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미래전의 핵심 무기가 ‘드론’이라는 것은 누구나 의심하지 않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군용 드론을 개발하거나 생산하는 드론 산업계의 미래는 지금까지 그다지 밝지 않았다.
우선 기술력 부족이 문제다. 작고 가벼운 드론은 진입하기는 쉽지만, 기술을 내재화하기는 쉽지 않은 산업이다. 드론 산업이 성장하기 전, 취미생활로 즐겼던 R/C(무선조종) 비행기 제작 업체들이 국내에 몇 곳 있었고, 이들 중에는 아직도 드론용 부품을 제작하는 곳이 있지만, 드론 산업을 장악한 중국 드론을 이겨내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더 큰 문제는 일명 ‘군용 드론의 중국산 부품 논란’이다. 소형 정찰 드론을 중심으로, 국방부와 군, 방위사업청이 국내 드론 기업들이 도전할 만한 사업들을 점차 늘리고 있는데, 경쟁 입찰 과정에서 특정 업체들이 중국산 부품을 사용한다는 보도나 고발이 이어지고 있다.
정작 현재 국방부 산하 방위사업청이나 기타 기관들도 중국산 드론 부품의 사용에 대해 어떤 원칙이나 규칙을 만들지 못하는 실정이다. 특정 부품만 사용해도 된다고 규정해도, 사용하면 안 된다고 규제해도 무역 분쟁의 시비가 걸릴 수도 있다. 정부가 만든 규칙을 적용해도 보안 사고 등이 나면 누군가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위기의식이 강하기 때문이다.
중국산 부품이 조금이라도 들어간 모든 드론을 금지한다면, 국내 드론 업체, 특히 드론 스타트업들은 설 자리가 없다. 조금 과장해서 말하면 우리 군이 사용하는 모든 드론이 국산이 아닌 외국산으로만 채워질 우려가 있다.
국산 드론은 업체를 조사하고 찾아보면 중국산 수입 부품 여부를 찾아낼 수 있지만, 수입 드론들은 그 속에 어떤 부품이 중국산인지 알아볼 방법이 거의 없다. 심지어 중국과 적대적인 우리 동맹국의 군용 드론조차 중국산 부품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지금 우리 군의 드론 도입은 추진되는 것은 많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런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국내 드론 스타트업들의 기술 발전과 경쟁은 괄목할 만하다. 특히 군사용 소형 드론 중 가장 어려운 기술에 속하는 ‘공대공(Air to Air) 드론’, 혹은 드론 킬러 드론 기술에 대해서 국내 스타트업들의 도전과 성과가 두드러진다.
지난 3월, 필자는 부산에서 열린 ‘2024 드론쇼 코리아’에서 국내 드론 업체 니어스랩의 드론 킬러 드론에 대해 정보를 얻고 취재한 바 있다. 당시 니어스랩이 공개한 드론 킬러 드론은 이제 막 시제품을 제작한 상황이었다. 업체가 공개한 니어스랩의 드론 요격 영상은 드론을 요격하는 장면을 보여줬지만, 공중에서 정지(호버링) 중인 쿼드콥터 드론을 요격하는 것으로, 2022년 12월 우리 영공을 침범한 북한 무인기처럼 비행기 형태의 고정익 드론을 요격하는 것은 실패했다.
그런데 6개월도 지나지 않아 니어스랩의 드론 킬러 드론 ‘카이든-X(Kaiden-X)’는 60km의 속도로 비행 중인 고정익 드론을 요격하는 데 성공했다. 짧은 기간 안에 여러 번의 설계 수정과 개량을 통해 성능을 향상시킨 결과로, 특히 드론 킬러 드론을 수동으로 조종한 것이 아닌 자동 표적 추적(ATR) 모드로 성공했다는 점이 큰 차이점이었다. 비행체의 내부 장비 최적화와 성능 개량도 짧은 시간 내에 이루어져 많은 성능 향상이 이뤄졌다.
