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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소주 인수한 오비맥주, 한류 타고 '소맥' 수출해볼까

맥주 소비량 줄고 논알콜 트렌드 확산하자 모기업 AB인베브 '방향 전환'…K소주 인기 있는 동남아부터 겨냥

2024.09.19(Thu) 16:16:09

[비즈한국] 맥주 외길을 걷던 오비맥주가 제주소주를 인수했다. 이번 인수는 오비맥주의 모기업인 AB인베브가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다. 세계 최대 맥주회사인 AB인베브는 최근 맥주 시장의 성장세가 둔화하자 미국과 유럽 시장을 중심으로 논알콜 제품 확대로 대응에 나섰다. 국내 시장에서는 소주 사업 진출이라는 새로운 카드를 꺼내 들었다.

 

대형마트에 진열된 다양한 소주 제품들. ​오비맥주가 제주소주를 인수해 소주 사업에 진출한다. ​사진=이종현 기자

 

#제주소주 인수, ‘글로컬’ 집중하나

 

11일 오비맥주가 신세계L&B의 제주소주 인수를 결정했다. 맥주 사업에 주력해온 오비맥주가 소주 시장에 진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오비맥주는 제주소주 인수를 계기로 글로벌 시장에 카스와 제주소주를 알리며 K-열풍을 이어가겠다는 전략을 밝혔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현재 제주소주 인수 본계약이 거의 마무리돼 가는 상태다. 제주소주를 인수한 것은 K소주가 가진 네트워크를 활용해 수출을 확대하려는 의도”라고 설명했다.

 

제주소주는 2016년 이마트가 190억 원을 들여 인수했다. 당시 정용진 회장이 인수 작업에 공을 들인 것으로 알려졌고, 2017년 정용진 소주로 불리는 ‘푸른밤’ 브랜드를 선보이며 소주 시장 공략에 나섰다. 하지만 이미 하이트진로(참이슬), 롯데주류(처음처럼)의 소주 시장 점유율이 상당했던 만큼 후발주자로 시장에 안착하기란 쉽지 않았다.

 

불어나는 적자에 결국 이마트는 2021년 제주소주를 신세계L&B에 합병했고, 푸른밤 생산도 중단했다. 이후 신세계L&B는 국내 소주 시장 진출은 포기한 채 소주 위탁생산(ODM), 과일소주 수출 등으로 사업 방향을 바꿨다. 지난 6월에는 신세계L&B가 제주소주의 물적 분할을 결정하면서 제주소주 매각이 임박했다는 이야기가 돌았고, 분할 두 달 만에 제주소주의 새 주인이 오비맥주로 결정됐다.

 

국내 소주 시장은 신규업체의 진입이 쉽지 않다. 소주 사업을 하려면 국세청으로부터 주류제조 면허를 받아야 하는데, 시장의 과당경쟁 방지를 위해 면허 발급을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상 신규면허 발급이 불가한 상황이다 보니 기존 업체를 인수하는 방식으로만 시장 진출이 가능하다. 오비맥주는 제주소주의 면허를 활용해 소주 사업에 나설 수 있게 됐고, 제주소주가 보유한 지하수 개발·이용권도 소유하게 됐다.

 

오비맥주의 제주소주 인수는 AB인베브 아시아태평양(APAC)법인에서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다. AB인베브는 오비맥주의 모회사로, 세계 최대 맥주회사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회사의 인수나 매각 등의 작업은 글로벌 모기업과 APAC 법인이 상의해 진행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맥주는 ‘글로벌’, 소주는 ‘로컬’ 술이다. AB인베브가 ‘글로컬’을 지향하는 방향성에 따라 제주소주를 인수한 게 아닐까 싶다. 글로벌 네트워크를 갖고 비즈니스를 하는 회사 입장에서는 많은 로컬 리큐르 중에서도 제주도라는 상징성을 가진 제주소주가 매력적으로 느껴졌을 것”이라며 “현재 소주 시장에서 본다면 제주소주는 인수할 만한 매력이 없는 기업이다. 당장의 가치보다 미래지향적으로 판단해 장기적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호응을 얻을 것으로 판단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오비맥주의 제주소주 인수는 AB인베브 아시아태평양(APAC)법인에서 주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울 강남구 아셈타워 8층에 입주한 오비맥주 본사 전경. 사진=임준선 기자

