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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선효과'로 무용지물…법 개정했는데 암표 더 성행하는 이유

콘서트·야구·영화 무대인사까지 '되팔이' 극성…웃돈 판매 행위 일체 금지 방안 추진

2024.09.24(Tue) 18:00:18

[비즈한국] “정규시즌 경기에 이렇게 ‘플미(프리미엄)’가 심한 건 처음 봤다. 전문 업자가 아닌 일반 팬들까지 나서서 티켓을 여러 장 잡거나, 인기 팀 선예매 티켓을 예매해 웃돈을 붙여 팔기도 한다. ‘야구 붐’과 함께 ‘암표 붐’도 왔다.”(30세 박 아무개 씨)

 

“영화관 무대인사 플미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개봉주 주말에는 무대인사가 하루 10회 이상씩 진행되는데도 매크로로 앞자리를 싹쓸이해가니 좌석이 없다. 업자 입장에서 암표 수익에 비해 영화 티켓값이 비싼 것도 아니니 끝까지 좌석취소를 안 해 빈 좌석도 있고, 정말 가고 싶은 팬들만 취소표를 기다리느라 고생한다.”(34세 윤지희 씨) 

 

암표 거래를 막기 위한 개정 공연법이 시행됐지만 암표 문제는 프로야구, 영화 무대인사 현장으로 번지고 있다. 온라인 티켓 재판매 플랫폼에서 거래되고 있는 영화 무대인사 재판매 티켓. 사진=티켓베이 갈무리


#배우 팬서비스 뜨자 무대인사 상영티켓도 ‘암표’ 확산 


올해 3월 암표상의 불법적인 티켓 거래 행위를 막기 위해 개정 공연법이 시행됐지만 온라인 암표 거래는 끊이지 않는다. 콘서트, 공연계에서 곪을 대로 곪은 암표 거래 문제가 최근 야구를 비롯한 프로스포츠 경기로도 확산되는 모습이다.

 

암표 거래는 대형 멀티플렉스에서 진행하는 영화관 무대인사에까지 손을 뻗고 있다. 추석 연휴 흥행몰이에 성공한 영화 ‘베테랑2’의 무대인사 열기 역시 뜨거운데, 영화팬 사이에서는 이 영화에 암표업자가 붙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베테랑은 개봉 4주 차인 10월 첫째 주 연휴까지 무대인사 일정을 일찍이 확정하고 배우들이 주요 상영관을 찾아 팬들을 만날 예정이다. 주연배우들의 치솟는 인기에 무대인사가 포함된 관람권 암표 거래에도 불이 붙었다. 티켓 리셀 플랫폼 티켓베이에서는 C열 연속 두 자리가 정가에 13만 9000원이 더해진 가격으로 판매되고, 프리미엄 시세가 비교적 낮은 한 자리 좌석도 맨 앞자리인 A열의 경우 18만~30만 원 정도에 판매되고 있다. 윤지희 씨는 “누가 영화관에 10만 원이나 웃돈을 얹어 가나 싶지만, 실제로 사는 사람들이 있다. ‘안 사면 취소표로 풀리니 사지 말자’는 분위기가 있어도 살 사람은 사는 게 문제다. 결국엔 판매가 되니 더 많은 암표가 풀린다”고 지적했다.       

 

오늘의 인기 티켓 목록에는 프로야구 경기가 다수 올라 있다. 사진=티켓베이 갈무리


#실효성·부작용 한계 ‘암표 제재’ 사각지대 해결법 나올까

 

정부도 손을 놓고 있는 건 아니다. 온라인에서 플미라는 웃돈을 붙여 거래되는 암표는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단속과 처벌에 한계가 있었다. 이에 정부는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해 티켓을 구매한 후 웃돈을 받고 재판매하는 행위를 부정 판매 행위로 보고 이를 위반하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도록 공연법을 개정했다. 그동안은 현장에서 이뤄지는 암표 판매만 1973년에 제정된 ‘경범죄처벌법’에 의거, 2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암표업자들의 불법 행위를 근절하기에는 역부족인 모습이다. 개정법은 상습성을 고려하고,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한 사실을 입증해야 적용할 수 있다. 암표상을 타깃으로 꺼내든 근절 방안마저 실효성 한계에 부딪히자 암표업자들의 활동 영역과 암표 문제로 파생되는 이용자 불편 등은 더욱 확대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프로야구 티켓은 중고나라, 번개장터, 당근마켓, 티켓베이, 엑스(옛 트위터) 등 온라인 플랫폼 리셀 거래가 급증했다. 야구팬들의 관심이 집중되는 정규시즌 막바지와 포스트시즌에는 기존에도 암표 거래가 많았지만 올 들어 정규시즌 내내 암표가 기승을 부렸다. 올해 프로스포츠 온라인 암표 신고 건수는 5년 전보다 8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는데, 이 가운데 프로야구가 전체 신고 건수의 96% 이상을 차지했다. 