이러한 속도와 성능 개량은 기존의 무기 체계 개발에서는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빠른 속도인데, 이 같은 기술 발전이 이뤄진다면 2022년 영공을 침범한 북한 무인기 수준의 드론도 충분히 요격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사용하는 장거리 고정익 드론은 원격 조종이 아닌 사전에 정해진 비행 궤도로 비행하기 때문에 비행 궤도가 단순하다.
러시아가 이란에서 수입해 지금도 우크라이나 공습에 사용 중인 ‘샤헤드(Shahed)-136’ 드론도 같은 사전 위치 지정 방식으로, 니어스랩 및 UAM테크 등 국내 드론 스타트업의 드론 킬러 드론이 북한 드론에 대한 대응 능력을 갖출 수 있는 날도 머지않았다.
문제는 국내 드론 업체들의 군사용 드론 기술 발전이 빨라도, 국방부 및 산하 기관들의 지원 및 운용 개념이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라는 점이다. 현재 드론의 수준에 맞춰 활용 방안을 고민하고 점차 성능을 개량하는 것보다, 과거 무기 체계의 개발 방식이나 작전 요구 성능(ROC) 방식을 그대로 답습해서 무리한 목표를 설정하곤 한다.
가령, 지난 9월 7일 포천 승진훈련장에서 열린 드론봇 챌린지 드론 킬러 드론 종목에서 국방부는 임의의 장소에서 발사한 150km의 속도로 회피 기동하는 표적기를 격추하는 과제를 냈다. 우리 영공을 침범한 북한 드론이나 샤헤드 드론은 미리 정해진 경로로 100km 내외의 속도로 비행하므로, 실제보다 훨씬 가혹한 조건이 제시되었다.
물론 한국 드론 업체들이 세계 최고의 드론 킬러 드론을 만들면 자랑스럽고 수출 경쟁력도 높아진다. 문제는 그런 드론을 목표로 하기 전에 실질적으로 업체의 개발 능력과 수준을 고려한 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작전 개념을 발전시켜야 한다. 그래야 실전에 배치하고 구매해야 국내 업체들이 성능 개량을 수행할 연구 인력을 확보하고 성장해 나갈 수 있다.
드론 킬러 드론을 사용한 드론 요격 작전, 일명 ‘하드킬’ 드론 부분에서 이것은 특히 중요하다. 군사용 드론은 감시 정찰, 자폭 돌격, 기만, 통신 중계 등 다양한 목적에 쓰인다. 드론 킬러 드론은 비행 중인 무인기를 추적해서 충돌해 파괴해야 하므로 다른 드론들보다 더 빠른 속도, 더 정확한 정밀도, 신속한 기동성 등이 필요하다. 마치 공중전을 위해 만든 F-15 이글(Eagle) 전투기나 F-16 팰콘(Falcon) 전투기가 비행 성능이 좋으니 지상 공격에서도 활약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니어스랩과 UAM테크 등 국내 업체들의 드론 킬러 드론 개발과 성능 개량이 가속화되는 만큼, 국방부와 방위사업청, 육군은 민간 스타트업들의 군용 드론 개발 능력을 높이고 효과적으로 전력화할 방안을 빠르게 내놓아야 한다.
최근 ‘방위산업의 스페이스 엑스’, ‘현실 세계의 스타크 인더스트리’ 등 화려한 별명을 가진 미국의 국방 스타트업 안두릴 인더스트리(Anduril Industries)는 ‘바라쿠다(Barracuda)-M’이라는 신형 장거리 순항미사일을 공개했다. 기업은 대규모 상용 부품을 사용해 필요할 때 생산량을 두 배로 늘려 미국의 국방에 이바지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었다고 자평했다. 군용 드론 개발에 도전하는 한국의 드론 스타트업들의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조건을 국방부와 군이 만들어준다면, 우리도 조만간 한국의 안두릴 인더스트리를 가지게 될 날이 반드시 온다.
김민석
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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