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윤석열 대통령은 8월 29일 국정 브리핑에서 대출 갈아타기를 통해 국민들의 이자 부담이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정부는 고금리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지난해부터 온라인·원스톱 대환 대출(대출 갈아타기) 서비스를 진행해왔다. 이를 통해 실제로 많은 이들이 보다 낮은 금리 대출로 이동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금융기관에서 낮은 금리로 갈아탈 수 있는 이들은 한정되다 보니 불법 사금융 피해를 입는 이들은 늘어나고 있다. 정부의 온라인 대출 갈아타기 서비스 제공에도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리는 것조차 어려울 정도로 낮은 신용도를 가진 이들은 요즘과 같은 경기 침체와 고금리 시대에 살아가기 힘든 것이다. 또 올해 들어 법인 파산이 급증했고, 일정 기간 변제금을 납부하고 빚을 탕감 받는 개인 회생 신청 건수도 증가하는 등 고금리에 따른 피해는 지속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국정브리핑을 통해 국정 성과를 강조하면서 고금리 피해를 줄이기 위해 시행해온 온라인 대출 갈아타기를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은행권의 경쟁을 촉진한 결과 원금 기준 14조 원에 달하는 대출이 낮은 금리로 이동해 국민들의 이자 부담이 크게 줄었다”고 강조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부터 시행한 온라인 대출 갈아타기로 1인당 평균 1.54%포인트의 금리가 낮아졌고, 연간 153만 원의 이자를 아낀 것으로 분석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러한 온라인 대출 갈아타기는 일부에 한정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작 고금리에 가장 피해를 보는 저신용자들은 온라인 대출 갈아타기에서 제외되고, 소상공인 지원에도 경기 침체와 고금리에 이자도 갚지 못해 파산하는 이들이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소득과 신용도가 낮아 은행 등에서 돈을 빌리기 어려운 취약 계층은 대부업체들을 찾아가는데, 이러한 대부업체들의 연체율이 최근 급증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른 대형 25개 대부업체의 연체율은 2022년 말 7.3%에서 2023년 말 12.6%로 뛰었다. 고금리에다 경기 침체의 직격탄을 맞은 취약 계층이 원리금을 제대로 갚지 못하는 것이다.
심지어 이러한 대부업체마저 이용하지 못하는 취약 계층은 불법 사금융에 시달리는 신세가 되고 있다. 불법 사금융 피해 신고·상담 건수는 2019년 5468건에서 2020년 8043건, 2021년 9918건으로 늘어나더니 2022년에는 1만 913건으로 1만 건을 돌파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1만 3751건을 기록했다. 올해는 5월 기준 6322건으로 지난해 수준을 넘어설 조짐을 보이고 있다.
불법 사금융 피해 신고·상담 건수 중 고금리 신고는 2019년 569건에서 지난해 3472건으로 6.1배 늘었다. 이는 전체 신고 건수가 2.5배 늘어난 것을 고려하면 고금리에 따른 피해가 심각함을 보여준다. 불법 대부업체들이 은행 등 금융기관을 찾아갈 수 없는 취약 계층의 사정을 악용해 높은 금리로 돈을 빌려주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취약계층의 피해가 늘어나자 정부와 여당은 부랴부랴 불법 대부업에 대한 처벌 등 제재 수준을 크게 높이고 불법 추심 등 반사회적 대부 계약의 경우 원리금을 무효로 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정부와 국민의힘은 11일 당정협의회를 열고 미등록대부업, 최고금리 위반 등에 대해 금융 관련 법령상 최고 수준으로 형벌을 강화하기로 했다. 또 성 착취 추심, 인신매매·신체상해, 폭행·협박 등을 통해 체결된 반사회적 대부계약은 원금과 이자를 무효로 하는 근거를 마련하기로 했다.
당정이 불법 대부업 규제를 강화하기로 했지만 대출 갈아타기가 어려운 이들이 고금리로 인해 고통 받는 상황은 커지고 있다. 법원에 따르면 올해 들어 7월까지 파산을 신청한 법인은 1153곳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870곳)에 비해 무려 32.5%(283곳)나 급증했다. 또 올해 7월까지 개인 회생을 신청한 이들도 7만 7625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7만 575명)에 비해 10.0%(7050명) 증가하는 등 고금리에 빚을 갚지 못하는 이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이승현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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