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4년 반 만에 기준 금리 인하를 단행하면서, 투자자들은 어떤 스탠스를 견지해야 할까? 연준은 현지 시간 18일 이틀간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기준 금리를 기존 5.25∼5.50%에서 4.75∼5.00%로 0.5%포인트 인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연준은 또 점도표에서 연말 기준금리 전망치를 종전의 5.1%에서 4.4%로 내렸다. 이는 연내에 0.5%포인트 추가로 금리를 인하할 것임을 예고한 것이다.
연준은 이날 성명을 통해 “최근 지표들은 경제 활동이 계속 견고한 속도로 확장하고 있음을 시사한다”며 “일자리 증가는 둔화했으나, 실업률은 상승했지만 여전히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인플레이션은 FOMC의 2% 목표를 향해 더 진전을 보였지만 여전히 다소 높은 상태”라고 진단하면서도, “FOMC는 인플레이션이 지속적으로 2%를 향해 가고 있다는 더 큰 자신감을 얻었고, 고용과 인플레이션 목표에 대한 리스크는 대체로 균형을 이루었다고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연준의 ‘빅컷’에도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던 미국 증시는, 빅컷 다음 날인 19일 ‘보험성 인하’라는 인식이 퍼지며 강세를 보였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당초 ‘0.25% 인하’를 예상했던 만큼, 시장에서는 연준의 빅컷(0.5%포인트 인하)을 고용 둔화에 대비하기 위한 선제적 인하라고 분석했다.
허경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30개월 만에 통화정책의 방향을 바꾼 연준의 행동은 과감했지만, 연준의 말은 경기 불안감을 불식시키고 시장을 달래기 위한 노력이 엿보였다”고 분석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도 “물가가 연준의 목표치에 가까워진 상황에서 금리 인하 사이클을 시작하며, 경기와 고용 불안을 제어하기 위한 연준의 의지가 드러난 것”이라고 평가했다.
결국, 미국 경기가 심각하게 나빠지지 않았고, 연준도 연착륙을 낙관하고 있는 상황이므로 이번 빅컷으로 경기 우려가 커져 주가가 하락할 위험은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경기 침체가 아닌 상황에서 금리 인하 사이클은 글로벌 증시와 위험 자산에 강력한 상승 동력이 된 사례가 있다. 1995년, 1998년, 2019년이 대표적인 예인데, 당시에도 경기와 금융권 불안으로 증시가 금리 인하 전후로 흔들리기도 했지만, 6개월~1년 투자 시계를 감안했을 때 저점 대비 20~30%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이정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도 “역사적으로 연준의 빅컷은 주가 하락의 충분조건이 아니었으며, 오히려 주가 급락 그 자체가 빅컷을 야기한 경향이 강했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이어 “현재는 사상 최고치 부근에서 0.5%포인트 인하가 단행됐고, 연준도 경기를 심각하게 보지 않는다”며 “이익 지표가 둔화되고 있긴 하지만, 경기가 심각하게 나빠지지 않는 상황에서 금리 인하가 악재로 받아들여질 이유는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미국의 빅컷 이후에도 코스피 지수는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빅컷 이후 이틀간 미국 증시와 일본 증시가 2~3% 상승하는 동안, 코스피 지수는 거의 변동이 없었는데, 국내 증시의 부진은 반도체 업황 우려에 따른 외국인 대량 매도 때문이다. 반도체 업종은 7월 11일 이후 30% 약세를 보였다.
이경민 연구원은 “반도체 업종에서 7월 12일 이후 12조 400억 원, 9월에는 6조 7000억 원의 외국인 매도가 발생했다”며 “외국인이 코스피 전체를 매도한 것이 아니라, 반도체 업종을 주로 매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밸류에이션은 역사적 저점에 근접해 있다”며 “9월 26일 마이크론 테크놀러지의 실적 발표와 10월 초 삼성전자 실적 가이던스 공개가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세아 금융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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