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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팝: 이상한 나라의 아이돌] 똑같은 '성공공식' 벗어나야 K팝이 산다

북유럽 시장 겨냥한 아이돌 그룹 '프림로즈'…중소 기획사 AO엔터테인먼트 생존 전략은 '정반대로 하기'

2024.09.19(Thu) 17:31:26

[비즈한국] K팝은 대한민국 최고의 수출품이 됐다. 그러나 화려함 뒤에는 그늘도 깊다. K팝의 상징인 아이돌은 이른 나이에 발탁돼 혹독한 연습생 시절을 거친다. 그 과정에서 노동권과 인권은 무시되기 일쑤다. 데뷔조차 못 한 무수한 연습생들은 어떻게 되는 걸까. 비즈한국은 ‘K팝: 이상한 나라의 아이돌’ 시리즈를 통해 K팝이 성장하는 동안 외면했던 문제점을 짚고, 다각도로 대안을 살펴보고자 한다. K팝을 만드는 이들이 건강해져야 K팝을 즐기는 사람들도 더 행복해질 수 있다고 믿는다.

 

‘자율형 아이돌’, ‘참여형 아이돌’, ‘아이돌 출신 기획자’, ‘아이돌 밴드’​. 최근 엔터 업계에서 시도하는 ‘아이돌 육성’의 새로운 접근방식이다. 이런 신선한 시도는 의외로 중소 기획사에서 도전한다. 기존 성공 공식대로만 해서는 대기업과 겨룰 수 없기 때문이다. 

 

JYP, FNC 등에서 기획, 마케팅, 제작을 담당하고 AFUN에서 버추얼(가상) 아이돌 마케팅을 했던 윤선미 바이브랩(Vibe Lab) 대표는 다양한 성공 모델이 나와야 시장이 건강해질 수 있다고 말한다. “지금은 중소 기획사에서 성공적인 모델이 나온다는 자체가 기적 같은 일입니다. 사실 다양한 형태의 모델이 나와야 시장이 건강하게 돌아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음악으로 성공한 아이돌, 팬덤이 중점인 아이돌도 있어야 하고, 자작곡 밴드 아이돌도 많이 나와야죠. K팝이 음악적으로 한 장르에 국한되는 게 아니기 때문에 다양성이 더 많아져야 한다고 봅니다. 정부의 지원도 필요하고요.”

 

대형 기획사가 장악한 K팝 시장에서 중소기획사는 어떤 전략을 세웠을까. 또 이들이 보는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현안은 무엇일까.

 

대형 기획사 사이에서 중소 기획사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색다른’ 전략이 필요하다. 사진=AO엔터테인먼트 제공

 

#아이돌 없는 ‘북유럽’을 공략하다

 

지난 6월 9일(현지 시각)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기이한 풍경이 펼쳐졌다. 스웨덴 한국문화원 건물 안팎은 K팝 아이돌을 보기 위해 찾아온 스웨덴 사람들로 넘쳤다. 걸그룹 프림로즈가 온다는 소식을 들은 K팝 팬들이 몰린 것이다. 이날 프림로즈의 미니싱글 ‘리바이벌(REVIVAL)’ 패키지 앨범이 선 공개됐고, 팬 사인회도 열렸다. 

 

이들의 이름은 국내에서는 다소 생소하지만, 스웨덴에선 달랐다. 눈여겨볼 부분은 이곳에 온 사람들이 비단 프림로즈의 팬만은 아니라는 점이다. ‘K팝’ 전반을 좋아하는 스웨덴 사람 모두에게 한국 아이돌이 현지에 방문하는 건 흔치 않은 기회였다. 

 

지난 6월 9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팝업스토어와 팬 사인회를 개최한 프림로즈. 사진=전다현 기자

 

53세 아메스는 K팝 아이돌이 북유럽에 더 자주 와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전다현 기자

 

아빠와 딸이 함께 팬 사인회에 왔다. 사진=전다현 기자

 

에이플(18)과 엘리스(18)는 스톡홀름에서 프림로즈 사인회가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왔다. “우리는 프림로즈를 좋아하지만, 이전에도 K팝을 좋아했습니다. K팝의 가장 큰 장점은 퍼포먼스라고 생각합니다. 오늘 프림로즈를 만나는 게 정말 기대됩니다.” 

 

아빠와 딸이 함께 방문하기도 했다. “딸이 K팝을 좋아해서 노래를 듣게 됐습니다. 처음 듣고 굉장히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런 기회는 많지 않습니다. (여자)아이들을 보기 위해 영국까지 간 적도 있습니다.”

 

K팝을 좋아해 지역 팬 커뮤니티에서도 활동하는 아메스(53)는 “K팝을 정말 좋아합니다. 스웨덴에서 K팝이 잘됐으면 하는 마음에 오늘 방문했습니다. 스웨덴에 K팝 아이돌이 오는 경우가 없어서 너무 아쉽습니다. 스웨덴에 K팝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꽤 있습니다”고 말했다. 

 

프림로즈를 보기 위해 전날 열린 노르딕 페스티벌에 이어 팬 사인회를 찾아온 키아(17)는 “프림로즈를 보기 위해서 핀란드에서 왔습니다. 프림로즈 데뷔 때부터 팬이었습니다. 퍼포먼스를 보고 팬이 됐죠. 홍보대사로서 공연한 노르딕 페스티벌에 이어 오늘 팬 사인회를 열어서 정말 기쁩니다”고 들뜬 표정으로 이야기했다. 

