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지구온난화로 인한 북극해 해빙 면적이 늘어나면서 항로의 접근성이 크게 확대되면서 북극 항로를 둘러싼 패권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최근 미국 국방부가 중국과 러시아의 북극 협력 확대에 대한 대응책을 강화하면서 ‘신냉전’이 북극에서도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북극과 맞닿은 유럽, 캐나다 등은 안보 우려로 인해 국방 예산을 늘리며 적극적인 대응에 나섰다. 최근 미국, 나토에 수출하기 위해 공들이고 있는 국내 방산 기업에게도 더욱 많은 기회가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북극은 과학기술의 발달과 기후변화 등의 영향으로 예전보다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지역이 됐다.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에 따르면 2030년대에는 북극의 해빙이 가장 적은 달인 9월이면 사실상 얼음이 거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러시아로서는 매우 반가운 소식. 북극해를 통해 외부 진출이 더 용이해지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유럽과 동아시아를 잇는 최단 항로를 자국의 지배권 아래 둘 수 있다. 현재 동아시아 지역 화물선은 유럽 최대 항구인 네덜란드 로테르담까지 인도양과 수에즈운하를 거치는 약 2만 km의 항로를 이용한다. 하지만 북극 항로를 이용할 때 약 9650km에 불과해 거리를 절반 넘게 단축할 수 있다. 운항 거리는 약 32% 줄면서 수십억 원에 달하는 수에즈운하 통항료와 운항 시간 등 각종 비용과 시간을 아낄 수 있다.
중국 역시 북극해에 적극적으로 진출 의사를 밝히고 있다. 중국은 2018년 자국을 ‘근(近) 북극 국가’로 규정한 백서를 발표한 바 있다. 러시아산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 운송 목적과 함께 미국 등 서방에 맞설 군사적 용도로 북극해 진출에 적극적이다.
러시아는 현재 북극에서 외교적으로 고립된 모양새다. 우크라이나와의 전쟁 이후 미국·캐나다·핀란드·노르웨이 등 북극권 8개국 연합체인 북극이사회 소속 서방 국가들이 모든 협업을 중단했기 때문이다. 이에 중국을 우군으로 끌어들여 영향력을 강화하고 있다. 러시아와 중국은 2022년부터 북극에서 연합훈련을 전개해 군사적 긴장감이 맴돌고 있다. 지난 7월엔 두 나라의 전략폭격기(H-6, TU-95) 4대가 미국 알래스카 주변 상공까지 연합공중전략 순항을 펼쳤다.
러·중의 북극 군사 진출에 대해 미국·유럽 등 서방 국가들은 경계감을 표시하고 있다. 미국은 지난해 ‘북극권 특사’를 신설하고 군사력 투자를 늘리고 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들은 GDP의 최소 2%를 자국 국방 예산으로 지출하기로 약속한 상태다.
나토에 속한 캐나다 역시 북극권 방어를 강화하기 위해 올해 초 ‘우리의 북극, 강하고 자유롭게’라는 국방 정책을 발표했다. 조기 경보 항공기와 새로운 헬리콥터 함대, 북극 인프라 및 해양 센서 구축, 대규모 군수품 비축 확대 등 다양한 방위 프로젝트를 추가해 국방비 730억 캐나다달러(약 71조 6341억 원)를 지출할 예정이다. 또 잠수함 12척을 새로 도입하는 공식 절차에 들어갔다.
이 같은 국제정세는 유럽과 미국 진출에 힘을 쏟아온 한국 방산 기업에 새로운 기회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최근 안보협력을 논의하는 캐나다에 한국 기업들이 적극 진출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안보대화(SDD)와 한국·유엔사 회원국 국방장관회의 참석 차 방한한 빌 블레어 캐나다 국방장관은 지난 11일 김용현 국방부 장관을 만나 방산 협력 강화 방안 등을 논의했다. 양국 장관은 한국의 캐나다 전력 증강 사업 참여에서 상호 협력 기회를 적극 모색하기로 했다.
다만 일본, 독일, 프랑스, 스페인, 스웨덴 등의 조선 업체들도 잠수함 프로젝트 수주를 준비하고 있어 치열한 경쟁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의 방산 기업들은 잠수함 수출 경험을 토대로 마케팅 전략을 내세울 것으로 보인다.
한화오션은 한국 해군이 운용 중인 3000t급 장보고-Ⅲ 잠수함을 제안할 예정이다. 탐지 및 표적처리 능력이 개선된 전투·음파탐지체계를 탑재하고 최신 소음저감 기술도 적용됐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리튬전지체계를 탑재해 기존에 쓰던 납배터리보다 수중 작전 지속능력을 더욱 키웠다. 장기간 수중에서 활동해야 하는 잠수함의 특성을 반영해 자동화 기술을 도입했다. 업계 관계자는 “캐나다는 얼음 아래에서도 활동이 가능한 잠수함을 원한다”며 “북극에 배치해도 공격력과 기동력이 정상적으로 작동해야만 수주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현건 기자
rimsclub@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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