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바로가기 본문바로가기
전체메뉴
HOME > Story↑Up > 덕후

[밀덕텔링] KADEX2024 주목해야 할 해외업체 도전자 3인방 전략은?

샤브·록히드 마틴·엠브라에르 홍보전 각축…수출도 좋지만 수입 의사결정 신중해야

2024.10.04(Fri) 10:16:28

[비즈한국] 지난 2일 계룡대 비상활주로에서 열린 방산전시회 KADEX2024에서 업계 관심은 ‘K-방산’으로 불리는 국산 무기체계가 얼마나 수출시장에서 활약할지에 대한 여부다. 물론 실제로 구매 계약이 현장에서 이뤄지는 것을 볼 수 없어 아쉬움이 남았지만, 필자는 현장에서 싱가포르, 루마니아, 호주, 폴란드, 대만 언론인들을 만나면서 K-방산무기에 대한 외국의 관심이 아직 식지 않았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런데, 필자가 주목한 것은 우리가 수출한 무기가 아니라 이제 곧 수입해야 할 무기 구매 사업과, 그것을 도전하는 해외 방위산업체의 행보다. ​

 

시콜스키의 킹 스탈리온 헬기. 사진=록히드마틴 출처

 

  

현재 전 세계가 주목하는 K-방산의 수출성과 이전에,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가장 많이 해외에서 무기를 수입하는 국가 중 하나다. 방산 수출이 워낙 주목받다보니 간과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현재도 대한민국의 해외 무기도입 규모는 금액 기준으로 세계 6위에 달한다. 방산 수출실적이 세계 9위인 것을 생각하면 아직도 우리는 무기 구매를 많이 하는 ‘방산 무역수지 적자국’ 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만 K-방산의 수출 실적이 최근 몇 년간 눈부시게 발전한 것은 명백한 사실이고, 초음속 전투기, 기동헬기 및 경공격헬기, 구축함, 잠수함, 전차 등 최신 기술이 필요한 첨단 무기를 국산화해 우리 군이 해외 무기를 도입하는 비중이 크게 줄어든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K-방산이 성장한 지금도 국외구매로 수입해야 하는 무기가 무엇이고, 그들이 어떻게 세일즈 활동을 하는지 살펴보는 것은 오늘날의 대한민국 방위산업의 올바른 맥락을 파악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관점에서 보자면, 이번 카덱스에서 주목해야 할 세 곳의 해외업체가 있다. 모두 국산화가 아직 미진한 새로운 영역의 신무기, 혹은 최첨단 기술이 필요한 최신 무기를 만드는 업체다. 아울러 도전자의 입장에서 한국 시장 진입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고, 그들의 전략에서 대한민국 방산의 현 주소를 엿볼 수 있었다.

 

첫 번째로 살펴볼 도전자는 스웨덴의 샤브(SAAB)다. 샤브는 현재 기종 선정을 위한 시험 평가가 진행 중인 조기경보기 2차 사업에서 글로벌 아이(Global Eye)로 한국 시장을 공략 중이다. 조기경보기는 공중 조기통제기 등으로 불린다. 일반 전투기나 항공기보다 훨씬 큰 레이더를 민수용 항공기에 붙여 먼 거리에 있는 적 항공기를 탐지해 전투기나 지상 부대에 미리 적의 접근을 알리는 역할을 한다. 비행기 내부에는 레이더 뿐만 아니라 아군 비행기에게 작전 지시와 관제를 할 수 있는 좌석이 마련돼 떠 다니는 공중 작전 지휘소가 된다. 

 

현재 한국은 4대의 보잉(Boeing) E-737 피스 이글(Peace Eagle)을 운용 중인데, 4대로는 24시간 우리 영공에 조기경보기를 띄울 수 없어 4대의 조기경보기를 구매하기 위해 3조 900억 원의 예산을 책정한 ‘조기경보통제기 2차 사업’을 진행 중이다. 