 

6월 8일(현지 시각) 주스웨덴 한국문화원이 개최한 K팝 노르딕 페스티벌 무대에 선 프림로즈. 프림로즈는 노르딕 페스티벌 홍보대사다. 사진=전다현 기자

 

프림로즈의 전략은 ‘북유럽’이다. 4인조로 멤버를 재편한 후 북유럽 신화 라그나로크를 모티브로 세계관을 구성했다. 북유럽 여신 프레이야가 선택한 4명의 수호신이 프림로즈다. 세계관에 따라 멤버 각자의 능력이 설정됐고, 이를 바탕으로 스토리를 만들어 나갈 예정이다. 

 

비즈한국과의 인터뷰에서 프림로즈 멤버 루비는 “앞으로 발매할 앨범에서 북유럽 신화를 바탕으로 우리의 새로운 색깔을 계속 보여줄 예정”이라고 밝혔다.  

 

아이돌 그룹마다 ‘세계관’이 있는 건 흔한 일이지만, 북유럽이 모티브가 된 건 이례적이다. AO엔터테인먼트 마케팅 담당자는 북유럽 내의 인기에 비해 현지에서 아이돌 활동이 없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말했다. “북유럽 현지에서의 K팝 완전체 활동은 거의 없습니다. 이에 비해 스웨덴 사람들은 정말 K팝에 목말라 있죠. 심지어 K팝 주요 차트의 음원은 대부분 스웨덴 작곡가가 참여하고 있습니다.”

 

AO엔터테인먼트는 중소 기획사지만, 대형 기획사 출신 직원을 여럿 영입했다. 마케팅 전략도 기존과는 달랐다. 한국에서 성공한 후 외국으로 나가는 아이돌이 아니라, 정반대가 되기로 한 것. 팝의 중심지에서 먼저 인정받자는 전략이다. 앞서 마케팅 담당자는 “중소 기획사에서는 대기업과 똑같이 마케팅을 하고, 똑같은 노래를 내서는 절대 겨룰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1, 2집을 발매하면서 경험을 쌓았고, 전략을 새로 세웠습니다. 북유럽에서 K팝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대부분 라틴 팝, 밴드 음악이 중심입니다. 여기서 한국의 퍼포먼스를 보여주면 신선함이 있을 거로 생각했습니다. 생각보다 스웨덴 현지의 관심이 많이 느껴져서 저희도 놀랐습니다”고 설명했다. 

 

#중소 기획사가 살아남기 위해선…


지난 6월 17일 발매된 프림로즈 리바이벌 앨범 기획을 논의하고 있는 AO엔터테인먼트 관계자들. 사진=AO엔터테인먼트 제공

 

프림로즈를 제작한 허찬 AO엔터테인먼트 대표는 K팝이 건강한 시장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중소 기획사에도 기회가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지난 6월 24일 만난 허찬 대표는 “지금은 중소 엔터사가 살아남을 수 없는 시장입니다. 중소 기획사에서 제2의 BTS가 나올 수 있는 환경이 아닙니다. 어느 정도냐면요, 회사 명의로 신용카드를 발급받는데 ‘신용카드 보증금’을 내야 한다고 합니다. 제 개인의 신용이나 자산은 문제가 없습니다. 법인 카드인데, 카드 한도가 500만 원입니다. 사실상 체크카드죠. 엔터 산업의 현실입니다. 기업 성장을 위한 인프라가 전혀 없어요”라고 토로했다. 

 

허 대표는 K팝의 잠재적 가치가 훨씬 크다고 말했다. 그런 이유로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뛰어들었다. “1인당 GDP가 4만 달러 이상 되는 나라들은 제조업 기반의 경제가 아니죠. 현재 K팝 시장은 돈으로만 봤을 때는 굉장히 규모가 작지만, 국가적인 브랜드 가치는 굉장합니다. 이 파급력은 돈으로 따질 수가 없죠.”

 

그는 음악 산업에 대한 국가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최근에 스웨덴 작곡가들과 송캠프를 개최하기로 했습니다. 돈이 없었는데, 스웨덴 정부 덕분에 할 수 있었습니다. 자국 작곡가들이 한국에 가는 비용을 스웨덴 정부에서 전액 지원한다고 합니다. 스웨덴은 세계적으로 음악 관련 수출을 가장 많이 하는 나라죠. 이 산업을 진흥하기 위해 국가에서 많은 지원을 해주는 겁니다.”

 

허찬 대표는 아이돌 산업의 폐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K팝을 산업적 측면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저도 아이돌 인권 문제를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멤버들의 환경을 고려하고, 의견을 수렴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죠. 일단 이 사업을 유지하는 데만 돈이 정말 많이 들어가다 보니 제 사비를 몇십억씩 투자하고 있습니다. 엔터 사업에 R&D 투자를 한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무형자산, IP를 확장하기 위해서는 사업적 측면에서의 인프라가 있어야 합니다.

 

※다음 편에는 현장의 문제를 입법으로 해결하는 방법에 대한 기사가 이어집니다.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전다현 기자

allhyeon@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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