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윤석열 정부의 경제 정책 초점이 ‘물가와의 전쟁’에서 ‘경기 침체와의 전쟁’으로 옮겨가고 있다. 올해 초 물가 안정을 강조해오던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이 최근 경기 회복으로 바뀐 것이다. 또 기획재정부가 매달 내놓는 ‘최근 경제동향(그린북)’도 물가에 대한 지적은 줄어든 반면 경기 회복에 대한 우려가 점차 커지고 있다.
정부가 이처럼 경제 대책을 고물가에서 경기침체로 바꿀 움직임을 보이면서 다음 달 금융통화위원회를 개최하는 한국은행이 정부와의 갈등 우려 없이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최근 부동산 가격 급등으로 가계 부채가 늘고 있어 부동산 안정 방안을 놓고 정부와 금융권의 고민이 깊어질 전망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24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무회의 모두 발언에서 “9월 19일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4년 6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0.5%포인트 낮추기로 결정했다”며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해 높은 금리를 유지했던 통화정책이 전환점을 맞은 것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어 “수년째 이어오던 고물가, 고금리 시대가 저물어 가는 조짐이 보인다”며 “앞으로 글로벌 안보, 공급망 불안이 확대되지 않는다면, 물가는 2%대의 안정적 흐름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이 공개석상에서 물가 안정에 대해 확신에 찬 발언은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신 경기에 대한 우려는 드러냈다. 윤 대통령은 “누적된 고물가와 고금리로 인해 국민들의 체감 경기는 쉽게 회복되지 않고 있다”면서 각부 장·차관들에게 “정부의 노력이 실질적인 민생의 변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더 열심히 뛰어 주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올해 1월 16일 국무회의에서 “영세기업들이 고금리, 고물가로 견디기 힘든 상황”이라며 고물가 상황에 우려를 표시한 뒤 지속적으로 물가 안정 정책 필요성을 강조해왔다. 한 달 전인 8월 27일 국무회의에서도 “고금리와 고물가, 매출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들을 위한 맞춤형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말해 여전히 물가가 불안한 상태임을 시사했다. 이처럼 물가에 중심을 둬왔던 윤 대통령 발언이 경기로 옮겨간 셈이다.
이러한 변화는 정부의 경제 상황 평가에서도 드러나고 있다. 기재부는 19일 내놓은 ‘2024년 9월 최근 경제동향(그린북)’에서 최근 우리 경제에 대해 ‘물가 안정세가 확대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물가에 대해 안정세가 확대 중이라는 평가는 이번이 처음이다. 기재부는 올해 1월 그린북에서 ‘물가 상승세가 둔화하고 있다’고 한 평가를 6월까지 이어갔다.
한때 5%대를 기록했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지속적으로 하락해 올해 들어 3%대 초반으로 떨어졌지만 아직은 안심하기 이르다는 의미였다. 이러한 물가에 대한 평가는 7·8월에 ‘물가 안정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로 고물가 불안감이 사라지고 있음을 보여준 뒤 9월에는 안정세 확대로 바뀌었다. 윤 대통령 말대로 2%대 안정적 흐름이 안착했다는 의미다.
이에 반해 경기, 특히 서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내수에 대한 우려는 커졌다. 기재부는 9월 그린북에서 경기에 대해 ‘완만한 내수 회복 조짐 속에 부문별 속도 차가 존재한다’고 평가했다. 올해 5월 그린북에서 ‘내수 회복 조짐이 가세하며 경기 회복 흐름이 점차 확대되는 모습’이라고 평가하고 이를 8월까지 이어갔던 상황과 달라진 것이다. 내수 부문 경기가 침체할 조짐을 보이고 있음을 드러낸 것이다.
실제로 시민들의 경기 판단에 대한 심리는 악화됐다. 25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4년 9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현재경기판단 소비자동향지수(CSI)는 71로 전월 대비 2포인트 떨어졌다. 또 보여주는 향후경기전망 CSI 역시 전월 대비 2포인트 떨어진 79를 기록했다. CSI는 기준값인 100보다 낮으면 경기가 나쁘다고 평가하는 소비자가 많다는 의미다. 즉 현재 경기가 나빠지고 있고, 앞으로도 나빠질 것이라고 부정적으로 보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승현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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