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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팝: 이상한 나라의 아이돌] '헤비메탈 성지' 스웨덴 록페에서 '더 나은 K팝'을 묻다

일상에 스민 록음악 사랑, 관객 연령대도 폭넓어…다양한 음악 북돋아주는 공교육이 '자양분'

2024.09.16(Mon) 16:12:01

[비즈한국] K팝은 대한민국 최고의 수출품이 됐다. 그러나 화려함 뒤에는 그늘도 깊다. K팝의 상징인 아이돌은 이른 나이에 발탁돼 혹독한 연습생 시절을 거친다. 그 과정에서 노동권과 인권은 무시되기 일쑤다. 데뷔조차 못 한 무수한 연습생들은 어떻게 되는 걸까. 비즈한국은 ‘K팝: 이상한 나라의 아이돌’ 시리즈를 통해 K팝이 성장하는 동안 외면했던 문제점을 짚고, 다각도로 대안을 살펴보고자 한다. K팝을 만드는 이들이 건강해져야 K팝을 즐기는 사람들도 더 행복해질 수 있다고 믿는다.​ 

 

스웨덴은 세계 3위의 음악 수출국이다. 인구 대비로 따지면 미국, 영국을 제치고 세계 1위다. 전설적인 팝 그룹 ‘​아바’​를 비롯해 얼터너티브 록밴드 ‘켄트’​, 헤비메탈 밴드 ‘​잉베이 맘스틴’​, ‘​인플레임스’​ 등 팝에서 메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에서 성공한 뮤지션도 다수 배출했다. 

 

전 세계적으로 마니아 장르인 메탈이 아직도 대중적인 인기를 얻는 이유에 대해 북유럽의 춥고 긴 겨울이 헤비메탈 음악의 특유한 정서와 맞다는 말도 있고, 헤비메탈의 격렬한 이미지가 스칸디나비아 역사 속 바이킹과 어울린다는 시각도 있다. 혹자는 스웨덴의 음악 인프라를 이유로 꼽기도 한다. 대중음악 전문지 롤링스톤은 “부유한 국가들은 헤비메탈이 소비되는 데 필요한 미디어와 팬 층이 많을 뿐 아니라, 젊은 음악인들이 메탈과 같이 기술적으로 어려운 음악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단을 제공할 여력이 많다”고 분석했다.

 

비즈한국은 지난 6월 5~6일(현지 시각) 스웨덴 블레킹에 솔베스보리에서 개최된 스웨덴 록페스티벌을 방문해 스웨덴 특유의 밴드 문화와 인기 요인에 대해 알아봤다. 

 

지난 6월 5~6일(현지 시각) 스웨덴 블레킹에 솔베스보리에서 개최된 스웨덴 록페스티벌을 방문해 스웨덴 특유의 밴드 문화와 인기 요인을 살펴봤다. 사진=전다현 기자


 

#온화한 날씨에 페스티벌 안성맞춤…유명 밴드들 한자리에 모여  

 

스웨덴 국민들이 가장 좋아하는 계절은 6월이다. 연중 겨울이 긴 스웨덴 기후에서 날씨가 가장 화창한 때다. 기후가 가장 온화한 6월에 스웨덴 록페스티벌이 열린다. 스웨덴 남부 블레킹에 솔베스보리 외곽에서 6월 5일부터 8일까지 나흘간 진행된 축제에는 클래식 록, 하드 록, 메탈, 블루스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드는 스웨덴과 세계 유명 밴드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올해 축제에는 ‘앨리스 쿠퍼’​, ‘​저니’​, ‘​주다스 프리스트’​, ‘​메가데스’​, ‘​에반에센스’​, ‘​익스트림’​ 등 정상급 아티스트부터 신생그룹까지 97개의 밴드가 공연을 펼쳤다.

 

스웨덴 록페스티벌에 참여한 관객들이 앉아서 공연을 즐기고 있다. 스웨덴 사람들은 가족과 연인 또는 친구들과 록페스티벌을 즐겼다. 사진=전다현 기자

 

스웨덴의 밴드 문화는 유럽 전체를 놓고 봐도 매우 각별하다. 과거 팝 밴드 ‘아바’가 전 세계에 스웨덴 음악을 크게 각인시켰다. 우리나라에선 여전히 마니아층 전유물인 헤비메탈과 데스메탈도 스웨덴에선 주류 음악으로 큰 사랑을 받고 있다. 북유럽과 전 세계의 다양한 밴드가 집결하는 스웨덴 록페스티벌은 1992년 시작됐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취소된 2020년과 2021년 두 해를 빼곤 꾸준히 이어진 유서깊은 음악 행사다. 

