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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최소한의 조치 vs 낙인효과"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도입 두고 찬반 팽팽

WHO 질병분류 5년, 공청회에선 여전히 '평행선'…"건전하게 게임 이용할 방법 찾아야"엔 모두 공감

2024.09.13(Fri) 17:07:05

[비즈한국] 일상생활이 안 될 정도로 게임에 빠져드는 상태를 ‘게임이용장애’라는 질병으로 봐야 할까. 정부는 세계보건기구(WHO) 국제질병분류(ICD-11) 리스트에 5년 전 등재된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를 이르면 내년 한국 기준에도 적용할지 결정해야 한다. 내년으로 예정된 한국표준질병분류(KCD) 10차 개정 초안에 포함될지 주목되는 가운데, 유관 부처와 전문가들이 모인 첫 공청회에서는 찬반양론이 첨예하게 맞붙었다.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의 국내 도입 여부를 두고 열린 공청회에서 관련 부처와 전문가들이 참석해 찬반 토론을 벌였다. 지난 12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WHO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국내 도입문제 공청회 현장. 사진=강은경 기자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도입 논란, 5년 만에 재점화​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분류하는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를 국내에 도입할지를 두고 찬반 논란이 다시 달아오르고 있다. 2019년 WHO가 국제질병분류(ICD-11)에 ​게임이용장애(gaming disorder)를 정식 진단명으로 채택한 뒤 한국에서도 이의 반영 여부를 두고 논의가 활발히 이뤄졌다. 게임업계와 이용자는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연구를 토대로 게임을 잠재적인 질병 유발 요인으로 취급한다며 반대했고, 의료계와 시민단체는 질병 수준으로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는 경우를 예방하고 관리하는 보건 체계가 필요하다며 찬성했다. 당초 게임이용장애는 전례에 따라 현행 KCD 8차나 차기 개정인 9차에 포함하는 안이 고려됐지만, 내년 7월을 목표로 개정 작업 중인 10차에 등록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5년이 지나 돌아온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도입 논의는 어떻게 전개되고 있을까. 지난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전경련 FKI 타워에서 3시간 넘게 진행된 공청회에서는 찬반 입장을 대표하는 전문가들이 참석해 치열한 토론을 벌였다. 이번 공청회는 관련 부처 및 양측 전문가가 모두 참석한 국회 주도 첫 대규모 공청회인데, 극명한 입장차가 두드러진 반면 도입 신중론에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아이들 보호하는 보건의료 체계​vs​낙인효과 등 부작용 커

 

게임은 마약이나 알코올처럼 화학물질이 아니고, 대표적인 행위중독인 도박과는 구분되는 만큼 중독 증상을 질병으로 분류하는 것에 의견이 엇갈린다. 도입 찬성 측으로는 정신건강의학 전문가들이 참석해 건강한 게임 문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문제를 겪는 이용자를 적절히 치료할 수 있는 안전조치와 지원체계가 있어야 한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이상규 한림대학교 의과대 건강의학과 교수는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도입이 게임 자체를 문제시한다는 비판은 사실과 다른 과도한 해석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적어도 1년 이상, 게임의 조절능력을 상실한 경우에만 진단을 내릴 수 있다”며 “‘알코올중독’의 정확한 명칭은 ‘알코올사용장애’로, 알코올을 사용하는 데 문제가 있다면 질병이라는 개념이다. 게임도 그 자체는 문제가 없지만, 게임 때문에 학교나 직업생활에 문제가 크고 해결이 되지 않는다면 ​게임이용장애로 적용할 수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해국 카톨릭대학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아이들과 어른들이 함께 놀고 있는 디지털미디어 환경에 과연 안전장치가 적절하게 제공되고 있는지 의문”이라며 “안전장치가 없어서 결국은 중독적 수준으로 이용하게 되는 아이들을 도울 최소한의 보루는 보건의료체계 작동 기점을 마련하는 것이다.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도입이 그 한 가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질병코드 도입은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을 위한 보건의료 행정적 절차라는 시각이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운영하는 ‘게임과몰입힐링센터’로는 부족하다는 의견을 냈다. ​

 

이해국 교수는 “게임매출 ​22조 ​원의 15% 이상을 마케팅비로 활용하는 집단이 반대하는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며 이해 당사자인 게임업계가 산업 위축을 우려해 반발하는 것을 두고도 우려했다. 

 

도입 찬성 측은 게임 관련 심각한 이용장애를 관리할 최소한의 보건체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고, 반대 측은 낙인효과 등의 부작용을 지적했다. 사진=비즈한국DB


반면 반대 측은 게임이용장애를 질병으로 분류할 경우 자칫 ‘낙인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고 게임질병코드 일반화로 산업과 이용자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박건우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뇌신경센터장은 정신과 의료 기록의 낙인 효과는 아직도 존재한다며 “현실 스트레스를 극복하는 게임을 질병으로 몰아가는 건 신중해야 한다. 게임이용에 문제가 있는 상태를 (ADHD나 우울증 등의) 공존 질환 증상이 아닌 질병 단위로 정의해야만 해결되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정신건강의학과의 진단 분류는 WHO 체계 외에도 미국 중심 DSM 체계가 있는데 DSM에서는 게임이용장애가 정식 장애로 분류되지 않았다는 점도 지적했다. 

 

조문석 한성대학교 사회과학부 교수는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도입이 가져올 사회, 경제, 교육 등의 변화를 다각도로 검토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조 교수는 “이 문제가 학문적으로나 사회적, 정책적으로 충분히 합의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인과적 관계도 불명확한 것 같다”며 “WHO의 ICD 자체도 권고 사항으로, 실제로 국가별 상황에 맞게 도입하고 있다”고 짚었다. 

 

이날 공청회에서는 찬반 입장이 대립했지만, 처음으로 찬반 논의의 장이 마련된 만큼 향후 해법을 찾아가자는 공동의 목표가 강조됐다. 이 밖에도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도입은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거나, 과몰입이 일상생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건전하게 게임을 이용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의견에는 양측이 공감했다. 

 

이 자리에서는 보건복지부와 문체부 담당자가 참석해 각 부처의 입장도 표명했다. 문체부는 질병코드 도입 시 게임 산업에 2년간 8조 8000억 원 규모 피해, 12조 3623억 원 규모 총생산 감소 효과, 8만 명 취업 기회 감소가 나타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영민 문체부 게임콘텐츠산업과장은 “질병 인정의 과학적 근거는 불충분한 반면 경제사회적 파급효과가 상당하다는 점을 고려해 충분한 논의와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연숙 복지부 정신건강관리과장은 “미국과 영국 등 여러 국가들이 게임 이용 과다 관련 여러 연구 진단방법을 개발하기 위해 논의하고 있다”며 “찬반 대립보다는 게임계의 우려를 최소화하면서도 건강한 게임 이용 문화를 정착시킬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밝혔다.

강은경 기자

go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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