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DL이앤씨가 경기 파주시 통일동산 휴양콘도미니엄(콘도) 조성사업에 투입된 비용을 정산해달라며 시행사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최근 5000억 원대 지급 판결을 받아낸 것으로 비즈한국 취재 결과 확인됐다. DL이앤씨는 2007년 11월 시행사와 이 사업 공사 도급 계약을 맺고 이듬해 착공에 나섰지만, 시행사가 저조한 사전청약 결과를 받아 든 이후 본청약에 나서지 않자 2008년 말 공사를 중단했다. 통일동산 콘도 조성 사업은 공정률 33%에서 16년째 멈춰 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재판장 박준민)은 지난 10일 DL이앤씨가 파주 통일동산 콘도 조성사업 시행사인 시티원을 상대로 낸 공사대금 등 청구 소송에서 시티원이 DL이앤씨에 5184억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인용된 청구 채권은 하자보수금을 제외한 기성 공사비 611억 원과 구상금 3524억 원, 대여금 1000억 원, 지연손해금(법정이자) 50억 원 등이다. 앞서 DL이앤씨는 2020년 8월 공사비 등 이 사업에 투입한 비용 총 5781억 원을 정산해달라며 시티원을 상대로 소송을 냈는데, 청구 채권 상당액을 인정한 일부 승소 판결이 나온 셈이다.
파주 통일동산 콘도 조성사업은 경기 파주시 탄현면 신세계사이먼 프리미엄아울렛 인근에 지하 3층~지상 15층(1265실) 규모 관광숙박시설을 새로 짓는 사업이다. 이번 소송 당사자인 시티원과 DL이앤씨는 각각 이 사업 시행사와 시공사로, 2006년 12월 공사 기간을 28개월, 공사비를 4125억 원, 지체상금을 1일당 공사비 0.1%(최대 5%)로 정하는 공사 도급계약을 맺었다. 공사대금은 분양대금 납입 일정에 맞춰 분할 지급하기로 했다.
하지만 파주 통일동산 콘도 조성사업은 공정률 33%에서 16년째 멈춰 있다. DL이앤씨는 2007년 11월 착공계를 제출하고 공사를 시작했다. 시티원은 이듬해 8월 파주시로부터 콘도 객실에 대한 분양계획을 승인받고 같은 해 9월 사전청약을 실시했다. 청약 결과 청약률은 9%(118개 객실)에 그쳤다. 사전 청약자는 해약을 시작했고 시티원은 사전청약 이후 본 계약에 나서지 않았다. DL이앤씨는 공정률이 33% 수준이던 2008년 12월 말경 공사를 중단했다.
DL이앤씨는 공사 중단 12년 만인 2020년 8월 사업 비용을 정산해 달라며 시티원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공사 중단까지 투입된 공사비 1207억 원과 연대보증인으로서 대위변제한 시티원 채무 3524억 원, 시티원에 직접 빌려준 대여금 1000억 원에서 상계 채권을 제외한 총 5781억 원을 달라는 취지였다. DL이앤씨는 이 사업 시공자로서 공사비를 직접 투입한 것은 물론 시티원 측에 사업비를 직접 대여하거나 연대보증인으로서 시티원이 갚지 못한 사업비 원리금 등을 대신 갚아왔다.
시티원은 오히려 DL이앤씨가 사업 현장을 원상 복구하고 지체상금과 사업손해를 물어내야 한다며 2022년 4월 반소를 제기했다. 양측이 맺은 도급 계약에 따라 DL이앤씨가 착공일로부터 28개월까지 공사를 마쳐야 하는데, 별다른 이유 없이 공사를 중단했다는 것. 공사 현장은 13년간 방치돼 흉물이 됐고, 공사 재개에는 2691억 원이 필요해 회사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DL이앤씨가 현장을 철거하고, 공사 지연에 따른 지체상금 187억 원(공사비 5%)과 미래 분양 수익을 포함한 사업 손해 5140억 원도 배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소송 쟁점은 공사 중단 책임이 누구에게 있느냐였다. DL이앤씨는 시티원이 도급계약상 의무인 콘도 분양을 사실상 포기했고, 회사로서는 반대급부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불가피하게 공사를 중단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시티원은 DL이앤씨가 분양률이나 공사비 지급과 관련 없이 도급계약상 공사기간에 공사를 완료하는 책임준공 의무를 부담했기 때문에 DL이앤씨의 채무불이행이라는 주장으로 맞섰다. 공사대금 채권은 콘도 분양 대금 유입 시 발생하는 조건부 채권으로 애초에 분양이 이뤄지지 않아 발생하지 않았다고도 주장했다.
이에 재판부는 “원고가 시공사 지위를 넘어 피고와 공동사업시행자 내지 그에 그에 준하는 지위를 갖는다거나, 이 사건 대출 및 사업약정의 대주 아닌 피고에 대한 관계에서도 무조건적인 책임준공 의무를 부담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원고는 이 사건 공사를 완료하더라도 피고로부터 도급 계약상 반대급부인 공사대금을 지급받을 수 없을지 모르는 현저한 사유가 발생해 불가피하게 공사를 중단하게 된 것으로 봄이 상당하고, 이를 두고 원고가 책임준공 의무를 위반한 것이라거나 공사 중단이 원고의 귀책 사유로 인한 것으로 채무불이행이라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이와 다른 전제에 선 피고 주장은 이유 없다”고 판시했다.
하지만 파주 통일동산 콘도 조성사업과 관련해 DL이앤씨가 채권을 회수하기까지는 난항이 예상된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시티원 부채는 6201억 원으로 보유 자산(1335억 원)을 4866억 원 초과했다. 적자가 누적돼 설립 당시 자본금을 완전히 까먹고 자본 총계가 마이너스(-)로 돌아선 상태였다. 시티원은 지난해 감사를 실시한 회계법인으로부터 계속기업으로서의 불확실성과 감사범위 제한 등을 이유로 감사 의견 거절 통보를 받았다. 더욱이 이번 판결은 시티원이 지난 20일 항소하면서 또다시 법정 다툼이 예고됐다.
이에 대해 DL이앤씨 관계자는 “통일동산 현장과 관련해 아직까지 회수한 채권은 없다. 현재 1심 승소 판결 후 항소가 제기된 상태이기 때문에 추후 판결이 최종 확정되고 나서 회수 계획을 구체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비즈한국은 시티원 측 소송대리인에게도 이번 소송과 관련한 입장을 요청했지만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차형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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