 

당연히 현재 경쟁구도에서 가장 승리 가능성이 높은 기종은 보잉의 피스 이글이다. 보잉은 오히려 카덱스에 부스를 내지 않는 ‘로우 키 전략’으로 미디어의 노출을 피하고 있으며 상세한 제안 내용이나 여타 정보를 숨기고 있다.

 

반면 한국 시장에 처음으로 조기경보기 제품 글로벌 아이를 제시한 샤브는 현장에 부스를 설치하고 적극적인 마케팅을 전개했다. 샤브는 국내 방산 항공기업 한국항공우주산업(KAI)과 지난 2일 글로벌 아이 사업에 대한 MOU를 맺었다. KAI는 글로벌 아이의 국내 개조 및 조립과정을 책임지고 창정비 역시 KAI의 계열사인 KAEMS에서 맡게 될 예정이다. 샤브는 이를 통해 KAI가 미래에는 스스로 조기경보 통제기, 원격 전자전기 등 특수목적 항공기 개조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노하우를 배울 수 있을 것이라 말했으며 업체 이름을 공개하는 것을 거부했으나 공중조기경보기의 핵심 부품인 레이더의 안테나 혹은 보조 레이더를 한국 업체가 생산하는 방안을 모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두 번째 살펴볼 도전자는 미국의 록히드 마틴 시콜스키(Lockheed Martin Sikorsky)다. 세계 최대 규모의 방위산업체이자,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고가의 무기 구매 사업인 FX3차 사업과 후속 사업에서 60대의 F-35 스텔스 전투기를 한국에 판매한 록히드 마틴을 챔피언이 아닌 도전자라고 부르는 이유는 록히드 마틴이 국내 군용 헬기 사업에 뛰어들어 한국 시장에 진출하고자 하기 때문이다.

 

록히드 마틴이 도전하는 사업은 ‘특수작전용 대형기동헬기’다. 북한의 도발을 막기 위한 특수작전 임무를 수행할 대형 헬기를 구매하는 이 사업은 2031년까지 3조 7000억 원의 예산을 들여 20대의 헬기를 구매하는 것이다. 경쟁사인 보잉의 CH-47 치누크(Chinook) 헬기는 이미 우리 육군이 총 60대를 구매한 바 있어 보잉의 우승을 점치는 군사전문가들이 많다.

 

카덱스에 부스를 설치하고 CH-53K 킹 스탈리온(King Stallion)을 홍보중인 록히드 마틴은 이런 상황을 반전시키기 위해 홍보에 사활을 거는 모양새다. 특히 가격적으로 치누크보다 비싼 킹 스탈리온의 단점을 인정하면서도, 치누크 대비 향상된 적재능력과 비행성능이 가격을 상쇄할 수 있다는 논리를 편다. 대형 특수작전헬기가 전시에 북한 전 지역을 침투할 수 있어야 하고, 많은 장비와 인원을 한 번에 태워서 투입해 북한군 지휘부나 대량살상무기를 순식간에 무력화하는 ‘전략적 특수작전’을 수행해야 한다는 점에서 일정 부분 일리가 있다.

 

하지만 대한민국 방위산업의 사업 진행 특성상 비싼 제품이 선정되는 것이 매우 힘든 것을 록히드 마틴도 잘 알기 때문에, 록히드 마틴측은 한국이 킹 스탈리온을 구매시 FACO(Final Assembly and Check Out)작업을 진행할 수 있다는 절충교역안을 제시했다.

 

FACO는 일본 등 록히드 마틴의 F-35 스텔스 전투기를 구매한 나라들 중 일부가 채택한 생산 방식으로, 미국이 아닌 현지 최종조립 및 점검을 수행해 구매 국가의 산업 역량을 높이는 방법이다. 만약 우리가 킹 스탈리온을 구매한다면 세계 최초로 한국에 킹 스탈리온 FACO 시설이 세워지게 된다. 

