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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김정주 사태' 막을 방법은? 사망자 코인 조회 언제쯤 될까

재산 조회 대상서 제외, 유족이 거래소마다 일일이 요청해야…최근 관리 재단 설립 기준 마련

2024.09.27(Fri) 09:56:11

[비즈한국] 가상자산이 이용자보호법의 시행으로 금융당국의 감독하에 놓였지만, 여전히 사망자 재산 조회 대상에는 포함되지 않아 사각지대에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망 밖에서 크던 가상자산이 뒤늦게 규제 안으로 들어왔지만, 업계를 대표하는 정식 기구조차 없는 등 실질적인 ‘금융 자산’으로서의 역할에 한계가 드러난 셈이다.

 

가상자산이 이용자보호법 시행으로 제도권에 들어왔지만 금융 자산으로서 인정받기까지는 갈 길이 멀다. 사진=박정훈 기자

 

사망자 재산 조회 서비스(안심상속 원스톱서비스)는 피상속인이 재산을 정리할 시간 없이 갑자기 사망할 경우, 유족(상속인)이 사망자의 재산을 통합 조회할 수 있는 서비스다. 서비스를 신청하면 상속인은 개별 기관을 일일이 찾을 필요 없이 한 번에 사망자의 재산 소유 현황을 알 수 있다. 행정안전부는 이 서비스를 2015년 6월부터 시작해 조회 가능한 재산의 종류를 꾸준히 늘려왔다.

 

상속인이 조회 가능한 사망자의 재산 종류는 △금융거래 △국세 △4대 보험 △지방세 △연금(국민연금, 공무원연금, 사립학교교직원연금, 군인연금, 근로복지공단퇴직연금) △공제회(건설근로자퇴직공제금, 대한지방행정공제회, 군인공제회, 과학기술인 공제회, 한국교직원공제회) △자동차 △어선 △토지 △건축물 등 19종이다. 행안부는 여기에 선불식 할부거래 상품을 추가하는 예규(사망자 및 피후견인 등 재산 조회 통합처리에 관한 기준) 개정안을 7월 1일 내놓은 상태다.

 

이때 금융거래 조회는 금융감독원에서 담당하는데, 금감원은 각 금융사와 금융협회로부터 정보를 받아 제공한다. 상속인은 금감원이나 은행 등 금융사에 방문해 조회를 신청할 수 있으며, 피상속인 명의의 금융채권(예금, 보험 등)·채무·주식·어음·상조회사 가입 여부 등을 알 수 있다. 대부업체까지 조회하므로 사실상 대부분의 금융 자산이 포함된다. 금융사는 통상 사망자 계좌 조회 신청 사실을 통보 받으면 해당 계좌를 거래 정지한다.

 

하지만 가상자산의 경우 조회 가능한 금융거래 내역에 포함되지 않아, 상속인이 거래소마다 별도로 자산을 조회해야 한다. 국내 5대 원화 거래소(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고팍스)는 상속인이 사망자 계좌 조회를 요청할 경우 증빙서류(가족관계증명서 등)로 확인 절차를 거쳐 계좌 확인, 자산 상속 등을 지원한다. 신청 절차가 어렵지는 않으나, 사망자가 어디에 어떤 가상자산을 보유했는지 모른다면 유족이 일일이 모든 거래소에 신청해 확인해야 하는 셈이다.

 

한 원화 거래소 관계자는 “상속인의 자산 조회 요청은 1년에 많으면 20회 정도, 보통 연 10회 이하로 들어왔다. 많은 편은 아니다”라며 “이용자보호법이 시행된 이후 지켜야 할 규제가 적지 않아 거래소에서 개인정보 조회까지 강화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5대 거래소 중 코빗은 2023년 4월부터 신용평가사인 코리아크레딧뷰로(KCB)와 사망자 정보 수집 계약을 맺고 있다. 코빗에 따르면 회원 중 제3자 정보제공에 동의한 회원만 조회하며, KCB를 통해 사망 여부를 확인 시 계정을 동결하고 상속인의 요청에 따라 자산을 반환한다. 코빗이 회원의 사망 여부를 조회하는 경우는 해당 계좌에 타인이 접근한 것으로 의심될 때다.

 

이 같은 서비스는 가상자산 거래소 계정을 해킹해 자산을 탈취하는 범죄가 발생하면서 마련됐다. 방치된 계정에서 이상 거래가 발생하면 거래소가 자체적으로 회원의 사망 여부를 파악하고 계좌를 동결할 수 있도록 조치한 것. 실제로 2022년 고 김정주 넥슨 창업주의 코빗 계정이 해킹을 당해 가상자산을 탈취 당했는데, 당시 코빗이 이상 거래를 감지하고 직접 수사기관에 신고하면서 사건이 알려졌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9월 26일 16개 가상자산 거래소 대표를 만나 간담회를 열고 향후 감독 방향에 대해 언급했다.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가상자산이 언제 금융거래조회 대상에 포함될지는 미지수다. 우선 가상자산이 제도권에 ‘절반’만 편입된 상태라는 점에서 갈 길이 멀다. 가상자산이 1단계 법안(이용자보호법)을 통해 금융당국의 감독을 받고 있지만, 가상자산의 발행·유통·공시 등을 규정하는 2단계 법안(규제기본법)은 마련하지 못한 상태다.

 

다만 9월 26일 이복현 금감원장이 16개 가상자산 거래소 대표와의 간담회에서 “규제 불확실성 해소를 위해 1단계 법안과 자율규제의 시행 경과를 지켜보면서 정책당국과 2단계 법안을 적극적으로 논의하겠다”라고 언급한 만큼 22대 국회에서 2단계 입법이 추진될지 주목된다.

 

자산 조회를 일괄적으로 담당할 기관이 없다는 것도 해결할 과제다. 현재 가상자산 업계에선 자율규제 협의체인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DAXA·닥사)가 협회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닥사는 5대 원화 거래소의 회비로 운영되는 곳으로, 사단법인으로도 등록하지 못한 상태다. 대형 원화 거래소의 자금으로 운영하니 거래소 입김에서 자유롭기 어렵고, 코인 거래소의 입장은 대변하지 못한다는 한계도 뚜렷하다.

 

이 때문에 9월 26일 금융위에서는 이용자 자산관리를 위한 별도의 재단 설립을 허가한 상태다. 닥사는 영업을 종료한 거래소의 자산을 이용자에게 반환하기 위해 ‘디지털자산보호재단’의 설립을 추진해왔는데, 이번에 ‘금융위원회 소관 비영리법인의 설립 및 감독에 관한 규칙’을 근거로 허가를 받으면서 재단을 세울 수 있게 됐다.

 

업계 관계자는 “은행 등 기존 금융사는 회사끼리 정보를 공유하는 시스템이 있고 허브 역할을 하는 정부 기관도 있지만 가상자산 시장엔 그런 조직이 없다”며 “거래소마다 운영 시스템이 상이하고 아직은 제도가 미비한 만큼, 일괄 자산 조회와 같은 서비스는 인프라를 더 갖춘 후에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심지영 기자

jyshim@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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