 

지난 21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 두산 베어스의 더블헤더 1차전. 사진=박정훈 기자


서울에 거주하는 직장인 A 씨는 “주말 수도권 경기 티켓을 잡기가 너무 어려워졌다. 대전 홈경기를 보러 가려고 리셀을 알아봤는데 원가가 2만 원도 안 되는 티켓 가격이 7만~8만 원이었다. 왕복 교통비까지 고려하면 한 번 보는 부담이 상당해 주저하게 된다”고 말했다. 프로야구단 관계자는 “예매 당시 정상적인 구매절차를 통한 경우 웃돈을 붙여 팔더라도 제재하기 어렵다. 관련 모니터링을 하면서 소비자 불편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타인이 예매한 표로 공연을 보지 못하도록 티켓 구매 및 인증 절차를 복잡하게 조치한 소속사와 플랫폼의 ‘민간요법’은 통하지 않았다. 케이팝 콘서트는 오랫동안 암표와의 전쟁이 벌여왔지만 매번 크고 작은 잡음이 발생한다. 자신이 정상적으로 구매한 티켓을 가지고도 과잉 증빙 요구 등으로 콘서트 시간 내 공연장에 입장하지 못하며 소속사와 갈등을 벌이는 사례도 계속되고 있다. A 씨는 “실물 티켓을 대체한 모바일티켓이 대중화되면서 ‘아옮(아이디옮기기)’ 수법이 생겼고 신분증 확인 절차가 강화되면서 신분증 맞교환, 스마트폰 대여 등 추가 비용이 붙는 ‘플미 파생 서비스’가 줄줄이 나왔다. 티켓 교환 시 팔목에 부착해주는 종이팔찌를 티 안 나게 뗐다가 구매자 팔에 재부착해주며 돈을 받는 거래 방식도 있다”고 설명했다. 

 

아이돌 팬 B 씨는 “암표를 애매하게 막으면 전문 업체나 매크로를 이용할 수 있는 사람에게 돈을 주고 맡기는 ‘대리 티케팅’이 더욱 성행할 것 같다. 여러 우회 방안까지도 고려한 제대로 된 대책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는 매크로를 사용하지 않은 암표도 제재 대상에 포함해 처벌 수위를 최대 징역 3년까지 높이는 방안을 추진할 예정이다. 제도 개선 필요성을 지적한 국민권익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다양한 방안을 내놨는데 매크로 사용 여부와 관계없이 웃돈 판매 행위를 일절 금지하고, 암표 수익을 몰수하는 규정 등이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암표 모니터링과 매크로 프로그램 사용 방지를 위해 내년까지 20억 원을 투입해 대체불가토큰(NFT) 등 신기술을 활용한 예매시스템 구축도 적극 지원하는 등 여러 정책도 병행된다. ​

 

공연업계 관계자는 “완전 차단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법적 기준이 만들어져도 100%는 어렵지 않을까 싶다”​면서도 “​현재로서는 부당 거래 티켓을 발견한 이용자들의 ​신고가 가장 효과적이다. 매크로 프로그램에 대한 모니터링 역시 강화하고 있다. 제재 근거가 마련된다면 더 적극적인 조치가 가능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종우 아주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정부가 암표 근절을 공식화하고 제재에 나서는 것만으로도 전문업자들의 이탈 등 암표시장 축소 효과를 낼 수 있다”며  “부정 예매 및 관람을 막기 위한 개인정보 확인 등의 절차나 현재 서비스 중인 티켓 재판매 플랫폼 위축 등은 제도화 과정에서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수단이 함께 고려돼야 할 것”이라고 짚었다.  

강은경 기자

go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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