 

#맥주 소비 줄어들자 미국·유럽엔 ‘논알콜’, 한국 시장에선 ‘소주’ 전략

 

AB인베브가 국내 소주 시장을 눈여겨봤다는 것은 주목할 만한 지점이다. 그간 AB인베브의 글로벌 매출 90% 이상은 맥주 사업에서 발생했다. 미국, 남미 등 일부 지역에 한해 와인과 음료 사업을 전개하는 것을 제외하면 맥주 사업에만 집중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새 AB인베브의 포트폴리오가 달라졌다. 논알콜 제품군을 크게 늘린 것이다. 미국과 유럽 시장의 젊은 소비자 사이에서 맥주 소비량이 줄어들자 논알콜 제품군 확대에 집중하는 분위기다. AB인베브는 2025년까지 논알콜, 저알콜 맥주 생산량 비중을 전체의 20%까지 늘리겠다는 목표를 세웠고, 벨기에·영국 등에 무알콜 맥주 생산라인을 구축하고 유럽 시장 공략에도 나섰다.

 

맥주 소비량이 줄어드는 것은 국내 시장도 마찬가지다. 국세청 통계자료에 따르면 국내 맥주 출고량은 2019년 171만 5995kl(킬로리터)에서 지난해 168만 7101kl로 감소했다. 맥주 사업에만 주력하는 오비맥주의 실적도 부진할 수밖에 없다. 지난해 오비맥주는 매출액이 1조 5458억 원으로 전년(1조 5601억 원)보다 줄었고, 영업이익도 2365억 원으로 전년(3618억 원) 보다 35% 감소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전 세계적으로 건강에 관심이 커지며 주류 소비량이 줄어드는 추세다. 예전에는 여가시간이 생기면 사람들과 모여 술을 마시는 경우가 많았다면, 이제는 운동을 하거나 혼자 OTT를 보는 사람이 많다. 국내 시장의 경우 혼술 문화가 퍼지면서 술을 마시는 스타일도 바뀌었고, 음주량도 줄었다”고 설명했다.

 

국내는 물론 해외 시장에서도 맥주 판매량은 감소하는 추세다. 사진=박해나 기자

 

미국, 유럽 시장에서 논알콜 제품 확대 전략을 펼치고 있는 AB인베브는 국내 시장의 경우 논알콜 제품 확대 대신 제주소주 인수로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선택했다. 전문가들은 한국 소비자들의 논알콜 선호도가 낮다는 점이 사업 방향에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 분석한다. 이은희 교수는 “소주같이 도수가 높은 술을 마시는 문화가 있다 보니 아직은 국내 소비자들이 논알콜 제품에 대한 거부감이 있을 수밖에 없다. 외국만큼 논알콜 제품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한다. 논알콜 소비가 늘어나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좀 더 필요할 것”이라고 전했다.

 

오비맥주는 제주소주 인수 후 수출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보인다. 한류 열풍을 타고 K푸드, K소주의 인기가 높아지는 만큼 제주소주의 네트워크를 활용하면 주력 상품인 카스의 해외 판매 확대까지 기대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제주소주가 글로벌 시장에서 얼마만큼의 경쟁력을 가질지는 미지수다. 제주소주는 K소주 열풍이 불고 있는 베트남, 싱가포르, 태국 등 동남아 중심으로 제품을 수출하고 있는데, 최근 유명 주류 기업들이 앞다퉈 동남아 시장에 소주 제품을 선보여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하이네켄은 타이거맥주에 소주를 섞은 소맥 제품을 출시해 화제가 됐고, 보드카 브랜드 스미노프와 필리핀 대표 주류회사 엠페라도 등도 소주 제품을 선보였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국내 시장 진출은 결정된 바가 없는 만큼 수출에 집중할 계획”이라며 “제주소주가 보유한 동남아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하되 장기적으로 수출 지역을 확대할 계획이다. 소주가 세계적으로 널리 이름을 알리는 것처럼 국내 맥주도 함께 알려지고 판매가 확대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해나 기자

phn0905@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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