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최근 가상자산 시장에서 온라인에서 유행하는 콘텐츠로 만든 ‘밈 코인’이 대세로 자리 잡았다. 국내 거래소에서도 인기에 편승해 밈 코인 상장에 나섰다. 하지만 ‘재미’를 위해 발행하는 밈 코인의 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지면서, 극심한 가격 변동성 등으로 투자자가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밈 코인이란 강아지·고양이와 같은 동물이나 인기 캐릭터, 콘텐츠를 상징으로 세운 가상자산이다. 기술력이나 목적을 가지고 만든 것이 아니며, 대부분 재미를 목표로 발행한다. 사용처나 발행 목적이 없는 만큼 온라인 커뮤니티 내에서의 화제성이나 유명인의 언급에 힘입어 거래가 활성화된다. 이처럼 밈 코인은 태생적인 위험성을 안고 있지만, 밈 코인의 시초격인 ‘도지코인(DOGE)’은 현재 시가총액이 20조 원을 넘는 등 시장에서 뜨거운 관심을 받는다.
그러자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도 밈 코인 상장에 앞다퉈 나섰다. 9월 19일 업비트(두나무)는 ‘캣인어독스월드(MEW)’를 BTC 마켓과 USDT 마켓에 신규 상장했다. 캣인어독스월드는 올해 3월에 발행된 신생 밈 코인으로, ‘개들이 점령한 세상에서 모두를 구하는 고양이’라는 스토리를 배경으로 한다. 9월 24일 코인마켓캡 기준 캣인어독스월드의 시가총액은 약 6470억 원에 달한다.
업비트는 앞선 8월 20일에도 USDT 마켓에 밈 코인 ‘페페(PEPE)’와 ‘브렛(BRETT)’을 동시에 상장했다. 페페 코인과 브렛 코인은 영미권에서 유명한 캐릭터를 상징으로 하는 코인이다. 페페는 해외에서 인기가 높은 개구리 캐릭터이며, 브렛은 페페의 동료다. 2023년 4월 발행한 페페 코인은 페페의 인기 덕에 빠르게 몸집을 키웠다. 캣인어독스월드, 페페, 브렛 모두 특정 사용처 없이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생태계가 성장하는 코인이다.
흥미로운 점은 업비트가 국내 1위, 글로벌 8위(3분기 기준) 거래소임에도 그동안 ‘대장주’ 격인 도지코인(2021년 2월 상장), 시바이누(SHIB·2023년 1월 상장) 외엔 밈 코인을 상장시키지 않았다는 점이다. 시바이누는 전체 거래 중 20%가량이 업비트에서 이뤄졌을 만큼 핵심 종목임에도 업비트는 1년 이상 새로운 밈 코인을 추가하지 않았는데, 최근 2개월 사이 세 종류의 밈 코인을 상장해 눈길을 끈다. 다만 도지코인과 시바이누 외에는 모두 원화 거래를 지원하지 않는다.
업비트가 뒤늦게 나선 가운데 국내 원화 거래소 중에선 빗썸과 코인원이 적극적으로 밈 코인을 지원해왔다. 빗썸은 도지코인, 시바이누, 플로키(FLOKI), 페페, 봉크(BONK), 캣인어독스월드, 브렛 7종의 밈 코인을 원화 마켓에 상장했다.
코인원은 5개 원화 거래소 중 가장 많은 밈 코인의 원화 거래를 지원한다. 코인원은 지금까지 도지코인, 페페, 시바이누, 볼트이누, 밈코인(MEME), 봉크, 북오브밈(BOME), 브렛, 웬(WEN), 썬도그(SUNDOG) 등 무려 10종의 밈 코인을 원화 마켓에 상장시켰다. 특히 2023년 7월 페페 코인부터 지난 9월 10일 썬도그 코인까지, 약 1년 사이 단독 상장을 포함해 9종의 밈 코인을 상장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나머지 원화 거래소 중 코빗은 4종(도지코인, 시바이누, 페페, 봉크), 고팍스는 도지코인 1종의 밈 코인을 지원하는 데 그쳤다.
가상자산 거래소가 경쟁적으로 밈 코인을 유치하는 목적으론 인기에 편승한 거래량 확대가 꼽힌다. 가상자산 전문가인 홍기훈 홍익대 경영대학 교수는 “밈 코인이 최근 가상자산 시장에서 대세가 됐다. 기술력이나 사업성은 없지만 거래량이 많으니 상장시키는 것”이라며 “거래가 늘면 자연히 수수료 수익으로 이어진다. 반면 투자자 입장에선 가치 없는 자산에 투자하게 된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코인마켓캡(24일 오후 3시 기준)에 따르면 글로벌 거래소 중 캣인어독스월드의 24시간 거래량 1위를 기록한 곳은 빗썸이었다. 캣인어독스월드 코인은 빗썸에서 7원대에 거래되고 있는데, 일일 거래량은 약 309억 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업비트는 시바이누 코인으로 글로벌 거래소 중 거래량 6위(약 239억 원)에 올랐다.
이처럼 밈 코인이 국내 원화 거래소에 우후죽순 상장하면서, 가격 변동과 조작이 쉬운 밈 코인 특성상 투자자 피해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더불어 밈의 화제성과 재미에 힘입어 발행하다 보니 언제 ‘러그풀(가상자산 개발자가 프로젝트 중단 후 자금을 가지고 사라지는 행위)’이 발생할지 모른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코빗 리서치도 1월 발간한 ‘밈 코인 성장 속도’ 리포트에서 가격 조작에 취약한 문제를 짚었다. 리포트는 “이 분야는 종종 가격을 인위적으로 부풀린 후 빠르게 매도해 차익을 노리는 ‘펌프 앤 덤프(자산 가격을 고의로 올린 후 신규 투자자 진입 시 자산을 처분하는 수법)’와 사기(스캠·허위 정보로 투자자를 모으는 행위)에 시달린다”라며 “밈 코인 영역에선 획일화한 패턴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라고 분석했다.
이 때문에 국내 거래소가 밈 코인을 상장할 때 윤리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홍 교수는 “밈 코인을 많이 상장하는 거래소는 책임의식을 가져야 할 필요가 있다. 밈 코인은 결국 투자자의 피해를 담보로 하는 자산이다”라며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DAXA·닥사)에서 거래 지원 심사 공통 가이드라인을 만들었지만, 발행 주체가 모호하고 기술력 없는 밈 코인이 기준에 부합하는지 의문이다. 사실상 닥사 주도의 자율규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셈”이라고 강조했다.
심지영 기자
jyshim@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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