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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겁결에 KT 최대주주' 현대차 두고 우려 나오는 까닭

'단순 투자 목적' 경영 참여 의사 없다지만…공공성 확보·안전장치 마련돼야 지적

2024.10.04(Fri) 17:04:49

[비즈한국] 국민연금공단이 KT 지분 일부를 매각하면서 현대자동차그룹이 KT 최대주주로 등극했다. 민간 기업이 KT 최대주주 자리에 오른 건 2002년 민영화 시기 이후 처음이다. 비자발적으로 1대 주주가 된 데다 지분율이 높지 않은 만큼 현대차그룹의 경영 참여 의지는 낮을 것으로 보이지만 향후 지분 확대나 영향력 행사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하기는 어렵다. 국민연금의 입지 축소에 따라 소유분산기업인 KT의 독립 경영 환경이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오는 한편, 국내 통신기업 3사 모두 재계 2~4위 대기업집단이 최대주주가 된 것을 두고 통신시장 공익성 우려도 나온다.

현대자동차그룹이 KT의 최대주주 자리에 앉게 된 가운데 양 사의 협력 관계 등 향후 변화에 관심이 쏠린다. 서울 종로구 KT 광화문빌딩 전경. 사진=최준필 기자


#공익성심사에선 ‘합격’, 국감서 다시 다룬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올해 국정감사에서 역대 최대 규모의 증인·참고인을 채택했다. 김영섭 KT 대표와 김승수 현대차 부사장은 증인 명단에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출석 의무가 없는 참고인 명단에는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포함됐다. 과방위는 국민연금공단이 KT 보유 지분 일부를 매각하면서 현대차가 KT 최대주주로 올라선 데 대해 재검증을 진행할 예정이다. 

앞서 지난달 19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KT 최대주주 변경에 대한 공익성심사를 완료하고 현대차그룹의 KT 1대 주주 지위 확보를 적격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실제 지분이 변동한 건 지난 3월이다. 올해 3월 말 국민연금은 KT 주식 288만 4281주를 처분하며 지분율을 7.51%로 줄였다. 이에 따라 KT는 지난 4월 최대주주가 현대차그룹(7.89%)으로 변경된 사실을 공시하고 과기정통부에 최대주주 변경과 관련된 공익성심사를 신청했다. KT는 국가기간 인프라를 관리하는 기간통신사업자이기 때문에 이 회사의 최대주주가 되려면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라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공익성 심사 등 정부 인가를 받아야 한다. 

과기정통부 산하 공익성심사위원회는 KT의 최대주주 변경 후 사업 내용 변동이 없고, 지분 현상 유지만으로 비자발적 1대 주주가 된 현대차그룹이 ‘단순 투자’ 목적으로 주식을 보유하고 있으며 경영 참여 의사가 없는 점 등을 확인했다. 현대차그룹의 지분 8.07%(현대자동차 4.86%·현대모비스 3.21%)는 실질적 경영권 행사가 어려운 수준이라는 점 역시 종합적으로 고려해 현대차가 1대주주로 변경되는 것이 공공의 이익을 해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현대차가 KT 지분을 취득한 건 2022년 미래 모빌리티 영역에서 사업 협력을 하기 위해 맺은 지분 맞교환이 계기였다. 서울 서초구 현대자동차 사옥 전경. 사진=임준선 기자


현대차그룹이 KT 지분을 취득한 계기는 2022년 9월 실시한 지분 맞교환이었다. 상호 주주가 돼 통신과 미래 모빌리티 영역에서 시너지를 낸다는 취지였는데 당시 양 사는 투자 목적을 경영 참여가 아닌 일반 투자로 명시했다. 현대차그룹은 경영 참여에 선을 그었는데 국민연금의 주식 처분으로 최대주주 변경 상황을 맞닥뜨린 만큼 입장을 드러내는 것을 삼가는 분위기다. 

