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바로가기 본문바로가기
전체메뉴
HOME > Target@Biz > 비즈

구영배 구속영장 기각…제동 걸린 티메프 수사, 고심하는 검찰

법원 "다툼 여지 있어"…보강수사 후 영장 재청구 가능성 거론

2024.10.14(Mon) 11:30:52

[비즈한국] 언론은 주요 사건 피의자의 구속영장 실질심사 때 결과를 주목하지만, 검찰은 결과만큼이나 ‘법원의 설명’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영장 청구 단계까지의 검찰 수사에 대해 ‘사전평가’를 받는 성격이 있어서다. 최근 대규모 정산지연 사태를 일으킨 구영배 큐텐그룹 대표와 티몬 위메프 경영진 3인의 구속영장 청구가 모두 기각되면서 검찰이 고심에 빠졌다. 법원에서 이들의 혐의를 두고 ‘다툼의 여지가 있다’며 검찰의 주장에 신중한 태도를 보였기 때문이다.

 

구영배 큐텐그룹 대표의 구속영장 청구가 기각됐다. 지난 7월 30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티몬·위메프 미정산 사태 현안 질의에 출석한 구영배 대표. 사진=박은숙 기자

 

#법원 “사업적 판단 가능성” 방어권 필요성 인정

 

지난 10일 서울중앙지법 신영희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사기·횡령·배임 등 혐의를 받는 구 대표와 류광진 티몬 대표, 류화현 위메프 대표에 대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한 뒤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기각 사유에 대해 “구영배 대표의 방어권 보장의 필요성이 있다”며 “이커머스 플랫폼 사업의 성격, 티몬·위메프 인수와 프라임 서비스 개시 경과, 기업집단 내의 자금 이동 및 비용분담 경위, 위시 인수와 큐익스프레스의 나스닥 상장 추진 동기와 과정 등에 비춰 보면 범죄혐의를 다툴 여지가 있다”고 적시했다. 또 “수사 경위, 확보된 증거자료 등을 고려했을 때 구 대표가 도망가거나 증거를 인멸할 우려도 작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계열사 간 자금 흐름이나 미정산 과정을 고려할 때, 사기 및 횡령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구 대표가 애초 거래량을 늘려 발생한 자금을 큐텐 쪽으로 빼내기 위해 티메프를 인수했다고 본 것이다. 나스닥 상장이라는 목표 아래 돌려막기 식으로 티메프를 빈사 상태로 운영했다며 이번 사건을 ‘폰지 사기’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고의성이 없는, 사업적 판단이었을 수 있다’며 법리적으로 입증이 덜 됐다고 지적한 셈이다.

 

실제로 구 대표 측은 영장 실질심사에서 6조 원의 누적 적자를 기록하다 나스닥 상장 후 흑자 기업으로 전환한 쿠팡을 언급하며, 이커머스 사업 특성을 강조했다고 한다. 사기 범죄의 고의성이 없으며, 일련의 행위는 적자를 극복하기 위한 경영활동이라는 취지로 주장한 것이다.

 

법원은 구 대표와 함께 영장이 청구된 류화현·류광진 대표도 범죄 성립 여부 자체에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판단하고 영장 청구를 기각했다. 이들은 구속 심사에서 “자신들에게는 재무·회계·인사 등의 권한이 없었다”는 취지로 주장했는데, 이 주장이 받아들여졌다는 평이 나온다.

 

#검찰, 영장 재청구 만지작 

 

검찰은 부담이 더 커졌다. 이원석 전 검찰총장이 나서 7월 말 TF 구성을 지시한 지 3일 만에 압수수색에 나섰고, 70일 만에 신병 확보를 시도하며 빠른 수사를 펼쳤지만 중간 성적표에서 ‘미진하다’는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법조계는 검찰이 보강 수사 뒤 구속영장을 재청구할 가능성을 높게 본다. 1조 5000억 원에 달하는 피해 규모와 사회적 여파를 고려할 때, 영장을 받아내야만 한다고 윗선에서 판단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지난 7월 30일 티몬, 위메프 피해자들이 국회 앞에서 구영배 대표를 즉각 구속하라며 시위하고 있다. 사진=이종현 기자

 

실제로 검찰은 영장 기각 후 “다수 피해자들에게 막대한 피해가 발생한 사안”이라며 “구속영장 기각 사유를 면밀히 검토하고 피해 상황 및 피해진술 청취 등 보강 수사를 진행한 후 영장 재청구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검찰이 보강수사를 통해 구 대표의 사기 및 횡령, 배임 혐의의 법리적 구성요건을 더 단단하게 다지려 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다만 티몬과 위메프의 법인 회생절차가 변수가 될 전망이다. 법원은 지난달 티몬과 위메프의 법인 회생절차 개시 결정과 함께 제3자 법정관리인을 선정해 두 회사를 관리하기로 결정했다. 법원 결정에 따라 조인철 전 SC제일은행 상무가 티메프 관리인으로 선임됐고, 조사위원으로는 한영회계법인이 선정됐다.

 

이 때문에 대표들의 구속영장이 재청구되더라도 회생 절차 과정을 밟고 있는 두 회사의 정상화와 이를 통한 피해 복구를 영장전담 재판부가 고려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검사 출신 변호사는 “검찰이 절대 건드리지 않는 기업 중 하나가 존치 가능성이 있는 곳”이라며 “아예 망한 곳은 대표를 구속시켜도 되지만 살아날 가능성이 있는 곳은 일단 살리고 나서 수사를 통해 대표를 구속하는 게 통상적인 사례”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법원에서 티몬이나 위메프의 생존을 위해 기존 대표나 임원진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보면, 검찰이 영장을 재청구하더라도 방어권을 보장해줄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 

차해인 저널리스트

writer@bizhankook.com

[핫클릭]

· 알렛츠는 되고 바보사랑은 안 되고…'티메프발' 금융지원 기준 들쭉날쭉
· 머지포인트 사용 유일 플랫폼 9월 종료…재판 이기고도 피해 회복 요원한 피해자들
· "구영배 소환까지 한 달 안에" 검찰, 티메프 수사 서두르는 속내
· '티메프 사태'가 온라인쇼핑업 전체 위기의 전주곡?
· 위기의 이커머스, 누구라도 '제2 티메프' 될 만한 상황


<저작권자 ⓒ 비즈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