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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입자 반발에 조합 내분까지…서울 정릉골 재개발 주춤한 까닭

2011년 재개발 확정, 2022년 포스코이앤씨 시공사 선정…최근 정비계획 변경 등으로 사업 지연

2024.10.15(Tue) 14:42:12

[비즈한국] 북한산 자락의 ‘달동네’ 서울 정릉골의 재개발이 난관에 부닺쳤다. 기존 세입자들은 정릉골을 떠날 수 없다며 세입자 대책위를 만들었고, 정릉골구역주택재개발 정비사업조합이 설계변경을 추진하면서 기존에 계획한 2026년 입주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정릉골 재개발 부지 모습. 자료=서울특별시

 

#세입자들 “임대 없는 개발, 납득할 수 없어”


정릉골에 재개발이 확정된 건 지난 2011년. 서울시는 성북구 정릉동 757번지 일대에 재개발 정비구역 지정안을 통과시켰다.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었던 규제가 풀리면서 평균 4층 높이, 1400세대가량의 연립주택을 만든다는 계획이었다.

 

2022년에는 포스코이앤씨가 ​시공사로 ​선정됐다. 포스코이앤씨는 국내 최대 고급 타운하우스를 만들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북한산 조망을 활용해 기존 아파트 단지와는 확연히 다를 거라는 기대감이 나왔다.

 

정릉골에 거주하는 임대 세입자들은 갈 곳이 없다고 말한다. 재개발 부지 현장에는 각종 쓰레기가 나뒹굴고 철거문이 붙어 있다. 사진=전다현 기자

 

최근 정릉골 주민들은 정릉골 재개발 주거세입자 대책위원회를 꾸렸다. 재개발 대상지의 주거세입자는 총 407가구. 이 중 주거 이전비를 지급받은 건 35가구뿐이다. 월세 20만~30만 원을 내고 살던 세입자들은 내년 1월까지 정릉골을 떠나야 한다. 5층 이하로 건축되는 탓에 재개발 후에는 임대주택도 없다. 낮은 전세금과 월세로 생계를 유지해온 달동네 주민들에게 ‘이주’는 말처럼 쉽지 않다.

 

김우권 대책위원회 위원장은 “정릉에 거주하지 않는 외부인들이 투기를 목적으로 이곳에 들어왔다. 주거이전비를 받지 못하는 세입자들은 갈 곳이 없다. 재개발이라는 건 주거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게 아니냐. 정작 주민들이 내쫓기고 있다. 임대 주택도 없다. 구청에서는 직접 관여할 수 없다면서 임대 주택을 요구하라고만 한다”고 하소연했다. 

 

대책위원회는 최소한의 주거를 보장해달라며 성북구와 서울시에 1인 시위로 항의하고 있다. 이에 대해 성북구는 “주거 이전비·이사비 등은 관련 법률에 따라 금액이 책정된다”고만 밝혔다.

 

#조합 내부 갈등 심화…‘내 재산 지키기 사랑방’까지 등장


10월 4일 정릉골 재개발 인근에는 ‘내 재산지키기 위원회 사랑방’이 조성됐다. 사진=전다현 기자

 

정비사업조합 집행부를 비판하는 현수막이 정릉골 곳곳에 걸려 있다. 사진=전다현 기자


재개발 일정에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지난해 5월 정릉골 재개발 조합은 타운하우스형 개발을 바꿔 아파트를 일부 포함하고 청년 임대주택을 기부채납하는 것으로 정비계획 변경을 추진했는데, 아직 결론이 나지 않았다. 조합 내부에서는 이로 인해 준공이 지연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나온다. 이에 10월 4일 일부 조합원들은 ‘내 재산 지키기 사랑방’을 만들어 ‘원안’ 설계대로 가자고 요구하고 있다. 사업 지연 없이 타운하우스를 신속하게 건축하자는 것.​

 

설계 변경이 지연되면서 일부 조합원들은 현 집행부에 문제가 있다며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렸다. 비상대책위 관계자 A 씨는 “이해할 수 없는 이유로 아파트를 짓는 쪽으로 설계 변경을 추진하고 있다. 시공사 선정에도 이상한 점이 있다. 선정 당시에는 기준을 까다롭게 설정해 놓고서는 시공사를 선정한 후 계약할 때는 까다로운 기준들이 사라졌다. 이사비 지원 등 처음 제시했던 혜택들이 계약 이후 모두 축소된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비대위는 조합에 유리했던 조건들이 시공사 선정 후 사라졌다고 말한다. A 씨는 “처음 재개발 추진을 할 때 정말 많은 건설사가 왔다. 그만큼 이 지역의 수익성이 높다고 판단한 것이다. 설명회에도 8개 건설사가 참여했다. 그런데 조합에서 내건 조건이 까다로웠다. 조합에서 대출한 금액의 이자를 시공사가 부담해야 한다는 조항이 있었고, 보증금액도 총사업금액 5503억 원의 10%를 초과하는 700억 원이었다. 그러니 막상 입찰에는 2개 건설사만 참여했다. 이런 문제들을 항의하니 집행부가 오히려 시공사를 대변하더라”고 토로했다.

 

당시 입찰을 포기한 B 건설사 관계자는 비즈한국에 “보증금액이 높았지만, 우리 회사에서는 가능했다. 그러나 조합에서 요구하는 협상이 있었고, 우리 건설사가 들어갈 수 없는 상황이라고 판단해 입찰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일부 조합원들은 시공사 선정 후 계약 조건이 시공사에 더 유리하게 바뀌었다고 말한다. 사진=정릉골 재개발 비상대책위원회 제공

 

비대위가 지적하는 대표적인 계약 조항은 “‘을(시공사)’이 대여금으로 제시한 사업경비 항목을 ‘갑(조합)’이 금융기관으로부터 직접 차입하는 경우 그에 해당하는 이자 등 금융비용은 ‘을’이 부담한다”는 내용이다. 조합이 빌린 돈의 이자를 시공사가 부담해야 한다는 것은 통상적이지 않은 조항이다. 당초 정릉골 조합은 시공사 선정 기준에 이 조항을 명시했지만, 포스코이앤씨와 계약할 때는 이 내용을 수정했다.

 

조합 집행부는 비대위의 주장이 전부 억측이라고 반박했다. 조합장 C 씨는 “비대위가 주장하는 조항은 시공사의 ‘오기’로 들어갔던 내용이다. 그런 내용으로 계약을 체결하면 은행의 보증을 받을 수 없다. 말이 되지 않는 조항이라서 당연히 수정했다. 원주민이 아닌 외부인들이 들어와서 개발사업에 개입하려는 시도다. 정비계획도 2009년에 마련했던 내용이라 현재와 맞지 않는 부분을 변경하려 한 것이다. 다만 아직 결론이 난 부분이 없다”라고 밝혔다.

 

이 같은 논란에 대해 시공사인 포스코이앤씨 측은 “조합 내부의 일이라 확인이 어렵다”고 밝혔다.

전다현 기자

allhyeon@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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