭대기의 최대 밝기는 일정할 것이라 추정한다. 적색거성 가지 가장 위쪽 끝에 있는, 은하에서 가장 밝은 적색거성 자체가 일종의 표준 촛불 역할을 하는 셈이다. 이러한 방식을 TRGB 방법이라고 부른다. 

 

이번 연구에서 활용한 또 다른 표준 촛불은 J-AGB(J지역 점근 거성 가지)라는 별이다. 이 별들은 무거운 별들이 오랜 세월 핵융합을 하면서 아주 많은 탄소를 머금게 되었다. 별의 화학 조성을 보면 산소보다 탄소의 함량이 더 많다. 그래서 탄소 별이라고도 부른다. 화학적 특징 때문에 탄소 별은 특히 가시광선보다 더 파장이 긴 근적외선 영역에서 유독 밝게 빛을 낸다. 아주 밝기 때문에 먼 은하에 있더라도 그 모습을 포착하는 것이 그리 까다롭지 않다. 

 

물론 탄소 별들의 밝기가 완벽하게 일정하지는 않지만, 지금까지 관측된 탄소 별의 밝기 분포를 보면 특정한 평균 밝기를 기준으로 꽤 깨끗한 정규 분포를 그린다. 그래서 천문학자들은 약간의 통계적 오류를 감안하고 탄소 별을 나름 그 실제 밝기를 유추할 수 있는 부수적인 표준 촛불로 활용하기도 한다. 특히 탄소 별이 제임스 웹 관측에서 유리한 이유는 제임스 웹이 딱 근적외선을 관측하는 망원경이기 때문이다.

 

프리드먼은 세페이드 변광성, TRGB, 탄소 별, 세 가지의 표준 촛불에 따라 연구팀을 세 팀으로 쪼갰다. 그리고 각 팀마다 표준 촛불을 한 가지 골라 10개 은하들의 거리를 새롭게 구하도록 했다. 흥미롭게도 프리드먼은 각 팀이 서로 정보를 공유하지 않도록 철저하게 관리했다. 공정한 비교를 위해 최종 결과를 공개하기 전까지 서로의 연구 진척을 알 수 없게 일종의 블라인드 테스트를 진행한 것이다. 그렇게 연구팀은 각자의 계산을 마치고 한자리에 모여서 서로 결과를 공개했다. 그 결과는 굉장히 흥미로웠다. 

 

이번 분석에서 사용된 은하들, 제임스 웹과 허블 망원경 둘 모두에 의해 관측된 은하들만 선정되었다.


세페이드 변광성만 갖고 우주의 팽창률을 구한 결과는 72.5km/s/Mpc다. 오래전부터 은하들의 후퇴 현상을 갖고 추정해온 우주의 팽창률과 비슷한 결과다. 반면 다른 두 표준 촛불로 잰 결과는 크게 다르다. TRGB로 구한 결과는 69.85km/s/Mpc, 탄소 별(J-AGB)로 구한 결과는 67.96km/s/Mpc다. 세 값을 모두 평균 내면 대략 69.96±2km/s/Mpc다. 

 

흥미로운 건 세페이드 변광성이 아닌, TRGB와 탄소 별로 구한 결과는 우주 배경 복사 관측으로 추정되는 우주의 팽창률인 69km/s/Mpc와 너무나 잘 들어맞는다는 사실이다! 

 

애초에 허블 텐션이라는 미스터리는 우주 배경 복사로 구한 우주 팽창률과 은하들의 거리와 후퇴 속도를 비교해서 구한 우주 팽창률에 차이가 있기 때문에 논란이 되었다. 그런데 프리드먼의 연구가 보여주듯이 세페이드 변광성이 아닌 다른 두 가지 표준 촛불 TRGB와 탄소 별로 구한 은하의 거리를 활용하면 허블 텐션은 깔끔하게 사라진다! 은하를 활용해서 추정하건 우주 배경 복사 관측으로 추정하건 우주 팽창률이 모두 69km/s/Mpc 언저리로 나온다. 값이 튀는 건 세페이드 변광성으로 은하의 거리를 유추했을 때, 딱 한 가지뿐이다.

 

쉽게 정리하자면, 똑같은 은하를 두고도 어떤 표준 촛불로 거리를 구하느냐에 따라 은하까지의 거리가 조금씩 다르게 나오는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 정말 난감하지 않은가. 대체 왜 이런 문제가 생기는 걸까? 

 

이에 대해 프리드먼은 특히 세페이드 변광성을 활용한 거리 측정법에 다소 문제가 있을지 모른다는 가능성을 제기했다. 변광성 주변 환경에 별빛을 가리는 먼지 구름이 많이 껴 있다면 관측하는 별의 밝기에도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또 세페이드 변광성이 너무 바글바글 모여 있어서 별 두세 개가 하나의 별처럼 뭉개져서 관측될 수도 있고, 별이 품고 있는 중원소 함량에 따라서 별의 밝기나 온도가 달라질 위험도 있다. 이런 세세한 별의 물리학을 고민하지 않은 채, 세페이드 변광성 자체를 너무나 편리한 표준 촛불로 받아들이면서 우리가 유추한 은하들까지의 거리에 큰 오차가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프리드먼의 문제 제기는 꽤 심각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우주의 스케일을 한 단계씩 밟아가면서 잴 수 있게 해주는 거리 사다리에서 세페이드 변광성은 사실상 거의 첫 번째 스텝에 해당하는 압도적인 지위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페이드 변광성을 활용해서 거리를 구하는 방법론 자체에 무시할 수 없는 문제가 있던 것이라면, 그 위에 쌓인 다른 거리 측정법의 눈금도 다시 더 세심하게 조율을 해야하는 문제가 생긴다. 

