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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환자 셋 중 한 명은 서울로…'전문의뢰제'가 원정치료 막을까

지방에도 좋은 병원 있지만 '사례 많은' 수도권 상급병원 선호…환자단체 "전문의뢰제 앞서 주치의제도 도입"

2024.10.02(Wed) 18:27:02

[비즈한국] 지난해 암 환자 3명 중 1명은 서울에 위치한 의료기관에서 수술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실시하는 ‘암 적정성 평가’ 결과를 살펴봐도 지역 병원의 의료 수준은 수도권과 크게 다르지 않다. 교통비, 숙박비 등의 부담에도 환자들이 서울로 원정진료를 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암 환자들은 어떤 기준으로 병원을 선택하고, 정부가 발표한 ‘전문의뢰제’가 이 같은 쏠림 현상을 해소할 수 있을지 환자단체의 목소리를 들었다. 

 

의정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서울의 한 응급의료센터 앞에 ‘경증환자 진료 불가’ 안내문이 놓여 있다. 사진=최준필 기자

 

#심평원 평가 결과, 1등급 병원 서울에 가장 많아…‘0’인 권역은 없어

 

최근까지도 암 환자들은 원정진료를 택하고 있다. 박희승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방에 거주하는 암 환자 3명 중 1명이 서울에 있는 의료기관에서 수술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전국 17개 시도에서 암 수술을 받은 환자 수는 30만 1644명으로, 서울 외 타지역 암 환자 24만 8713명 가운데 8만 1889명(32.9%)이 서울에서 수술을 받았다. 서울의 경우 암 환자가 거주 지역에서 수술받은 비율(자체충족률)이 93.4%인 반면 서울 외 타지역은 48.9%로 나타났다. 자체충족률이 가장 낮은 지역은 경북으로 13.2%였다. 

 

환자들은 ‘전문성’ 등을 이유로 수도권 상급종합병원을 선호하는데, 지역 병원들은 상황이 어떤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암 적정성 평가’ 결과를 살펴봤다. 수술, 항암화학요법, 방사선 치료를 받은 만 18세 이상 환자를 대상으로 실시하는 평가는 전문인력 구성 여부, 수술 관련 기록 충실률, 입원일수 및 사망률 등을 지표로 한다. 병원별로 1~5등급으로 구분되며, 종합결과가 95점 이상인 경우 1등급을 받는다. 평가대상 총 건수가 10건 미만인 경우 등급에서 제외된다. 주요 암인 대장암, 위암, 유방암, 폐암 환자를 대상으로 평가가 진행된다. 

 

평가 결과 1등급을 받은 의료기관 수는 서울, 경기권, 경상권 순으로 많았다. 모든 암에서 1등급 의료기관은 서울이 30% 비율을 차지했고, 경기권과 경상권은 20%대였다. 하위 권역 4곳인 충청권, 전라권, 강원권, 제주를 다 합쳐서 그 수가 서울에 못 미쳤다. 다만 권역별로 1등급 의료기관이 ‘0’인 곳은 없었다. 종별로는 상급병원일수록 1등급을 받은 경우가 많았지만, 일부 암은 종합병원 혹은 병원급이 1등급을 받거나 상급종합병원보다 높은 등급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이 밖에 종합병원이 4, 5등급을 받은 사례도 확인됐다.

 

#“전문의뢰제, 오랜 기간 환자 지켜본 주치의가 의뢰해야 효과”

 

지역에서 암 치료를 받을 여건이 되는데도 환자들이 올라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환자들은 암이라는 질병의 특성상 ‘사례’가 많은 병원을 찾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한다. 김성주 한국중증질환연합회 대표는 “다른 질병은 약물 등 수술 외의 방법이 있지만 암은 그렇지 않다 보니 수술 사례가 많은 병원을 선택해야 한다. 더욱이 치료 과정에서 내성이 생기거나 더 이상 치료가 어려운 상황이 올 경우 임상이 많이 배정된 빅5 병원을 갈 수밖에 없다. 환자들도 제약사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지방으로 임상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한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환자가 다시 가파르게 증가하던 지난달 22일 서울의 한 병원에 코로나19 확산세에 따른 마스크 착용 권고문이 게시돼 있다. 사진=최준필 기자

 

암 환자들은 주로 매체 등에 ‘명의’로 소개되는 의료진을 찾아보고, 가까운 지인이나 암 경험자들로부터 정보를 얻는다고 한다. 그러다 보면 결국 종착지는 수도권 상급종합병원이 된다는 것. 병원별로 심평원 등급을 내세우지만 ​환자단체는 ​평가 지표가 개선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성주 대표는 “병원 평가에 환자들 목소리는 잘 담기지 않는다. 환자들이 왜 서울까지 올라가는지 들어봐야 하지만 최근까지도 이와 관련한 의견 청취 등은 없었다. 의료대란 이후 지역 2차 병원에서 진료를 받은 사례가 늘어난 만큼 이들을 대상으로 조사를 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달 27일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지원사업 추진방안을 발표하고 상급종합병원이 권역 내 다른 의료기관과 협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전문의뢰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기존에는 환자들이 의뢰서를 바탕으로 직접 의료기관을 방문해 수도권 상급종합병원에 쏠림 현상이 나타났다. 전문의뢰제는 병의원 의사가 지역의 종합병원을 직접 예약해주고, 환자는 해당 병원에서 패스트트랙으로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한다. 전문의뢰제에 참여한 의사에게는 수가 보상을 해준다. 상급 의료기관을 병의원이 직접 정해주는 방식은 그동안 의료계 안팎에서 빅5 쏠림 현상 해결방안으로 제시돼왔다. 

 

환자단체는 전문의뢰제 도입에 앞서 ‘주치의제도’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환자를 오랜 기간 지켜보지 않은 의료진이라면 전문의뢰제가 실효성이 없을 수 있다는 것이다. 김성주 대표는 “주치의제도가 지역에 먼저 자리를 잡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환자를 짧게 보고는 어느 병원으로 옮겨야 하는지, 가도 의미가 없는지 알기 어려울 수 있다. 환자를 단기간 몇 번 보고 보내는 방식은 맞지 않다”며 “상급종합병원을 전문의 중심으로 만들겠다는 계획도 바람직하지만, 전문의 인력을 결국 지역의 2차 병원에서 데려오는 것이 아닌지 우려스럽다”고도 말했다. 

김초영 기자

choyou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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