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유통전문기업 전환을 선언한 hy(옛 한국야쿠르트)가 신사업 확대에 적극적이다. 지난해 인수한 부릉을 기반으로 배달 시장에 뛰어들었고, 화장품 라인업을 확대하며 뷰티 시장에도 관심을 쏟고 있다. 다만 hy가 이미 포화 상태인 시장에 뒤늦게 뛰어드는 만큼, 과감한 초기 투자 없이는 시장 안착이 어려울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배달앱 론칭하고, 화장품 사업 확대
hy가 6월부터 배달앱 서비스 ‘노크(Knowk)’의 운영을 시작했다. 현재 서울 강서구를 중심으로 시범 운영을 하고 있으며, 향후 차별화된 서비스를 기획해 서비스 지역을 넓힐 계획이다. hy 관계자는 “소비자, 자영업자 사이에서 긍정적 피드백을 받고 있다. 900개로 시작한 입점업체 수가 현재 1250개까지 늘었다”며 “아직 서비스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강서구를 중심으로 시범 운영을 이어갈 예정”이라고 전했다.
지난해 4월 hy는 800억 원을 투자해 배달대행 플랫폼 ‘부릉’의 운영사인 메쉬코리아를 인수했다. 1만 명의 배달 라이더를 확보하게 된 hy는 부릉과의 시너지를 고민했고, 1년 여의 준비 끝에 배달앱 서비스를 선보이게 됐다. 배달앱 후발주자인 노크는 낮은 수수료(5.8%)를 강점으로 내세웠다. 배달의민족·쿠팡이츠는 9.8%, 요기요는 12.5%의 수수료를 부과하는 것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이다. 소비자에게는 무료 배송 혜택을 제공한다.
최근 hy는 신사업 발굴에 공격적인 움직임이다. 2021년 사명을 한국야구르트에서 hy로 변경하며 유통전문기업 전환을 선언했고, 그에 발맞춰 신규 먹거리 찾기에 나섰다. 부릉을 인수해 배달시장에 뛰어든 것도 발효유 사업에만 집중된 사업구조를 다각화하기 위한 노력이다.
배달시장뿐 아니라 화장품 시장에도 관심을 쏟는 분위기다. 지난해 5월 hy는 자체 개발한 화장품 원료인 피부유산균7714를 활용한 앰플 제품을 출시했고, 이후 크림, 선에센스, 젤클렌저 등 라인업을 확대하고 있다. 오프라인에서 고객 접점을 확대하기 위한 마케팅에도 적극 나섰다. 지난 7월 서울역 인근에서 첫 번째 뷰티 팝업스토어를 열었고, 이달 초에는 팝업의 성지라 불리는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서 두 번째 팝업스토어를 개최했다. 자사몰 ‘프레딧’에서도 뷰티 제품 이벤트를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hy 관계자는 “자사몰인 프레딧의 PB상품으로 화장품을 론칭했다. 현재 4개 제품을 출시했고, 향후 라인업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본업 성장성에 한계, 신사업으로 돌파구 찾을까
hy가 사업 영역 확대에 힘을 쏟는 것은 발효유 중심 사업에 한계를 느꼈기 때문이다. 우유, 요구르트 등의 주 소비층인 학령인구가 줄고 내수 침체가 이어지면서 실적도 몇 년째 부진한 상태다. 2017년 매출 1조 원을 돌파한 뒤로 정체기에 빠진 데다 영업이익도 하락 추세다. hy의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액은 1조 5191억 원으로 전년(1조 3776억 원) 대비 10.3% 증가했으나, 영업 손실 274억 원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그간 hy는 사업 구조 다각화를 꾸준히 시도했다. 2009년 골프장 운영사 ‘제이레저’, 교육업체 ‘NE능률’을 인수해 골프장 사업과 교육 사업을 시작했다. 2010년에는 커피전문점 ‘코코브루니’를 론칭하며 카페 사업에도 뛰어들었다. 하지만 성과는 좋지 않았다. 코코브루니는 론칭 후 한 번도 적자를 벗어나지 못했고, 2017년 말까지 누적된 손실액이 259억 원가량으로 집계됐다. 결국 2017년 hy의 100% 자회사인 비락가 코코브루니를 흡수합병했고, 2021년 마지막 매장이던 압구정점까지 정리했다.
제이레저 역시 2009년 인수 후 지금껏 한 번도 적자 구조를 벗어나지 못했다. 지난해에도 119억 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NE능률도 지난해 34억 원의 순손실을 냈다. NE능률은 2018년 적자 전환 후 코로나 기간 실적 상승을 이어갔으나, 지난해 영유아 교육 브랜드, 출판사업부 실적 등이 부진하며 실적이 하락했다.
hy는 2011년에 의료기기 제조업체 ‘큐렉소’를 인수하고 지금껏 1000억 원 이상을 투자해왔지만, 성과는 미미하다. 큐렉소는 지난해 729억 원의 매출액과 11억 원의 영업이익을 냈으나, 당기순손실은 48억 원으로 집계됐다.
그간 hy가 시도한 신사업이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윤호중 hy 회장에게는 ‘마이너스 손’이라는 꼬리표까지 달렸다. 이렇다 보니 10여 년 만에 hy가 다시 신사업 확대에 공격적으로 나서는 것에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아직은 기대보다 우려 섞인 목소리가 크다. 화장품 시장은 신규 브랜드가 넘쳐나 충성도 높은 고객을 확보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뷰티 업계 관계자는 “요즘은 개인사업자들도 ODM(제조업자개발생산) 업체 등을 통해 원하는 제품을 100개, 200개 등 소량으로만 주문을 넣어 생산할 수가 있다 보니 화장품 브랜드가 급격히 늘어나는 추세다. 소비자 사이에서 주목을 받기도 힘들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후발 주자로 뛰어든 배달 시장에서도 성과를 낼 수 있을지 미지수다.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배달 시장은 1·2위 업체의 시장 지배력이 크다. 후발 주자가 살아남기 어려운 시장”이라며 “배달 수요도 꺾인 데다 플랫폼 규제 가능성도 높아지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이 교수는 “배달앱이 성공하려면 단기간에 판매자, 소비자를 확보해야 한다. 그간 저렴한 수수료를 내세운 앱들이 판매자 확보에 실패해 시장에서 밀려났다”며 “(hy도) 6개월 내 승부수를 띄워야 할 것으로 보인다. 초기에 막대한 금액을 투자해 프로모션 등을 진행하고 자영업자와 소비자를 끌어 모아야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hy 관계자는 “노크에 대규모 투자를 할 계획은 아니다. 마케팅 비용 등도 다른 배달 플랫폼에 비해 규모가 적다. 추후 다른 배달앱과 차별화할 수 있는 서비스가 준비되면 사업을 확장해 나갈 것”이라며 “본업에 충실한 동시에 신사업도 계속해서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해나 기자
phn0905@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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