 

하지만 프리드먼의 논문이 발표되자마자 존스홉킨스대학교의 천문학자 아담 리스가 곧바로 반박을 제기했다. 그는 Ia형 초신성 관측을 통해 우주의 팽창이 점점 빨라지고 있다는 가속 팽창을 발견하면서 노벨물리학상을 탄 3인방 중 한 명이다. 현재 그는 더 많은 은하와 초신성을 관측하면서, 우주의 팽창률을 더 정교하게 구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암흑 에너지의 상태 방정식을 위한 초신성 및 허블 상수 관측 프로젝트인 SHOES(Supernovae and HO for the Dark Energy Equation of State)를 이끌고 있다. 

 

리스는 프리드먼이 겨우 10개밖에 안 되는 은하를 비교해 나온 결과를 확대해석 하고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예를 들어 그의 연구팀이 허블 우주 망원경으로 관측한 42개의 은하까지 더 데이터를 모아서 결과를 분석해보면, 세페이드 변광성으로 구한 결과도 다른 표준 촛불로 구한 결과와 크게 다르지 않은 값을 얻게 된다고 주장했다. 

 

우주의 팽창률을 두고 격론을 벌이고 있는 아담 리스(왼쪽)와 웬디 프리드먼. 사진=스웨덴왕립과학원, 시카고대학교

 

반면 프리드먼은 아담 리스의 반박에 대해 다시 재반박을 했는데, 오히려 자신들은 통계적으로 공평하게 비교하기 위해 모두 제임스 웹으로도 관측이 완료된 은하 10개에 대해서만 분석을 진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리스는 또 다시 재재반박을 하면서, 이미 자신의 SHOES 연구팀이 세페이드 변광성과 TRGB로 구한 은하의 거리가 일치한다는 결과를 확인한 적이 있다는 근거를 제시했다. 

 

프리드먼과 리스가 벌이는 논쟁은 이번 연구의 계기가 된 허블 텐션이라는 고전적인 논쟁보다 더 헷갈린다. 똑같은 망원경으로 관측한 동일한  데이터를 두고 두 연구팀이 전혀 다른 주장을 펼치기 때문이다. 

 

만약 프리드먼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그동안 천문학자들을 괴롭힌 허블 텐션이라는 미스터리는 예상과 달리 너무 시시하게 풀릴 수 있다. 암흑 물질과 암흑 에너지의 근간을 뒤흔드는 대단한 물리학의 변화는 필요하지 않다. 애초에 세페이드 변광성으로 잰 은하까지의 거리에 다소 오차가 있었던 탓에 우주 배경 복사로 추정한 우주 팽창률과 잘 맞지 않았을 뿐이다. 하지만 이건 오히려 더 난감한 고민을 불러일으킨다. 그러면 그동안 세페이드 변광성으로 잰 은하들까지의 거리를 다시 조율해야 하는 문제가 생기기 때문이다. 

 

반대로 리스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결국 허블 텐션은 풀리지 않은 채 남게 된다. 별다른 변화 없이 답답한 상황이 계속 이어지게 된다. 하지만 다행히도 세페이드 변광성으로 구한 은하들까지의 거리에는 큰 문제가 없었다고 안심할 수 있게 된다. 우리는 앞으로도 그동안 해왔던 것처럼 세페이드 변광성으로 우주의 스케일을 재고, 거리 사다리의 발판을 조율하면 된다. 

 

특정한 두 천문학자가 전면에 나서서 치열하게 논문과 응답을 주고받는 상황. 과연 우리 우주는 둘 중 누가 상상한 것에 더 가까울까? 20세기보다 더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는 21세기의 새로운 대논쟁은 과연 어떻게 결론나게 될까?

 

참고

https://ui.adsabs.harvard.edu/abs/2024arXiv240806153F/abstract

https://ui.adsabs.harvard.edu/abs/2024arXiv240803474L/abstract

https://ui.adsabs.harvard.edu/abs/2024arXiv240800065L/abstract

https://iopscience.iop.org/article/10.3847/1538-4357/ad2e0a

https://iopscience.iop.org/article/10.3847/2041-8213/ad1ddd

https://www.quantamagazine.org/the-webb-telescope-further-deepens-the-biggest-controversy-in-cosmology-20240813/

 

필자 지웅배는? 고양이와 우주를 사랑한다. 어린 시절 ‘은하철도 999’를 보고 우주의 아름다움을 알리겠다는 꿈을 갖게 되었다. 현재 연세대학교 은하진화연구센터 및 근우주론연구실에서 은하들의 상호작용을 통한 진화를 연구하며, 강연과 집필 등 다양한 과학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하고 있다. ‘썸 타는 천문대’, ‘하루 종일 우주 생각’, ‘별, 빛의 과학’ 등의 책을 썼다.​​​​​​​​​​​​​​​​​​​​​​​​​​​​​​​

지웅배 과학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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