#준비·계획 없이 최대주주 ‘바통 터치’ 문제 없나 

KT의 최대주주 자리가 재계 3위 대기업 몫이 되면서 국내 통신업의 공공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KT새노조와 참여연대는 과기정통부 발표 직후 입장문을 내고 “정부의 심사 결과로 통신3사 모두 재벌 대기업에 종속되는 결과를 낳았다”며 “현대차로의 최대주주 변경이 유무선 통신 소비자와 가계통신비에 미치는 영향이 심도 깊게 검토됐는지 의문”이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김주호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팀장은 “공기업으로 출발한 KT는 현재 민간 기업이지만 소유분산 구조 속에서 공공성이 강조돼왔다. ‘보편적 역무’를 가진 유선전화 1위 사업자이기도 하다. KT는 최근 현대차와 커넥티드카 등 탈통신 관련 신사업 육성 협력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 현대차의 영향력이 커질 경우 통신 서비스 비용 부담이 커지거나 기간통신사업의 공익성보다 사익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다”며 “이번 공익성 심사 결과가 경영권을 행사하지 않는다는 조건을 달지 않아 장기적으로는 현대차의 영향력 확대를 담보할 수 없다”이라고 지적했다. 

KT 내부와 시민사회에서는 국내 통신업의 공공성 훼손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서울 시내 휴대폰 판매점. 사진=박정훈 기자


현대차그룹이 경영 참여를 하기 위해서는 과기정통부 장관의 최대주주 변경 인가를 받아야 한다. 다만 이번 공익성심사에서 현대차그룹에 KT 경영참여를 금지하는 별도 조건이 부과되지는 않았다. 

시장에서는 엉겁결에 국민연금과 최대주주 자리가 뒤바뀐 현대차그룹으로서도 부담스러운 상황에 처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통신에 따라오는 각종 규제나 실익을 따져보면 현대차그룹이 당장 무리해서 통신업을 떠안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것이다. 김용희 경희대 교수(오픈루트 연구위원)은 “지금 예상할 수 있는 부분은 양 사간 상호 협력 시 현대차가 조금 더 좋은 조건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정도다. 최대주주로서 큰 시너지를 낼 수 있거나 지분율을 늘릴 수 있다면 달라지겠지만 그게 아닌 상황에서 1대 주주를 유지할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여기에 더해 양 사가 이른바 보은 투자 의혹으로 사법리스크에 얽혀 있는 것 또한 간과하기 어렵다. 검찰은 KT 자회사가 현대차 관계사 지분을 고가에 인수한 의혹을 수사하고 있다. 현대차는 2015년부터 커넥티드카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스타트업 에어플러그와 기술용역 계약을 체결하다가 2019년 ‘에어플러그’의 지분 16%를 36억 원에 매입한 데 이어 2021년 245억 원을 들여 인수했다. 인수 직전 해 에어플러그의 매출은 약 60억 원이었다. 이듬해 9월 KT 자회사 KT클라우드는 ‘스파크앤어소시에이츠’(현 오픈클라우드랩)의 경영권을 206억 원대에 매입했는데, 이 회사의 설립자는 정 회장과 동서지간인 박성빈 씨다. 에어플러그의 설립자는 구현모 전 KT 대표의 쌍둥이 형인 구준모 씨로, 검찰은 KT클라우드의 스파크의 매입대금이 비정상적으로 높게 책정됐다고 보고 배임 혐의 등을 수사하고 있다.  

국민연금의 지분 대량 매각으로 KT 같은 기간통신사업자의 최대주주가 ‘바통’ 넘기듯 바뀌는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높다. 한석현 서울YMCA 시민중계실장은 “국민연금은 국내 주요기업에 상당히 많은 비중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데, 거대기업으로 최대주주가 변동되는 수준의 거래가 아무런 예측이나 준비 없이 발생한 사실은 문제적이다. 단순 해프닝으로 치부하기에는 안전장치가 미비했다”며 “현대차와 국민연금이 1, 2대 주주로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는 앞으로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은경 기자

go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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