 

마지막으로 살펴볼 도전자는 브라질의 엠브라에르(Embraer)이다. 엠브라에르는 위의 두 회사들과 달리, 지난 2023년 12월 대형수송기 2차 사업(LTA-2)에서 이미 승리해 현재 한국 공군용 C-390 비행기가 조립 중이다. 

 

이미 한 차례 사업에서 승리한 엠브라에르를 챔피언이 아닌 도전자로 이야기하는 이유는 대형수송기 사업에서 아직 주도권을 쥐고 있는 경쟁업체 록히드 마틴의 C-130J 떄문이다.

 

록히드 마틴은 1980년대부터 2014년까지 C-130 수송기를 한국 공군에 인도했으며 이번 대형수송기 2차 사업에 승리한 엠브라에르는 단 3대의 납품만 승인받은 상태다. 한번 이겼지만 여전히 잔여 사업에서의 승리를 보장할 수 없는 상황이다. 

 

더욱이 록히드 마틴의 첫 패배였던 대형수송기 2차 사업의 후속 사업인 3차 사업의 지연은 엠브라에르에게 불리하다. 현재 우리 공군은 일반 군사작전 뿐만 아니라 교민 호송, 의료지원 등 다양한 임무를 수행할 수송기가 필요한데, 아직 작전요구도(ROC) 산출이 끝나지 않아 3차 사업 진행이 계속 늦어지고 있다. 

 

엠브라에르는 이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한국 공군용 C-390의 인도를 서두르는 모양새다. 26년 말부터 한국 공군이 C-390을 인수하면 기존에 운용 중이던 C-130과의 비교가 자연스럽게 이뤄져 C-130보다 C-390에 유리한 ROC를 공군이 스스로 작성할 것이라는 기대를 가진 것으로 예측된다.

 

실제로 C-390과 C-130은 크기과 가격 면에서 유사한 경쟁 기종으로 분류되지만, C-390의 경우 완전한 캐빈 여압장치(Cabin Pressurization)와 연비가 높은 터보팬 엔진을 가지고 있어 더 높은 고도에서 더 빨리 비행이 가능한 장점을 가지고 있다.

 

이렇게 KADEX에서 챔피언에게 도전하는 ‘도전자 3인방’ 해외업체들은 경쟁기종 대비 성능상 우위 뿐만 아니라, 산업협력에서 국내 대형 방산기업과의 협업이나 공동 개발을 통해 유리한 상황에 있는 경쟁자를 따라잡고자 노력하고 있다. 

 

해외 방산업체들의 이런 흐름이 긍정적인 효과도 크지만, 자칫 의사결정이 잘못될 경우 그 손해도 상당하다. C-390의 경우 한국 공군에 단순 판매 뿐만 아니라, 향후 군용 수송기 시장에서 브라질과 대한민국이 같이 진출하는 모델을 위해 국내에서 C-390을 능가하는 대형 수송기 개발제안을 한 바 있다. 하지만 대형 수송기의 성능과 효율성, 수출 경쟁력 이슈가 제기돼 안타깝게도 현재 중단된 실정이다.

 

K-방산의 수출 실적이 놀라운 속도로 성장하는 지금도, 대한민국이 모든 무기를 국산화하지 못한다. 국방부와 방위사업청이 무기체계를 국외구매하고자 할 때, 최저가 입찰에 집착하기 보다는 산업협력과 국내 방위산업의 성장에 도움이 되는지를 더욱 살펴봐야 하는 이유다.​

김민석 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

writer@bizhankook.com

[핫클릭]

· [현장] "태풍 올라오는데 텐트 괜찮을까" KADEX 2024 개막
· '우수한 기술력 갖고도 고배' 대기업에 유리한 평가기준에 우는 중소 방산기업
· [현장] 한화·KAI·LIG넥스원 빠진 DX코리아 2024, 볼거리 뭐가 있나
· 기후변화로 늘어난 북극 항로 '패권경쟁' 본격화
· [밀덕텔링] [단독]한화, 폴란드 다연장로켓에 '전투함 킬러' ASBM 미사일 통합 제안


<저작권자 ⓒ 비즈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