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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팝: 이상한 나라의 아이돌] '리아'가 겪은 불공정, '김재원'이 바꿀 것

여가수 출신 첫 국회의원 "미정산, 이중계약 등 관행 바꿀 법 만들기 위해 노력"

2024.09.20(Fri) 16:51:07

[비즈한국] K팝은 대한민국 최고의 수출품이 됐다. 그러나 화려함 뒤에는 그늘도 깊다. K팝의 상징인 아이돌은 이른 나이에 발탁돼 혹독한 연습생 시절을 거친다. 그 과정에서 노동권과 인권은 무시되기 일쑤다. 데뷔조차 못 한 무수한 연습생들은 어떻게 되는 걸까. 비즈한국은 ‘K팝: 이상한 나라의 아이돌’ 시리즈를 통해 K팝이 성장하는 동안 외면했던 문제점을 짚고, 다각도로 대안을 살펴보고자 한다. K팝을 만드는 이들이 건강해져야 K팝을 즐기는 사람들도 더 행복해질 수 있다고 믿는다.​  

 

여성 가수 출신의 첫 국회의원. 제22대 국회 비례대표(조국혁신당)로 당선된 김재원 의원은 명실공히 국내 ‘히트’ 가수였다. 본명보다 ‘리아’로 더 잘 알려진 김 의원은 엔터 업계의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가 남다르다. ‘부조리’를 직접 경험한 당사자이기 때문이다. 지난 6월 26일 김재원 조국혁신당 의원을 만났다.

 

지난 4월 10일 조국혁신당 22대 국회의원선거 개표상황실에 있는 김재원 의원. 김재원 의원은 비례대표로 당선됐다. 사진=이종현 기자


#미정산에 이중 계약, 나도 당했다

 

김재원 의원은 ​1997년 ‘리아’라는 이름으로 데뷔했다.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이름을 먼저 알린 뒤 1집을 내 큰 인기를 얻었다. 히트곡도 여러 개다. 익히 알려진 ‘눈물’은 그의 메가 히트곡이다. 김재원 의원은 2010년대 말까지 음원을 발매하며 오랫동안 팬들의 사랑을 받았다. 

 

 

90년대부터 업계에 있었던 그는 정산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고 말한다. “정산을 못 받았죠. 당연히 정산서도 받지 못했습니다. 소속사가 저 몰래 이중계약을 한 적도 있었습니다. 제 서명을 위조해 차용증을 쓴 적도 있었어요. 소속사와의 관계에서는 제가 항상 ‘을’이었습니다. 소속사 대표는 3층짜리 집을 지었는데, 저는 계속 전셋집에 살았습니다.”

 

소속사를 옮긴 이후에도 문제는 계속됐다. 본인도 모르는 사이 출연 계약이 맺어졌고, 정산서를 받은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명성을 얻어도 가수는 언제나 ‘을’이었다. 

 

가수 리아는 이제 김재원 국회의원이 됐다. 그가 정치계에 입문한 이유도 동료, 후배를 위한 법을 만들기 위해서다. “저는 가수 출신, 그것도 여성이기 때문에 편견을 받았습니다. 깰 수 없는 유리천장이 존재한다는 걸 매순간 느꼈죠. 예술을 하는 사람이 ‘무엇을 알겠느냐’고 보는 시선이 있습니다. 그러나 제가 살아오면서 내내 생각하고 있었던 문제들이고, 이제야 이야기할 기회가 왔다고 생각합니다. 그동안은 그 누구도 저에게 어떤 철학을 가졌는지 물어본 적이 없었으니까요.”

 

김 의원은 법을 만드는 국회의원 중 본인만큼 엔터 업계 현장을 잘 알고 있는 사람은 없다고 자부한다. “아이돌이 등장하기 시작한 2000년대 중반부터 아티스트나 현장에 있는 사람들끼리는 다들 이런 문제점을 얘기했죠. 그러나 아무도 바로잡지 않고 이렇게 흘러왔습니다. 이제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가 중요합니다. 법 제정도 안 되고, 정부에서는 지원이나 이런 부분에 대한 방향성 자체가 아예 없어요. 어떻게 고칠 것이냐 이런 걸 제가 이야기해야 하는 거죠.”

