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정부가 지난해 대규모 인출 사태(뱅크런)를 겪은 새마을금고의 경영 혁신을 추진하고 있지만, 올해도 지역 금고의 사건·사고는 끊이지 않는다. 내부 임직원의 비위뿐만 아니라 경영 개선 조치를 받은 부실 금고도 숱하다. 최근 새마을금고중앙회가 내부통제 가이드라인을 도입하고 행정안전부는 법 개정으로 관리·감독을 강화하고 나선 가운데 실질적인 개선 효과가 있을지 주목된다.
새마을금고중앙회는 매년 상반기와 하반기에 정기공시를 통해 개별 금고의 경영 현황을 공개한다. 금고별로 경영상의 중요한 문제가 발생하거나 사고로 제재가 내려졌을 때 수시공시를 한다. 조합원은 정기공시가 나오기 전이라도 수시공시를 통해 개별 금고 상황을 가늠할 수 있다.
올해 7월 1일부터 10월 4일까지 중앙회에 게시된 수시공시를 확인한 결과, 3분기(공시 사유 발생일 기준) 중 임직원 비위로 제재 받은 금고 26개 중 15개가 두 개 이상의 사건·사고가 발생한 경우로 확인됐다. 동일인 대출한도 초과, 직장 내 괴롭힘, 무담보 및 특혜 대출, 임직원 사적 거래, 횡령 등 비위 유형도 다양해 지역 금고의 내부통제 시스템이 부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7월 1일 공시 사유가 발생한 부산의 A 금고에서는 △직원 성실 의무 위반 △특혜성 대출 △무자원 거래 △전표 처리 부적정 △동일인 대출한도 초과로 임원 1명 견책, 직원 1명 징계면직, 2명 감봉 조치가 내려졌다.
경기도 B 금고에서는 △대출 브로커 모집 수수료 부당 지급 △대출 가능 금액 초과 대출 △취급 불가 담보 대출 △기성고 대출 취급 부적절 △동일인 대출한도 초과 대출 등의 사건으로 7월 3일 공시 사유가 발생해 임원 1명 견책, 직원 3명 정직, 직원 6명은 감봉 조치를 받았다.
임원이 제재 중 최고 수위인 ‘해임’ 처분을 받은 곳도 있다. 경기도 C 금고에서는 △동일인 대출한도 초과 △기성고 대출 부적정 △후취 담보 취득 지연 △부당 업무 지시 △금전 수수 △분사무소 매입 관련 허위 용역 계약 체결 등의 사고가 발생했다. 이로 인해 임원 1명이 해임됐고, 직원 1명은 징계면직, 직원 4명은 정직, 직원 2명은 감봉 제재를 받았다.
9월 23일 공시 사유가 발생한 경북의 D 금고에서는 임원 1명이 △겸직금지 의무 위반 △중앙회 검사 업무 방해 △공제 모집수당 수취로 직무정지 1개월 제재가 내려졌으나, 해당 임원은 8월 사임했다. 특히 D 금고의 경우 9월 경영실태평가에서 종합등급 3등급, 자산건전성 등급 4등급을 받아 경영개선권고를 받은 곳이어서 경영상의 부실이 우려된다.
그밖에 단일 사건으로 제재를 받은 금고에서도 동일인 대출한도 초과, 고액현금거래보고(CTR) 미보고, 임직원-회원 간 사적 거래, 무자원 송금 및 횡령, 취득 제한 물건 담보 취득, 전표 대리 작성(예금 지급 업무 부적정) 등의 크고 작은 비위가 발생했다.
이처럼 지역 금고에서 사건·사고가 이어지자 중앙회는 10월 내부통제 강화를 위한 업무 가이드를 도입했다. 행안부와 함께 만든 ‘새마을금고 사고 예방 업무 가이드’는 2021~2023년 새마을금고에서 발생한 사고 사례를 분석해 대출, 수신·현금 관리, 내부통제·조직관리, 기타 4대 분야에서 임직원이 반드시 점검해야 할 내용이 담겼다.
가이드는 내부통제와 관련한 사건이 발생했을 때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사장 등 책임자의 점검 의무를 강화하고, 관리 책임자용 사고 예방 점검표를 도입한다. 대출사고 예방을 위해 여신 분야의 유형별 점검 사항을 만들고, 대출 담보물의 감정평가와 대출 심사 절차도 강화한다. 현금 시재 횡령 사고를 막기 위해 전 지점에서 월 2회 이상 불시에 현금 보관 금고와 자동입출금기(ATM)의 시재금을 의무적으로 점검한다.
중앙회는 정기 검사에서 내부통제 업무 가이드를 따르지 않는 지역 금고가 적발될 경우 제재할 예정이다. 또한 이를 따르지 않는 임직원도 심각한 내부통제 해태로 간주하고 엄격하게 처분한다. 중앙회 관계자는 “기존 규정에서는 사고 발생 시 관리 책임에 대한 판단 기준이 모호했다”며 “이번 업무 가이드 도입으로 관리자급에서 사고 예방을 제대로 했는지 철저히 확인할 것”라고 설명했다.
협동조합 형태로 운영하는 개별 금고가 업무 가이드를 따르는지 묻자 앞선 관계자는 “가이드도 중앙회에서 만든 내규이기 때문에 개별 금고가 이를 지키지 않으면 문제가 된다”며 “사고를 원천 차단하긴 어렵겠지만 불미스러운 사건을 반복하지 않도록 내부통제를 강화하는 조치”라고 답했다.
한편 정치권에서도 새마을금고의 금융 사고에 주목했다. 양부남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4년 8월까지 전국 새마을금고에서 발생한 금융사고 건수는 68건, 금액은 약 429억 원에 달했다. 유형별로는 횡령이 52건으로 가장 많고, 그 뒤를 배임(8건), 사기(6건), 수재(2건) 순으로 이었다. 양 의원은 “경영혁신안 발표 이후에도 잇따른 새마을금고의 금융사고는 행안부의 감독체계가 미흡하다는 방증”이라며 “행안부는 지금을 골든타임이라 여기고, 새마을금고 관리·감독과 내부통제 강화에 힘써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새마을금고 감독 기관인 행정안전부는 법 개정을 통한 감독 강화에 나선 상태다. 행안부는 2023년 11월 새마을금고 경영혁신안을 마련해 순차적으로 이행 중이다. 혁신안은 △지배구조 및 경영 혁신 △건전성 및 금고 감독체계 강화 △금고 경영구조 합리화 및 예금자보호 강화 등 3대 분야 10대 핵심 과제, 72개 세부 과제로 구성됐다.
9월 30일에는 △중앙회 주요 임원 선임의 투명성·공정성 강화 △중앙회 감사·금고감독위원회 위원 자격요건 강화 △새마을금고 자금 운용 안정성 제고 △예금 인출 등 유사시 대비 금고의 유동성 확보 등을 골자로 하는 새마을금고법 시행령 개정안을 국무의회에서 의결했다.
지난 5월에는 금고의 건전성 강화를 위해 새마을금고 감독기준 개정안을 행정 예고했다. 경영개선계획의 제출기한과 이행 기간을 단축하고, 경영 건전성 규제 위반 시 조치하는 규정을 신설하는 것이 골자다. 행안부 관계자는 “감독기준 개정안의 일부가 시행령으로 넘어가면서 현재 법제처에서 검토 중”이라며 “개정안은 연내 시행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전했다.
심지영 기자
jyshim@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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