 

너른 풀밭에서 맥주를 마시고 있는 50대 스웨덴 남성에게 페스티벌 참가 이유를 물었다. “친구와 매년 이곳을 찾는다. 의자를 펴고 친구랑 맥주를 마시면서 록 음악을 듣는 것이 인생의 행복이다. 요즘은 젊은 사람들에게 밴드 음악이 조금 멀어지고 있다고 느꼈는데, 여기에 와보니 그런 것도 아니다. 지난해보다 관객 연령대가 더 낮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페스티벌 첫째 날부터 긴 줄이 끝도 없이 이어졌다. 눈에 띄는 점은 아이부터 할아버지까지 관객의 연령대가 폭넓다는 점이다. 유모차에 아이를 데리고 온 부모부터 온몸에 문신을 새긴 록 마니아까지 삼삼오오 모여 강렬한 사운드에 몸을 맡겼다. 대규모 인파에도 질서는 제법 지켜졌다.

 

드넓은 공연장 한편에서 캠핑 의자를 펴고 따스한 태양빛을 맞으며 느긋하게 공연을 보는 관객, 주 무대 앞에서 열정적으로 헤드뱅잉을 하는 관객 등 저마다 즐기는 방식도 달랐다. 공연 음악을 배경 삼아 피크닉을 온 가족들도 종종 볼 수 있었다. 

 

만 13세 미만의 어린이들은 귀마개를 필수로 착용해야만 한다는 안내도 눈길을 끌었다. 아이들의 청력을 보호하려는 주최 측의 배려다. 스웨덴 록페스티벌 관계자는 “스웨덴 록페스티벌은 1992년에 시작돼 지금까지 31회 페스티벌을 개최했다. 스웨덴 록은 록과 메탈을 아우른다. 우리의 목표는 페스티벌에 참석하는 모든 팬과 스태프에게 기억에 남는 재미를 선사하고, 안전한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 

 

스웨덴 록페스티벌에서는 매년 결혼식이 열린다. 사진=전다현 기자

 

스웨덴 록페스티벌에서는 매년 축제 기간 중 목요일마다 결혼식을 진행한다. 세 개의 무대 정중앙 언덕에서 펼쳐진 결혼식에서 만난 신랑 카이사르 랄프 씨와 신부 바네사 게데스 씨는 록 마니아임을 자처했다. 이들은 “화창한 여름에 진행하는 록페스티벌에서 결혼식도 올리고 좋아하는 노래도 들을 수 있어 행복하다”고 말했다. 

 

신구의 조화로운 라인업도 인기 요소다. 록은 음악 역사에서 매우 오랜 기간 메인스트림을 차지했기 때문에 클래식한 사운드를 가진 유서 깊은 밴드부터 장르 간 융합을 시도하는 젊은 밴드까지 폭넓은 스펙트럼을 가지고 있다. 첫째 날 헤드라이너는 미국의 전설적인 슬래시 메탈 밴드 ‘메가데스’​였다. 데이브 머스테인이 이끄는 메가데스는 1983년부터 활동해온 밴드로 이날 공연의 대미를 장식했다. 늦은 시간에도 구름처럼 많은 인파가 자리를 떠나지 않고 그들의 공연에 떼창으로 화답했다.​

 

오스트레일리아의 더 서던 리버 밴드 리더이자 보컬인 칼 크레이머는 이번 페스티벌에서 오프닝 공연을 했다. 사진=전다현 기자

 

#공교육 테두리에서 자발적으로 음악 활동 시작​

 

헤비메탈은 경제가 낙후된 영국 공장지대 청년들에 의해 시작됐으나 지금은 부유한 복지국가 북유럽에 헤비메탈 밴드가 더 많다. 특히 스웨덴은 헤비메탈 중에서도 극단적인 사운드와 메시지를 자랑하는 데스·멜로딕 메탈 등 익스트림 장르를 선호한다. 이번 스웨덴 록페스티벌에도 다양한 메탈 밴드들이 화려한 연주를 선보이며 스웨덴 관객의 귀를 사로잡았다. 아직도 이러한 밴드 문화의 인기가 유지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단 록 밴드들의 공연 수준이 높다. 밴드 음악이 다른 음악 장르보다 라이브 무대에서 특히 빛나기 때문일까. 멀리까지 뻗어나가는 기타, 드럼 등 악기 사운드와 보컬의 압도적인 가창력으로 현장에서 관객과 직접 호흡하며 풍성한 라이브 무대가 펼쳐진다. 호주의 유명 록밴드 ‘더 서던 리버 밴드’​의 리더이자 보컬인 칼 크레이머는 “오프닝 쇼를 하는 우리 밴드 이름이 스웨덴어로 호명되자 언덕 위의 많은 사람들이 공연장까지 들리도록 환호를 지르며 호응했다. 내 인생에서 겪은 가장 놀라운 감정이었다. 공연을 마친 후 우리는 공연장 어디서든 왕족처럼 대우 받았다. 우리는 지구 반대편에 멀리 떨어져 있는 밴드인데도 말이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좋은 일이다. 무대에 올라서면 사람들이 행복해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고 공연 소감을 밝혔다.

