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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쓸비법] '네트워크 마케팅' 퇴보의 이유 3가지, 혁신의 방법 2가지

대면영업 여전히 의존, 품목 한계, 엄격한 규제…신제품 개발하고 'MZ'세대 신규 인력 유입해야

2024.09.23(Mon) 11:12:25

[비즈한국] 기업들은 때론 돈만 가지고는 설명하기 어려운 결정을 한다. 그 속에 숨어 있는 법이나 제도를 알면 더욱 자세한 내막을 이해할 수 있다. ‘알아두면 쓸모 있는 비즈니스 법률(알쓸비법)’은 비즈니스 흐름의 이해를 돕는 실마리를 소개한다.

 

네트워크 마케팅은 창업 시 전산 구축, 초기 제품 발주, 경영진 영입 등에 많은 비용을 지출하나 운영에는 큰 비용이 들지 않는다.


필자는 단독으로 사건을 수임하는 변호사 업무를 개시한 이후, 네트워크 마케팅 업체 및 종사자로부터 사건을 의뢰 받아 이들을 위해 업무를 해왔다. 그러다 보니 네트워크 마케팅의 현황과 현장에서 겪는 어려움을 잘 알고 있다. 이번 글에서는 네트워크 마케팅 업계가 극복하거나 보완해야 하는 사안에 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독자 중에서 네트워크 마케팅으로 인해 직간접적으로 경제적인 손해를 입었거나, 정신적인 피해를 본 분이 있을지 모른다. 그래서 네트워크 마케팅을 논하는 것 자체가 조심스럽지만, 불법·탈법행위를 조장하거나 규제를 회피하려는 의도로 쓴 글이 아니라는 점을 미리 밝힌다.

 

규제 준수 측면에서 네트워크 마케팅이란 ①사업의 실체 없이 자금 수수만을 목적으로 하는 유사수신행위 ②실질적으로 다단계 영업을 하나 이와 관련한 등록을 하지 않은 무등록 다단계 영업행위 ③비교적 규제가 가벼운 후원방문판매업으로 등록했지만 실제로는 다단계 영업을 하는 경우 ④법령이 요구하는 모든 규제를 준수하면서 다단계 영업을 하는 경우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여기서 1번과 2번의 경우 법령에 위반돼 형사처벌의 대상이 된다. 3번은 구체적인 사정에 따라 법 위반 여부를 다르게 판단할 것이며, 4번은 개별 행위와는 별개로 사업 자체를 법 위반으로 판단할 여지는 크지 않다. 따라서 사업의 투자나 참여를 권유받았다면 위 항목 중 어디에 해당하는지 검토하는 것이 필수인데, 이 글에서 언급하는 네트워크 마케팅이란 4번을 말한다. 

 

필자 생각에 네트워크 마케팅은 그 자체로 많은 장점이 있어 산업이 위축될 수는 있어도, 소멸하지는 않을 것으로 여겨진다.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현재 우리나라는 제조 과잉, 공급 과잉 상태다. 제품, 서비스는 널려 있고, 수준도 비슷비슷하다.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광고나 영업에 엄청난 비용을 투입해야 하는데, 대기업이 아닌 중소기업은 감당하기 어렵다.

 

예를 들어 일반 소비자에게 인지도가 있는 연예인을 광고 모델로 섭외하기 위해서는 단발성 광고라고 해도 수억 원의 모델료를 지급해야 한다. 오프라인, 온라인 등 매체를 불문하고 광고비용은 날이 갈수록 오르지만 효과는 불확실하다. 중소기업이 대기업 방식으로 영업하기엔 버거운 환경이다.

 

네트워크 마케팅 업계에도 불황이 일면서 TV·지하철·전광판 등에​ 제품 광고를 하는 업체가 생기고 있다.

 

하지만 네트워크 마케팅으로 영업하면 비용이 많이 들지 않는다. 이상적인 이야기지만 소비자가 곧 판매원이 되므로 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다. 또한 유능한 판매조직을 확보하면 영업 효과가 확실하다. 그리고 판매조직은 후원수당을 매개로 유지되는데, 후원수당은 실적에 따라 금액을 계산하므로 후원수당 산정기준만 제대로 수립하면 유능하고 열정적인 판매원에게 효과적으로 보상을 제공하고 전심전력을 다하도록 동기를 부여할 수 있다.

