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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후의 보루' 구급대원 지도할 구급지도의사마저 발길 끊겼다

3월~8월 소방기관 월 1회 방문 지도 중단 20여 곳 달해…집단행동, 인력 부족이 원인

2024.10.10(Thu) 17:28:07

[비즈한국] 응급실 인력 이탈로 응급의료가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구급활동에 대한 지도·평가와 의료 지도 등을 담당하는 ‘구급지도의사’ 역시 인력 부족 등으로 업무 수행에 차질을 빚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방청 자료에 따르면 전공의 집단사직 이후인 지난 3월부터 8월까지 전국 소방서 20여 곳에서 구급지도의사의 월 1회 방문 근무가 중단됐다. 이를 두고 11년째 동결인 근무 수당을 인상하고 이송병원 등과 업무를 분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달 5일 오전 ​구급차에서 이송된 환자가 ​권역응급의료센터(응급실)로 들어가고 있다. 사진=박정훈 기자

 

#근무 중단 소방서, 의료대란 직전 대비 2배 넘게 늘어

 

구급지도의사는 119구조·구급에 관한 법률에 따라 구급대원에 대한 교육·훈련과 구급활동에 대한 지도·평가 업무를 수행한다. 주로 응급의학 전문의가 맡으며, 소방기관별로 1명 이상의 구급지도의사를 선임하거나 위촉해야 한다. 구급지도의사는 ‘직접의료지도’도 담당하는데, 시·도 소방본부 구급상황관리센터에서 구급대원에게 음성 또는 영상 통화로 환자 처치 방법 등을 직접 지시한다. 기존에는 ‘1339’에서 의료 지도를 해왔지만, 번호가 이원화돼 국민 혼선을 야기할 수 있다는 지적에 따라 2012년 6월 ‘119’에 통합되며 구급상황관리센터에서 기능을 이관 받았다. 

 

하지만 응급의학 전문의로 구성된 구급지도의사 또한 최근 인력 부족 문제를 겪고 있다. 2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소방청으로부터 받은 ‘구급지도의사 선임 및 근무 현황’ 자료에 따르면 전공의 집단사직 이후인 지난 3월부터 8월까지 강원·충남·전남·경북·제주소방본부 소속 소방서 20여 곳에서 구급지도의사의 월 1회 방문 근무가 중단된 것으로 나타났다. 월별로 살펴보면 방문근무 일수가 ‘0’인 곳은 3월 27곳, 4월 36곳, 5월 28곳, 6월 26곳, 7월 26곳, 8월 27곳이다. 의료대란 직전인 1월(11곳)·2월(11곳)과 비교하면 2배 넘게 늘어난 수치다.

 

소방청에 따르면 이들의 미방문 사유는 ‘의사 집단행동으로 미방문’, ‘의료진 인력 부족’ 등이었다. 강원도의 경우 올해에만 구급지도의사 14명 중 3명이 퇴임한 것으로 확인됐다. 주·야간 12시간씩 교대근무를 하는 구급상황관리센터도 수요가 많은 서울과 경기, 인천 등은 구급지도의사가 2명씩 배치되지만, 그 외 권역은 1명만 근무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권역에 따라 수백만 명에 달하는 인구 규모를 감당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근무 수당 올려야’, ‘업무 방식 바뀌어야’ 해결책 두고 엇갈려

 

현장 의료진이 구급지도의사로부터 받는 도움은 적지 않다. 수도권 병원의 응급의학과 교수 A 씨는 “구급대원은 비의료인이기에 구급지도의사를 믿고 의지하는 측면이 있다. 전담 인력인 이들이 상담해주면 이송병원 전문의 입장에서는 환자 상태를 파악하기 수월하고, 책임 소재도 전적으로 지지 않을 수 있다. 의료기관 입장에서도 대기시간이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인력이 부족해 ​이송병원 전문의가 진료를 보면서 직접 전화를 받기는 쉽지 않다. 현장 인력보다 진료가 없는 구급지도의사가 의료 지도를 전담하는 것이 현장에 더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더불어민주당 의료대란대책특위-전국공무원노조 소방본부, ‘응급실 뺑뺑이’ 응급의료 비상사태 긴급 간담회가 열린 8월 30일 국회 당대표실에서 권영각 소방본부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박은숙 기자

 

구급지도의사 인력 이탈의 원인으로는 낮은 처우가 지목된다. 구급지도의사들은 12시간 근무 시 주간 40만 원, 야간 50만 원의 근무 수당을 받는다. 수당은 2013년 이후 동결됐다. 최근 업무가 급격히 늘어나며 응급의학 전문의 사이에서는 수당보다는 응급실 근무를 택하려는 움직임이 늘고 있다. 일각에서는 수당만이 문제가 아니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경상권역의 응급의학 전문의 B 씨는 “지금은 특수한 시기여서 업무가 많은 것처럼 보이지만, 이전에는 전화 몇 통만 받고 50만 원을 받으니 싫다고 하는 사람이 없었다”며 수당보다는 업무 방식이 개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행법상 구급지도의사는 소속 소방기관 구급대원의 구급활동에 대한 평가 결과를 매월 소방서장에 제출해야 한다. 대개 구급대원들이 작성한 일지 등을 바탕으로 평가하는데, 이것으로는 적절한 구급활동이 이뤄졌는지 알기 어렵다는 것이다. 응급의학 전문의 B 씨는 “종이에 적어 놓은 것만으로는 이송병원 의사나 구급지도의사가 (구급활동에 대한) 품질 평가를 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일부는 한참 지난 뒤에 반년치 일지를 가져와서 평가해달라고 하기도 한다. 이들이 사실과 다르게 적어도 알 길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B 씨는 “이송병원의 의료진이 직접 상담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김초영 기자

choyou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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