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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이번엔 될까' 하이브, 미국 법원에 유튜버 정보공개명령 신청

국내 소송과 관련해 쏘스뮤직·빌리프랩과 함께 구글 상대로 요청…6월 트위터 상대 신청은 기각

2024.10.10(Thu) 13:44:44

[비즈한국] 하이브가 지난 9월 구글을 상대로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지방법원에 정보공개 명령을 신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8월 하이브는 일부 유튜브 채널 운영자를 상대로 서울서부지방법원에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는데, 이들의 신원을 확인하기 위해 미국 연방법원 신원 공개 요청 제도인 ‘디스커버리’를 활용한 것이다.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하이브 본사. 지난 9월 9일 하이브가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지방법원에 구글을 상대로 정보공개 명령을 신청한 사실이 확인됐다. 사진=박정훈 기자


#유튜브 채널 운영자 신원 파악하려 구글에 정보공개 청구 

 

하이브가 구글 본사가 있는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지방법원에 정보공개 명령을 신청한 건 지난 9월 9일이다. 하이브는 산하 레이블 쏘스뮤직, 빌리프랩과 함께 7개 유튜브 채널 운영자들의 정보를 공개해 달라고 청구 소장을 제출했다.

 

하이브가 법원에 제출한 신청 문서에 따르면, 김앤장 소속 하이브 법률대리인은 “신청인을 대신해 일하는 그 누구도 해당 유튜브 채널에 명예훼손성 콘텐츠를 게시한 개인들의 신원을 파악하지 못했다. 이러한 정보가 없이는 신청인들이 한국 법원에서 구제를 받을 수 없다. 따라서 신청인들이 한국 민사 소송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해당 유튜브 채널에 명예훼손성 콘텐츠를 게시한 개인들의 신원이 필요하다”고 명시했다. 유튜브 채널 운영자들을 상대로 민사 소송을 진행하고 있지만, 이들의 신상을 알지 못한다는 설명이다.

 

하이브는 증거 문서로 르세라핌 멤버들과 소속사 쏘스뮤직, 아일릿 멤버들과 소속사 빌리프랩, 하이브가 국내 법원에 7개의 유튜브 채널 운영자들에게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장을 제출했다. 8월 30일 하이브는 이 채널들이 게재한 아일릿 표절 의혹, 르세라핌의 단월드 연관 및 친일 의혹, 방시혁 의장 비판 등이 담긴 영상물이 ‘허위 사실’이라며 서울서부지방법원에 8건의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하이브의 정보공개 명령 신청에 대응해 구글은 ​10월 4일 ​회사 정보에 대한 진술서를 제출했다.

 

하이브가 미국 법원에 청구한 디스커버리 제도는 재판 전 당사자들이 문서나 증거 등을 상호 공개하도록 하는 절차다. 국내에는 이런 제도가 없다. 디스커버리 제도가 국내에 알려진 계기는 아이브 멤버 장원영 씨와 소속사 스타쉽엔터테인먼트가 유튜브 채널 탈덕수용소 운영자의 신원을 파악하면서다. 국내에서는 소송을 제기하더라도 유튜브 이용자의 신원을 확인할 방법이 없었는데, 유튜브를 운영하는 구글 본사가 미국에 있다는 점을 활용한 것이다.

 

관련 소송에 대해​ 하이브는 “​당사는 악의적인 루머를 유포한 유튜브 채널 운영자들을 상대로 소송 등을 제기했다. 선처 없이 강경 대응할 예정이며, 아티스트 보호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법원이 디스커버리 신청을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하이브는 앞서 6월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지방법원에 X(옛 트위터)를 상대로 특정 이용자에 대해 정보공개 명령을 신청했지만 기각된 바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변호사 자격을 보유하고 있는 BNL Law ​장건 변호사는 “구글은 수사기관이 요청하더라도 개인정보를 쉽게 제공하지 않는다. 그래서 그간 유튜브 이용자들을 알 수 없었다. 미국에서 진행하는 재판이 아니더라도 이해관계자가 미국 국적이나 미국 회사면 디스커버리 제도를 활용할 수 있다. 다만 판사가 재량껏 판단하는 형태여서 기각되는 경우가 많다. 장원영 씨 사례가 이례적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기업’ 하이브의 당면 과제

 

최근 하이브가 무리하게 연달아 소송을 진행한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정당한 표현이라도 특정인을 비판했다는 이유만으로 법정소송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디스커버리 제도 활용에 우려되는 부분이 있다. 또 엔터테인먼트 특성상 다른 산업과 다를 수밖에 없는데, (소송이) 팬심과 대치되는 조치일 수 있다. 사생활 침해 등 범법행위에는 당연히 엄정하게 대처해야 하지만, 팬덤 활동을 두고 법적 소송을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아 보인다. 소속사라면 그보다 사칭 계정 등에 대응하는 게 먼저가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올해 8월 공시된 하이브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하이브 연결회사가 피고인 소송사건은 4건, 원고인 소송사건은 5건이다.

 

지난 10월 4일 서울 용산구에 있는 하이브 본사 앞에서 케이팝포플래닛이 ‘플라스틱 앨범의 죄악(Plastic Album Sins)’ 캠페인의 일환으로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사진=이종현 기자


엔터테인먼트 업계 최초로 대기업이 된 하이브가 지배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국 ESG기준원(KCGS)은 2023년 하이브의 ESG 종합등급을 ‘취약(C)’으로 평가했다. KCGS의 ESG 등급 체계는 S(탁월)부터 D(매우 취약)까지 나눠지는 데, C는 ‘취약한 지속가능경영 체제를 구축하고 있으며 체제 개선을 위한 상당한 노력이 필요한 상태’다. 지배구조 등급 역시 C 등급을 받았다.

 

하이브는 국내 엔터테인먼트 최초로 멀티레이블 체제를 도입하면서 레이블 간 자율성을 내세웠다. 그러나 지배구조는 사실상 방시혁 의장 1인 체제다. 방시혁 의장은 하이브 지분을 31.6% 보유하고 있고, 하이브 주요 레이블은 하이브 종속기업에 해당한다.

 

지난 4일에는 기후위기에 공감하는 K팝 팬들이 모인 단체 ‘케이팝포플래닛’이 하이브 본사 앞에서 ‘​플라스틱 앨범의 죄악(Plastic Album Sins)’​ 캠페인을 벌이기도 했다. 랜덤 포토카드 등으로 다량의 앨범 판매를 유도하는 악성 마케팅을 중단하라는 취지다.

 

하이브는 이에 대해 “하이브는 재활용률이 높은 친환경 소재를 앨범 및 공식 상품 등에 점진적으로 확대 도입하고 있으며, 공연장 폐기물을 활용한 업사이클링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등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다방면에서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다현 기자

allhyeon@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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