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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한 기술력 갖고도 고배' 대기업에 유리한 평가기준에 우는 중소 방산기업

업체 규모로 평가되는 정성적 항목 많아…"기준 바꾸고 100억 미만 사업은 대기업 참여 제한해야"

2024.09.26(Thu) 17:16:53

[비즈한국] 우수한 기술력을 갖춘 방산 중소기업들이 ‘무기체계 제안서 평가 기준’으로 인해 방산 시장에 진출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특허 기술을 보유했음에도 평가 기준이 대기업에 유리하게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방산 생태계를 ​건강해지려면 현행 무기체계 제안서의 평가 기준을 바꾸고 정보통신체계 등 예산이 100억 원 미만인 사업은 대기업 참여를 제한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신속연구개발 대상 사업인 ​상용 저궤도위성 기반 군 통신체계 개념도. 사진=방위사업청 제공


유무인 복합체계를 구현하는 데 필요한 첨단 무선 네트워크 기술을 인정받은 A 기업은 최근 사업 수주경쟁에서 ​대기업에게 밀려 고배를 마셨다. 

A 기업은 기술 기반 과제를 기획해 군에 신속연구개발 사업으로 최초로 제안했다. A 기업 외에는 국내에서 실질적으로 이 기술을 실용화한 업체가 없지만 추진 과정에서 정보가 공개됐고 대기업이 뛰어들었다. 결국 A기업은 과제 선정에서 탈락했다. 추후 사업 입찰에서도 제안서 평가 결과 대기업 두 곳보다 8점 이상의 점수가 낮아 사업 수주에 실패했다.

A 기업은 기술평가에서 80% 미만의 점수를 받아 협상 대상 업체 순위에도 못 들었다. 제품까지 납품한 업체가 연구개발 가능성만 제시한 기업보다 기술력이 저평가된 이유를 물었다. 그러나 기술평가는 ‘평가위원 몫’이라는 답변만 들었다. 현재 ​A 기업은 해외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선진국들과 치열한 수주 경쟁을 펼치고 있다.

업계에서는 무기체계 제안서 평가 기준으로 인해 중소·중견기업이 대기업과 경쟁할 수 없다고 말한다. 업계 관계자는 “제안서의 기술능력 평가 24개 항목 중 11개 항목이 중소기업에 불리하다. 항목당 0.5점 차이만 나도 5.5점이 뒤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소숫점 이하 단위로 입찰 결과가 달라지는 특성상 5.5점 차이라면 치명적이다. 

실제 중소기업은 제안서를 작성할 인력이 여유롭지 않아 대기업과 경쟁하기 어렵다. 중소기업 관계자는 “대기업은 개발이나 양산에 참여하는 인원뿐만 아니라 관리 인원도 많다. 중소기업은 특허 기술을 보유했지만, 제안서는 대기업이 더욱 돋보인다. 대기업은 관련 없는 사업 실적이라도 많이 채우고 제안서를 잘 꾸민다. 심사위원들이 그런 부분들을 높게 보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실제 현행 제안서 평가방식은 기술능력 평가(80점), 비용 평가(20점), 가·감점 평가 등 3가지로 구성된다. 기술능력을 평가할 경우 완성품의 실질적인 개발 및 생산 능력보다는 업체 규모에 의해 평가되는 정성적 항목이 많아 대기업에 유리한 것으로 알려진다. 

중소기업 관계자들 역시 심사위원들이 정량 평가가 아닌 대기업에 유리한 정성 평가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방위사업청 역시 제안서 평가 방식 개선에 공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현행 무기체계 제안서 평가 기준을 ‘기술’ 위주의 정량 평가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방산학과 교수는 “평가 항목 중 제품에 필요한 핵심 기술 제시와 제품 개발 계획의 배점을 높여야 한다. 산업통산자원부·중소벤처기업 등의 부처에서 중소기업을 살리기 위한 제도도 방사청이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100억 원 미만의 사업은 대기업의 참여를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소프트웨어산업진흥법은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소속 IT서비스 기업(대기업)들의 공공사업 참여를 제한해 중견·중소기업들의 성장을 지원하고 있다. ​

전현건 기자

rimsclub@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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