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바로가기 본문바로가기
전체메뉴
HOME > Target@Biz > 비즈

드라마 같은 1·2인자 싸움…태광그룹 '사법 리스크' 다시 시작되나

이호진 전 회장, 김기유 전 대표 모두 구속영장 기각됐지만 "재판 피하기 힘들 것" 전망

2024.10.07(Mon) 13:53:01

[비즈한국] 대기업 대표로 오너 일가를 위해 일하다가 갈등이 생기자 오너 일가의 비리를 검찰·경찰에 고발한다. 이에 대기업 측은 감찰 및 조사를 통해 비리를 찾아내 대표를 맞고발한다. 

 

드라마에서나 볼 법한 이런 일이 최근 실제로 벌어진 기업이 있다. 태광그룹이다. 지난 4일 계열사 경영진에게 150억 원대 부당대출을 지시한 혐의로 태광그룹 2인자였던 김기유 전 태광그룹 경영협의회 의장에게 청구된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이호진 태광그룹 전 회장에 이어, 태광그룹 1·2인자 갈등에서 비롯된 검찰 수사가 모두 영장이 기각된 것인데, 문제는 재판이 남아있다는 점이다. 법조계에선 태광그룹의 사법 리스크는 이제부터 다시 시작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2016년 공정거래위원회 국정감사에 참석한 김기유 전 티시스 대표(당시 태광그룹 경영기획관리실장). 사진=연합뉴스

 

#태광 고발에서 시작된 2인자 구속영장 기각 

 

지난 4일 서울서부지법 신한미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특정경제범죄처벌법상 배임 등 혐의를 받는 김기유 전 의장에 대한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진행한 뒤 “현 단계에서 피의자를 구속할 필요성과 상당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이 사건은 태광그룹의 고발에서 시작됐다. 태광그룹 외부 감사를 맡은 로펌은 지난해 11월 김 전 의장 관련 고발장을 접수했고 이에 검찰은 수사에 착수했다. 검찰은 김 전 의장이 지난해 8월 부동산 개발업체를 운영하는 지인 이 아무개 씨 부탁을 받고 그룹 계열사인 고려·예가람저축은행이 적법한 심사를 거치지 않고 150억 원을 대출했다고 봤다. 이 씨는 다른 은행에서 이미 250억 원가량을 대출해 추가 대출이 불가능한 상황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을 이를 배임으로 보고 김 전 의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하지만 김 전 의장 측은 구속영장 실질심사에서 “지난해 8월 14일 태광그룹 계열사 대표자 회의에서 사실상 공개실각 및 해임되며 토사구팽을 당했는데 8월 말 오간 대출 청탁 과정은 그 이후에 이뤄진 것이라서 개입한 적도 없고 개입할 수도 없다”고 해명했고, 이호진 (전) 회장이 경영에 구체적으로 개입하고 있음을 입증하는 카톡 내용 등도 재판부에 제출했다. 법원은 김 전 의장의 손을 들어줬다. 

 

#1인자도 구속영장 청구됐지만 기각 

 

자연스럽게 앞서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기각된 태광그룹 1인자 이호전 전 회장 이야기가 나온다. 경찰과 검찰은 김기유 전 의장이 태광그룹 내 비리 의혹을 진술한 내용 등을 토대로 지난 5월 이호진 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김 전 의장 등이 임직원 임금을 통해 20억여 원 규모의 비자금을 조성해주는 등 모두 88억 원 상당의 업무상 횡령 및 배임 혐의였다. 김 전 의장은 구체적인 지시 정황을 경찰에 제출하며 비자금 조성의 배후로 이호진 전 회장을 지목했다.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이 횡령·배임 등 의혹이 제기된 지난 5월 16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한 모습. 구속영장 청구는 기각됐다. 사진=최준필 기자


하지만 이호진 전 회장 측은 “비자금 조성·유용 등의 위법행위가 이호진 회장의 공백기에 경영을 맡았던 김 전 의장의 범죄 행위”라고 맞섰다. 서울중앙지법은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했다.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재판부는 “다른 핵심 관련자(김기유 전 의장)에 대한 수사진행 경과, 피의자의 사회적 유대관계 등을 종합해 보면 현 단계에서 구속 사유와 구속의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5개월여의 시간 차이를 두고 1인자와 2인자 모두 영장이 기각된 셈인데, 두 사람 모두 ‘법원의 판단’으로 사법 책임을 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이호진 전 회장 사건은 검찰로 송치돼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에 배당됐다. 법조계는 태광그룹이 다시 사법 리스크에 노출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검찰 출신 변호사는 “구속영장을 청구했다는 것은 ‘기소’를 염두엔 둔 것이기에 이호진 전 회장이나 김 전 의장 모두 재판을 피하기는 힘들 것”이라며 “2인자는 1인자의 비자금 문제를 제기하고, 1인자는 2인자에게 비리가 있다며 서로 책임을 묻는 구조이기 때문에 서울중앙지법(이호진 전 회장)과 서울서부지법(김기유 전 의장)에서 각각 서로를 탓하는 재판이 열리게 될 것이다. 자연스럽게 이 전 회장의 경영 복귀는 조금 더 미뤄지지 않겠냐”고 내다봤다.​ 

차해인 저널리스트

writer@bizhankook.com

[핫클릭]

· [대기업 총수 자택 공시가격⑥] 타워팰리스 거주하는 조양래, 애경 패밀리 '청담동 살아요'
· "ESG 경영" 보도자료 남발한 카카오·부영·HDC·태광의 놀라운 공통점
· 복귀 포석 쌓는 이호진, 사장단 인사·ESG경영의 숨은 뜻은
· [단독] 김기유 전 티시스 대표, 휘슬링락 인근 '차명 부동산' 해임 전 회사에 매각
· 내부 감사로 불붙은 태광 이호진-김기유 갈등, 서막 올랐나


<저작권자 ⓒ 비즈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