 

#업계 문제, 입법으로 해결할 것

 

김재원 의원은 입법을 통해 업계 문제를 개선하겠다고 말한다. 사진=박정훈 기자


김재원 의원이 주목하고 있는 K팝 업계의 문제는 ‘어린 나이에 데뷔하는 아이돌’이다. “저는 20살에 데뷔했지만, 지금은 20살에 데뷔 못 해요. 아예 데뷔를 안 시켜요. 회사들이 10대를 데뷔시키기 시작한 게 2000년 중반 이후예요. 그런데 이런 문제들에 대해서 사회적인 논의나 깊은 고민이 없었습니다. 어린 남자, 어린 여자를 섹시하게 포장해 성적인 차원으로 판매하는 게 아닌가. 그걸 위해서 고혹적인 자태와 포즈를 11살, 12살 아이들이 배우고 그게 예뻐 보이는 줄 알고 카메라를 들이대죠. 4, 5살 아이들이 TV를 보고 그런 것들을 쫓아가는 게 과연 좋은 것인가, 생각하게 됩니다.”

 

김 의원은 가수 활동을 하면서 정신적인 고통을 겪은 적이 없었다. 그러나 지금의 ‘연습생’들은 다르다고 생각한다. 고민하고, 창작하는 일이 숙명인 예술가에게 ‘훈련된 감정’을 가르치기 때문이다. “저는 아무리 바빠도 정신이 힘들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죠. 다른 일은 아무것도 못 하고, 공부도 못 하고, 사랑도 못 하고, 감정에도 솔직하면 안 됩니다. 그럼 예술의 질도 떨어질 수밖에 없어요. 노동계에서도 주 5일제를 도입했고, 개인 시간을 더 많이 가질수록 생산성이 더 높아진다고 이야기하잖아요. 예술가들는 더더욱 그렇습니다.”

 

자연스레 교육 문제도 따라온다. “아이돌 육성 시스템은 교육과 연습을 어떻게 병행할 것인가도 문제입니다. 다만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은 정말 힘들어요. 이런 산업의 형태가 벌써 20년은 유지돼왔어요. 그런 시스템에 의해서 지금의 케이팝 산업이 만들어졌기 때문에 그 시스템을 아무도 바꾸려 하지 않습니다.”

 

김 의원은 지금의 공장형 시스템이 계속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산업이 조금 더 고차원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1개월마다 신곡을 내고, 망하면 몇십억 빚이 생기고, 성공하면 그간의 문제를 잊는 그런 시스템이어선 안 됩니다. 전부 돈으로 메꿀 수 있다고 생각하면 결국 방탄소년단 이후의 시장은 없는 겁니다.”

 

다양한 아티스트가 나오기 위해서는 산업의 기반도 있어야 한다. 규제도 필요하지만, 산업을 육성하는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 그래서 김 의원은 문화예술 분야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할 계획이다. 특히 국내 시장뿐 아니라 해외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육성 정책을 만드는 게 목표다.

 

9월 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 참석한 김재원 의원 모습. 사진=이종현 기자

지난 9월 5일 국회 본회의에 참석한 김재원 의원 모습. 사진=이종현 기자

 

표준계약서도 살펴볼 예정이다. 표준계약서에 대한 공정성 논란은 지금도 ‘진행형’이다. 지난 19일 뉴진스 팬클럽 버니즈는 하이브와 뉴진스의 갈등과 관련해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문체위)에 표준계약서 개정 등을 요구했다. 버니즈는 “아이돌 그룹의 다수가 미성년자를 포함하고, 연습생 기간을 거치며 취약한 지위를 악용당할 수 있는 점을 고려해 이에 대한 예방과 아이돌의 권리를 대형 기획사로부터 보호하고 강화하는 내용이 반영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재원 의원은 그간 겪었던 현장의 문제를 ‘입법’으로 풀어낼 계획이다. 김 의원은 “건강한 연예 생태계를 어떻게 조성할 수 있을지 ​오래전부터 ​고민했습니다. 표준계약서도 살펴볼 예정입니다. 저도 가수 생활을 하면서 표준계약서를 작성해 봤습니다. 그러나 실질적인 사항은 전부 부속합의서에 들어가게 돼 있습니다. 계약 공증 제도 도입 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들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물론 저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다른 의원들을 설득하는 일도 필요합니다.”

 

※다음 편에는 인터랙티브로 보는 아이돌 산업 기사가 이어집니다.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전다현 기자

allhyeon@bizhankook.com

사진·영상=박정훈 기자

onepark@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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