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배달앱 업체와 자영업자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프랜차이즈협회는 배달앱의 수수료 횡포가 과다하다며 배민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고, 자영업자 사이에서는 배달앱 탈퇴 운동도 번지고 있다. 배달앱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프랜차이즈협회, 배민 공정위 신고…“쿠팡이츠 신고도 논의”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가 27일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 협회 측은 “배민은 서비스 공급에 필요한 비용의 변동이 없음에도 정당한 이유 없이 두 차례에 걸쳐 배달앱 이용료를 대폭 인상했다”며 “배달앱이 소비자에게 무료배달 혜택을 약속하고, 비용 부담은 점주에게 전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배민이 시장 1위 사업자이기 때문에 배민을 먼저 공정위에 신고한 것이다. 추후 쿠팡이츠 신고에 대해서도 논의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배달앱을 이용하는 자영업자들의 불만도 극에 달하는 상황이다. 최근 광주, 전남, 울산, 김해 등의 소상공인연합회는 배민 앱 탈퇴를 선언했다. 배달앱의 수수료 횡포에 자영업자의 생존권이 위협 받는다며 소비자에게도 민간 배달앱 대신 공공 배달앱 사용을 권장하고 있다. 프랜차이즈 업계는 배달앱 수수료로 인한 가맹점 수익성 악화 등을 우려하며 이중가격제를 도입해 논란이 커지고 있다. 맥도날드, KFC, 파파이스 등이 매장 판매가보다 배달앱 주문 가격이 높은 이중가격제를 도입했고, 롯데리아도 24일부터 배달 메뉴의 가격을 인상했다. 한 프랜차이즈업계 관계자는 “가맹점 수익률을 위해서는 이중가격제 도입이 불가피하다. 전체 가격을 올리는 것에 대해서는 소비자 거부감이 크다 보니 배달 가격만이라도 조정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중가격제 도입 분위기가 확산하자 배달앱 업계가 외식 물가 인상을 주도하고 있다는 비난도 거세지고 있다. 반면 배달앱 업계는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할 뿐이다. 24일 쿠팡이츠는 “고객 배달비 전액을 쿠팡이츠가 부담하며, 업주에게는 어떠한 부담도 전가하지 않는다”, “‘이중가격제’는 특정 배달 업체에서 무료배달 비용을 외식업주에게 전가하고 수수료를 인상한 것이 원인”이라며 배민의 행태를 지적하는 자료를 배포했다. 이에 배민은 곧바로 “왜곡된 주장”이라며 “이 같은 주장을 지속할 경우 법적 대응도 적극 검토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자영업자 매일 피눈물인데, 수수료 상한제 도입 가능할까
배달앱 3사의 수수료 논란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10년 전인 2014년부터 자영업자 사이에서는 배달앱 수수료에 대한 불만이 나오기 시작했다. 배달앱의 고가 수수료 문제는 국감의 단골 이슈였고, 논란이 커질 때마다 배달앱 업체들은 일시적으로 수수료를 인하하는 정책을 꺼내 들며 논란을 잠재우려 애썼다.
최근 배달업계는 무료배달 경쟁에 나서며 또다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지난 3월 쿠팡이츠가 업계 최초로 무료배달을 선언했다. 쿠팡 유료 멤버십 회원 대상으로 쿠팡이츠 무료배달이라는 파격적인 혜택을 제공했고, 이를 계기로 요기요를 제치고 업계 2위로 올라섰다. 이후 요기요 역시 구독 서비스 요기패스X를 선보이며 배달비 무료 혜택을 제공했고, 이달 초 배달의민족도 유료 멤버십 배민클럽 서비스를 출시하고 회원 대상 무료배달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배달앱 3사의 무료배달 경쟁은 수수료 인상과 자영업자의 배달비 부담으로 이어졌다. 김주호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민생경제팀장은 “현재 배달앱의 중개수수료가 9.8%지만 별도의 광고 수수료, 결제 수수료 등이 추가된다. 그럼 적게는 10%, 많으면 음식 가격의 30%까지도 수수료로 내게 되는 상황”이라며 “점주가 가져가는 순이익보다도 배달앱 플랫폼에 더 많은 수수료를 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중개 플랫폼이 상품 생산자(점주)보다 더 많은 이익을 가져가는 것이 적절한가에 대해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배달앱 규제 마련에 대한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김주호 팀장은 “주요 계약 조건에 대한 변경이 있으면 입점 업체와 사전 협의를 하도록 하는 법안이나 수수료 상한제 관련 법안 등이 국회에 발의돼 있다. 정부와 업계가 충분히 논의해 법제화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플랫폼 규제에 대한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그동안은 플랫폼 규제 법안이 발의됐다가도 흐지부지돼왔다. 하지만 지금 같은 분위기에선 정부도 손 놓고 있을 수 만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배달플랫폼은 자율규제 대상이다. 온라인 플랫폼의 수수료 등에 대해 정부의 인위적 개입 없이 자율적으로 운영하도록 하는 방침이다. 하지만 플랫폼 규제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면서 공정위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추진 중이다. 공정위는 당초 플랫폼 규제 방식에 대해 시장지배력이 큰 거대 플랫폼을 사전 지정해 규제하는 ‘사전지정’ 방식을 도입하려 했으나, 업계 반발 등의 이유로 ‘사후추정’ 방식을 도입하기로 했다.
사후추정제는 독과점 플랫폼의 반칙 행위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특정 기준을 넘어서면 지배적 플랫폼으로 추정해 제재 수위를 높이는 방식이다. 위반 행위가 있을 때마다 플랫폼의 독과점 여부를 별도로 판단해야 해 신속한 제재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는다.
특히 사후추정제에서는 배민, 쿠팡 등 배달업계 주요 기업이 규제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문제도 있다. 공정위가 밝힌 사후 추정의 기준은 △1개 회사의 시장 점유율이 60% 이상, 이용자 수가 1000만 명 이상 △3개 이하 회사의 시장 점유율이 85% 이상, 각 사별 이용자 수가 2000만 명 이상이다. 해당 기준을 충족하더라도 연매출 4조 원 이하 플랫폼은 규제 대상에서 제외된다. 쿠팡, 배민 모두 해당 기준을 충족하지 않는다.
업계에서는 규제 대상 기준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공정위는 독과점 여부를 판단할 때는 업종별로 분류를 하면서, 사후추정제의 경우 업종 구분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 아쉬운 부분이다. 단순 매출 규모 등으로만 따지기보다는 업종별로 구분해 시장 독과점 기업을 보다 정확히 추려낼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미국 등은 수수료율 상한제를 두고 수수료율을 규제하고 있으나 국내의 경우 별다른 규제가 없다”면서 “수수료 인상률에 대한 규제라도 먼저 도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배민은 중개수수료를 6.8%에서 9.8%로 44% 인상했고, 쿠팡은 멤버십 비용을 58%가량 인상한 바 있지 않나. 인상률이 엄청나다. 당장 수수료 상한제 도입이 어렵다면 플랫폼의 수수료, 요금제 인상률에 대한 규제라도 도입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했다.
박해나 기자
phn0905@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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