 

소규모 네트워크 마케팅 업체를 옆에서 지켜보면 창업 시 전산 구축, 초기 제품 발주, 경영진 영입 등에 많은 비용을 지출하나 일단 업체를 설립하면 운영에는 큰 비용이 들지 않는다. 운전자금의 액수도 예측 가능해 변호사인 필자조차도 안정적인 제품 조달을 전제로 대충 매월 얼마 정도의 매출을 거두면 사업을 유지할 수 있겠다는 예측이 가능한데, 사업을 직접 해보면 알겠지만 이는 엄청난 장점이 된다.

 

최근 공정위 발표에 따르면 네트워크 마케팅 업계에 종사하는 판매원 수, 업체의 매출액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물가가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어 현상 유지조차 ‘퇴보’라는 점을 감안하면 업계가 엄청난 불황 속에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다 보니 네트워크 마케팅 업계의 상위 업체가 대외적으로 소비재 기업임을 표방하면서 온오프라인 유통망에 제품을 공급하고, TV·지하철·전광판 등에 제품을 광고하는 사례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이론적으로 네트워크 마케팅은 유통에 필요한 비용을 절약해 이를 판매원에게 후원수당으로 지급하는 것이다. 상위 업체가 일반 유통망에 제품을 공급하거나 다른 매체에 광고하는 것은 네트워크 마케팅의 본질과 맞지 않은 일종의 자기모순이나, 업계가 불황이다 보니 이 같은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네트워크 마케팅 업계가 살아나려면 온라인을 통한 판매 활동, 젊은 세대의 유입 등이 필요하다.

 

네트워크 마케팅의 장점에도 정작 업체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는 유통의 대세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넘어갔는데, 화장품 방문판매로 시작한 국내 네트워크 마케팅은 아직도 대면 영업에 의존하고 있어 시장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

 

둘째는 업계에 신규 인력이 유입되지 않다 보니 취급하는 품목이 화장품·건강보조식품 등에 국한돼 다양하지 않고, 종사하는 인력은 고령화하고 있으며, 제품 조달이나 마케팅 방식에서 새로운 시도가 보이지 않는다. 특히 MZ세대는 감정노동을 혐오하는데, 네트워크 마케팅은 감정노동의 ‘끝판왕’이다. 그래서 신규 인력의 충원도 매우 어렵다.

 

셋째는 종사자가 느끼기에 규제가 엄격한 측면이 있다. 그러다 보니 후원수당 우회 지급, 분식회계, 이중 전산 운영 등 탈법적이고 편법적인 관행이 만연한다.

 

그럼에도 네트워크 마케팅으로 성공하려면, 즉 ‘유니콘’이 되려면 어떠한 점을 보완해야 할까? 필자 생각에는 아래와 같은 사항이 있다.

 

첫째, 온라인 매체 및 환경을 이용하고 적응해야 한다. 지금과 같이 대면 영업에 의존하는 것은 사업을 유지하는 데 한계가 있다. 이 글에서 구체적인 방법을 밝히기는 어렵지만 SNS를 통한 판매와 이러한 실적에 기반한 후원수당 산정 등의 방안을 모색하고 관련된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을 검토해 볼만 하다. 예를 들어 금융 앱에서 상품을 가입하면 추천인 코드를 입력하는 칸이 있다. 온라인 판매 과정에서 추천, 권유 활동이 일상적으로 이뤄지는 사례다.

 

둘째는 판매조직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신규 제품, 서비스를 개발하고 연구해야 한다. 요식업계에선 벌집 아이스크림, 대왕 카스텔라, 마라탕, 탕후루, 요거트 아이스크림 등 다양한 아이템을 출시하는데, 네트워크 마케팅에서는 이러한 시도를 찾아보기 어렵다.

 

현재 화장품 업계를 보면 1, 2위 업체의 비중과 점유율이 감소했고 OEM·ODM 제조가 일반화해 브랜드별 제품의 차이가 크지 않아 기획 능력이 화장품 판매를 좌우한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그럼에도 네트워크 마케팅 업계의 화장품 시장에서 새로운 브랜드나 품목 출시가 더딘 것은 의아한 일이다.

 

이는 필자만의 생각이 아니다. 시도가 없던 것도 아니다. 하지만 실행 과정에서 기존 판매조직의 반발, 부당광고 규제 등 현실적인 문제로 대부분 중도 포기했다. 다만 앞서 말한 것처럼 네트워크 마케팅 자체는 소멸하지 않을 것이므로, 언젠가는 진취적이고 창의적인 사업가가 새로운 시도를 함으로써 업계에 활력을 가져 올 것으로 생각한다.​

정양훈 법무법인 바른 파트너 변호사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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