 

스웨덴 록밴드 벨벳틴 퀸은 록페스티벌을 순회 공연하며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사진=전다현 기자 ​

 

밴드는 직접 악기를 연주하고, 합을 맞춰보는 연습 과정을 통해 음악과 무대를 준비한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공동 창작이 이뤄진다. 스웨덴 밴드 ‘트럭파이터스’​의 드러머 요엘 알렉스는 “첫 앨범은 멤버 모두가 즉흥적으로 연주하면서 만들었다. 최근 앨범은 기타를 맡은 멤버가 프로듀싱 했다”며 각자의 역할을 소개했다. 스웨덴 신생 밴드​ ‘벨벳틴 퀸’​의 보컬 사무엘 역시 “우리는 데뷔 후부터 함께 음악 작곡을 해왔다. 기타를 맡은 루카스가 리프와 노래 아이디어를 만들면 그 후에 함께 멜로디와 가사를 쓰고 노래를 편곡한다. 앨범을 발매할 때는 가장 마음에 드는 노래를 선정해 뮤직비디오와 함께 싱글을 발매한다”고 말했다.

 

밴드 결성 역시 자발적이다. 종종 학교에서 마음이 맞는 학생들이 팀을 결성하고, 요즘에는 SNS를 통해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과도 팀을 만들 수 있다. 벨벳틴 퀸은 2021년 고등학교 친구들끼리 시작했다. 현재 20~23세의 젊은 나이에도 싱글 앨범을 스스로 제작하고 록페스티벌을 순회 공연하며 주목을 받고 있다. 리드기타를 연주하는 루카스는 “대부분 멤버는 고등학교에서 만났고, 이후 팀 리드보컬 사무엘이 페이스북을 통해 연결돼 고텐버그로 와서 우리 밴드에 합류했다”고 소개했다.​

 

미국의 유명 밴드 메가데스의 공연을 보기 위해 관객들이 모여 있다. 사진=전다현 기자

 

스웨덴의 탄탄한 음악 공교육 시스템도 밴드 문화를 유지하는 비결 중 하나다. 초등학생 때부터 팝과 록을 적극 권장하며 ​원하면 ​믹싱과 마스터링 같은 사운드 편집 기술도 배울 수 있다. 음악 전문학교가 아닌 일반 학교에서도 가능하다. 벨벳틴 퀸의 리듬기타를 맡은 노아는 “멤버인 루카스, 아이작과 고등학교 때 같은 반에서 음악을 공부하면서 음악 취향이 ​비슷한 ​걸 알게 됐다. 학창 시절 앨리스 쿠퍼, 건스 앤 로지스, 벨벳 리볼버 등의 곡을 함께 연습하면서 가까워졌다”​고 회상했다.

 

연습 과정도 창의적이고 자율적이다. 벨벳틴 퀸의 보컬 사무엘은 “에어로스미스의 보컬 스티븐 타일러와, 건스 앤 로지스의 액슬 로즈의 영향을 받았다. 그들의 노래를 듣고 스스로 연습을 많이 해서 나만의 보컬 스타일이 만들어진 것 같다. 다른 멤버들 역시 누구의 지시가 아닌 각자 스스로 연습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웨덴 록페스티벌에서 밴드들은 머지않아 록, 메탈 등의 인기가 다시 글로벌 시장에서 주류로 돌아올 것이라 강조했다. 트럭파이터스 드러머 요엘 알렉스는 “지난해 많은 사람들이 ‘하우스’나 ‘테크노’ 등에 관심을 보였다. 하지만 앞으론 스웨덴 사람들이 ‘진짜 음악’에 다시 빠질 것”이라며 록에 대한 강한 자신감과 자부심을 드러냈다. 벨벳틴 퀸의 사무엘 역시 “다시 한번 록음악이 전 세계에서 흥행할 거라고 믿는다. 유행은 돌고 돈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우리가 좋아했던 80~90년대 헤비메탈의 시대가 다시 세계를 강타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 편에는 부상하는 J밴드에 대한 기사가 이어집니다.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 ​​ 

전현건 기자

rimsclub@bizhankook.com

전다현 기자

allhyeon@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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