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한국은행이 11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결정할 예정인 가운데 시장에서는 결과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일단 시장에서는 한은이 이번에는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상황이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6%로, 지난 2021년 2월 1.4%를 기록한 이후 3년 7개월 만에 가장 낮았다.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 상승률도 2.0%로 하락했다. 그동안 한은이 꾸준히 이야기해 온 물가 목표인 ‘2% 상승률’이 달성된 것이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10월 국제유가와 농수산물 가격 급등을 감안하면 올해 10월 역기저 효과는 9월보다 더 클 것”이라며 “10월 물가 상승률은 1.6%를 밑돌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금리 인하 시점을 굳이 11월로 미룰 명분은 사실상 사라졌다는 분석이다.
고금리가 장기화하면서 내수가 부진한 모습을 보이는 것도 금리 인하 전망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안재균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전체 카드 승인 실적, 소비생활과 관련 깊은 주요 업종 8개 승인 실적 증가세는 지난해 하반기 이후 둔화 추세”라며 “내수 부양 차원에서 금리 인하가 필요하다면 11월까지 기다리는 것보다는 10월이 효과적일 것”이라고 관측했다.
다만 가계 부채와 부동산 문제는 막판까지 한은을 고심하게 만들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지난달 가계대출 잔액은 730조 9671억 원으로, 8월 말보다 5조 6029억 원 늘었다.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574조 5764억 원으로, 전월보다 5조 9148억 원 증가했으며, 신용대출 잔액은 103조 4571억 원으로 전월 대비 9억 원 증가했다. 주담대 증가 폭은 전월 대비 축소됐고, 신용대출은 전분기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정광명 DB금융투자 연구원은 “9월 추석 연휴로 영업일 수가 적었다는 점과 함께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가 시행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가계대출 증가 규모는 컸다”면서도 “주담대 신청 시기와 실제 집행 시기의 차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이는데, 8월 신청된 주담대가 9월 대출 잔액 증가에 영향을 미친 것”이라고 진단했다. 정 연구원은 또 “주담대 가산금리 인상 등 은행들의 가계대출 성장 관리가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10월에도 가계대출 증가세 둔화가 나타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KB부동산의 주간 아파트 시장 동향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기준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은 0.02%, 수도권은 전주 대비 0.05% 올랐다. 특히, 서울 집값이 0.09% 오르며 상승 폭이 7월 초 이후 12주 만에 0.1% 아래로 감소했다. 서울 아파트 매수 의향도 감소세를 지속하는 모습을 보였다. 강승원 연구원은 “지난달 한은 부총재는 ‘가계 부채 문제가 모두 해결되는 것을 기다리지는 않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바 있는데 부총재가 정책 시행의 기준으로 제시한 정부 정책 효과의 ‘실마리’가 확인된 점은 고무적”이라고 했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도 “통화당국이 그간 직접적으로 금리 인하에 부담을 주는 요인으로 지목했던 가계부채와 금융 안정 이슈의 경우 대출 규제와 같은 미시적 대응으로 일단 방향을 정한 만큼 기준금리 인하 개시에 힘을 실어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금리 인하 전망이 우세해지는 만큼 오히려 금리 인하가 시장 자체에 영향을 주기보다 삼성전자 실적이나 이스라엘과 이란을 둘러싼 중동발 위기가 향후 시장 변수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중동 지역 위기는 내년 경제와 금융 시장에서 상당히 중요한 변수”라며 “중동 위기에 따른 유가 불안은 미국 연착륙 기대를 훼손시킬 수 있다”고 분석했다. 허 연구원은 또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가 당선될 경우, 이 문제는 더 복잡해질 가능성이 높다”며 “중동 지역 긴장 고조 때문에 주식 비중 자체를 줄일 정도는 아니지만, 단기적으로 위험을 분산할 필요는 있다”고 조언했다.
김세아 금융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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