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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이치모터스' 항소심이 주가조작 처벌 기준 바꿀까

그간 기소 안 됐던 '전주'도 방조 혐의 유죄 판단…직접 거래 아닌 CB·BW 투자 방식은 입증 어려워

2024.09.19(Thu) 10:33:26

[비즈한국] 주가조작업계 전주들 사이에서 ‘큰손’으로 불리는 A 씨. 그는 수백억 원의 돈은 손쉽게 동원할 수 있다고 말하는데, “웬만한 주가조작 시도 종목들의 제안은 가장 먼저 받는다”고 큰소리 칠 정도다. 상장사에서 발행하는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주식을 확보한 뒤 가격이 오르면 처분해 이익을 남긴다. 

 

검찰의 소환이나 압수수색도 잦다. 1년에 몇 차례씩 겪지만 최근 수년간 기소된 적은 없다. 대부분 참고인 조사로 끝나곤 한다. 이는 ‘전주(돈줄)’를 기소하기 쉽지 않은 그간의 판례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최근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관련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2심이 이런 흐름에 ‘터닝 포인트’가 될 수 있다는 평이 나온다. 법원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항소심에서 전주 역할을 한 손 아무개 씨의 주가조작 방조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다. 언론에서는 김건희 여사도 기소될 수 있다는 예측을 내놓는데, 투자업계에서는 ‘전주’들의 기소가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김건희 여사가 연루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항소심에서 전주(돈줄)에게 방조 혐의 유죄가 선고돼 이목이 쏠린다.


#도이치모터스 사건 2심 ‘방조’ 유죄 판단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항소심 과정에서 검찰은 전주 손 씨의 주가조작 의혹에 ‘방조’ 혐의를 추가했다. 법원은 이를 유죄로 판단하며 그 근거로 “구체적 (주범의 범죄) 내용 인식 없더라도 미필적 인식, 예견만으로도 ‘방조’가 성립 가능하다”고 봤다.

 

손 씨는 2009년 12월~2012년 12월 3년여 동안 이뤄진 1~5차 주가조작 시기에 모두 주식 거래를 했는데, 손 씨는 주가조작 선수 김 아무개 씨 소개로 직접 매매를 시작했다. 일당을 통해 입수한 주가조작 정보를 바탕으로 손 씨가 직접 주식을 사고파는 방식이었다. 

 

이 점을 법원은 ‘공범은 아니지만, 방조에는 해당한다’고 봤다. 1심에서는 검찰이 손 씨를 ‘공범’으로 기소하자 ‘무죄’라고 봤는데, 방조 혐의를 추가하자 이를 인정한 것이다. 항소심은 그 근거로 대법원 판례를 인용했다. 주범이 차명으로 주식회사를 인수한다는 사정을 인식하면서도 범행 자금과 차명을 제공한 일당에게 방조 혐의를 유죄로 인정한 케이스였다. 

 

2심 재판부는 “단순한 전주가 아니라, 도와줄 의사로 주식을 대량 매수해 주가조작이 용이하도록 했다”며 손 씨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주가조작 선수 김 아무개 씨가 “내가 권 전 회장으로부터 의뢰를 받고 도이치모터스 주가를 관리한다는 사실을 손 씨도 알고 있었다”는 진술 내용 등을 판결문에서 증거로 제시했다.

 

#‘전주’ 기소 못 하던 공식 바뀌나

 

전주들이 주가조작 시도를 뻔히 알고 투자를 하지만, 정작 공범이 아니라는 법원 판단 때문에 그간 기소조차 되지 않았다. 이번 재판이 터닝 포인트가 될 수 있다는 평이 나오는 이유다. 

 

향후 검찰 수사 흐름이 어떻게 변화할지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한 전망도 나온다. 일반적으로 전주들은 공범으로 지목되지 않으려고 주가조작 선수가 주도하는 PEF(사모펀드)나 투자법인에 ‘1/N 투자자’로 들어가거나, 상장사에서 발행하는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에 투자하는 방식을 택한다. 

 

손 씨의 경우 주식을 직접 매매했지만, CB(전환사채)나 BW(신주인수권부사채)는 향후 주식이 상장하면 처분하기에 주가조작인지 알고 참여했음을 검찰이 입증하기가 더 어려울 수 있다. 

 

통상적으로 주가조작 기업들이 ‘신규 사업 진출’과 같은 호재를 빌미로 주가를 띄우기 때문에, 전주들은 ‘주식이 오를 것으로 기대했지만 주가조작인지는 몰랐다’고 진술한다. 검찰이 이를 넘어서는 핵심 인물들의 진술 등 명확한 증거를 제시해야만 ‘방조’로 처벌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주가조작 선수들은 한 번 처벌을 받고 나와도 다시 주가조작을 해야 하기 때문에 전주의 공모나 방조에 대해 진술을 하기가 쉽지 않을 수 있다”면서도 “다만 요새 양형이 높아지면서 그런 의리도 많이 사라졌기에 처벌을 면하기 위해 적극적인 진술을 하는 경우도 생길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이번 판결문에는 대장동 개발특혜 의혹의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가 언론사 재직 시절 ‘주가조작 사실을 폭로하겠다’며 권 전 회장을 협박한 사실도 담겼다. 권 전 회장과 1차 주가조작 선수 이 씨의 관계가 수익문제 등으로 틀어진 뒤 2011년 5월 무렵 이 씨는 김 씨 통해 권 전 회장에게 주가조작 폭로 등을 언급하며 “이 씨에게 채권·채무가 있으면 다 정리해라, 안 그러면 은팔찌 찬다”고 말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김 씨는 관련 기사를 쓰지 않았다.​ 

차해인 저널리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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