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알짜’ 증권사 한양증권이 새 주인을 맞는다. 국내 사모펀드 KCGI는 한양학원과의 협상 끝에 19일 지분 매입 계약을 체결하고 금융당국의 대주주 변경 승인을 앞둔 상태다. 다만 인수하기 전부터 안팎에서 잡음이 이어진 만큼 한양증권 근로자의 불안을 잠재우고 무사히 승인을 받을지 주목된다.
9월 19일 한양증권은 한양학원, 백남관광, 에이치비디씨가 사모펀드 KCGI와 지분 매각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KCGI는 한양학원(11.59%), 백남관광(10.85%), 에이치비디씨(7.45%)의 지분 29.59%(376만 6973주)를 주당 5만 8500원에 취득해, 당초 제시된 인수가(약 2448억 원, 주당 6만 5000원)에서 200억 원 이상 낮춘 약 2204억 원으로 한양증권을 매입하는 데 성공했다. 거래 종결일은 2025년 3월 20일로 명시됐다. 거래는 금융위원회의 대주주 변경 승인을 거쳐 완료된다.
계약은 한양증권이 매각을 공식화한 지 두 달 만에 이뤄졌다. 언론에 매각 관련 보도가 나오자 7월 15일 한양증권은 ‘최대주주인 학교법인 한양학원이 지분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고 공시하며 매각설을 인정했다. 이어 교육부로부터 매각 승인을 얻은 한양학원은 빠르게 진행해 8월 2일 우선협상대상자로 KCGI를, 차순위 협상대상자로는 LF를 선정했다. KCGI는 5주간의 독점적 협상권을 얻었으나 기간 내 계약을 체결하지 못해 두 차례 연장했고, 종료일을 하루 앞둔 9월 19일에야 계약을 맺었다.
한양증권은 국내 순위 20위 중후반을 오가는 소형 증권사지만 강소 업체로 꼽힌다. 올해 상반기 매출은 3984억 원으로 전년 동기(5686억 원) 대비 30% 줄었으나,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3%(320억 원→360억 원), 당기순이익은 11%(233억 원→259억 원) 늘었다. 자기자본도 꾸준히 증가해 올해 상반기 5057억 원을 달성했다. 수익성을 나타내는 자기자본이익률(ROE)은 10%(연 환산 기준)를 넘었다.
이처럼 내실 있는 한양증권이 인수합병(M&A) 시장에 매물로 나온 배경에는 최대주주인 한양학원의 자금난이 있다. 계열사의 재정 악화가 심해지자 한양증권의 지분을 매각해 현금 확보에 나선 것. 건설사인 한양산업개발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태로 수천억 원의 부채가 생겼고, 한양대병원은 전공의 파업으로, 한양대학교는 등록금 동결로 재정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다.
문제는 KCGI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이후 잡음이 이어졌다는 점이다. 행동주의 펀드로 알려진 KCGI는 국내 유명 애널리스트 출신인 강성부 대표가 이끌고 있다. KCGI는 KCGI자산운용(2023년 1월 메리츠자산운용 인수)과 KCGI대체투자운용을 계열사로 가지고 있다. 여기에 한양증권 인수에 성공할 경우 증권사까지 보유하게 된다.
언뜻 탄탄한 포트폴리오지만 한양증권 직원 사이에선 ‘무리한 인수’라는 반발이 나왔다. 9월 2일 한양증권 노동조합(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한양증권지부)은 회사 앞에서 매각 반대 시위를 열고 “매각해야 한다면 건전한 자본에 매각하라”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노조 측은 “KCGI는 1000억 원 수준의 원스토어, 넥스틴의 인수자금을 조달하지 못해 인수 불발에 그친 적이 있다”며 “무리한 자금조달로 한양증권을 인수해도 재무적 투자를 받으면 자금회수 속도가 빨라지며, 부동산 매각 등으로 경영 부실을 불러올 수 있다. 결국 인력 구조조정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회사를 사들이고 재매각해 차익을 얻어 투자자금을 회수하는 사모펀드의 특성상, 고용 불안과 부실화가 일어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KCGI가 협상기한 내에 계약하지 못한 것도 자금 조달이 어려운 것 아니냐는 추측을 뒷받침했다. KCGI는 기관 전용 사모펀드를 구성해 투자금을 마련했는데, KCGI 측은 “펀드에 유한책임사원으로 참여할 기관투자자로부터 투자 확약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참여한 기관투자자로는 OK금융그룹, 메리츠증권 등이 거론된다.
여기에 ‘파킹딜’ 의혹까지 제기됐다. 파킹딜이란 기업이 경영권을 처분하는 것처럼 위장했다가 일정 기간이 지나면 다시 경영권을 찾아오는 것을 의미한다. 한양학원은 매각 이후에도 지분 5%가량을 남겼는데, 노조는 △KCGI에 한양학원 대주주의 아들이 취업한 점 △강성부 대표가 한양대 경영대 대우교수를 역임한 점 등을 파킹딜 의혹의 배경으로 짚었다.
이 같은 논란에 대해 KCGI는 “한양증권의 전통을 이어받아 직원들의 고용 안정과 주주, 채권자, 고객 모두 만족할 수 있는 기업 거버넌스의 모범 사례가 되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정체된 회사가 아니라 구성원에게 꿈과 희망을 줄 수 있는 회사로 성장하도록 경영하겠다”라고 밝혔다.
금융감독원이 한양증권의 대주주 변경 심사를 앞둔 가운데, 파킹딜 의혹 등이 심사 기간에 영향을 미칠지도 주목된다. 대주주 변경 승인 요건은 ‘금융사 지배구조법 시행령’에 따라 △재무건전성 △부채비율 △사회적 신용 등을 심사한다. KCGI는 기관 전용 사모펀드를 꾸려 한양증권을 인수하기 때문에, 투자에 참여한 금융사인 유한책임사원도 같은 요건이 적용될 전망이다. 앞선 증권사 M&A 사례를 보면 2019년 4월 카카오페이는 바로투자증권의 대주주 변경 신청을 한 뒤 약 1년 후인 2020년 2월에야 금융위 승인을 받았다.
심지영 기자
jyshim@bizhankook.com[핫클릭]
·
[단독] 카메룬 국방장관 휴니드 방문, 국방망 현대화사업 계약에 '청신호'
·
[K팝: 이상한 나라의 아이돌] '리아'가 겪은 불공정, '김재원'이 바꿀 것
·
응급의학과 교수가 주장한 '착한 뺑뺑이'에 담긴 현실
·
비은행 업종 '소심한 M&A' 나선 우리금융, 덩치 키우기 가능할까
·
여의도 증권가 연말 혹독한 구조조정 칼바람 예고, PF·IB 부문 조직 슬림화 직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