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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미술응원프로젝트 시즌10] 정영모-점으로 만들어낸 산수화

2024.09.12(Thu) 14:00:32

[비즈한국] ‘같이의 가치’라는 말이 있다. 10여 년 전 한 기업의 이미지 광고에 등장한 말이다. 함께하는 힘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의미를 지닌 멋진 카피다. 같이 한다는 것은 공감 혹은 소통을 뜻하고, 이 힘으로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 수 있다. 예술도 사람들의 공감을 얻었을 때 가치를 지닌다. 공감은 시대정신과 보편적 예술 언어에서 나온다. ‘한국미술응원프로젝트’도 다양한 사람들의 생각을 쉬운 미술 언어로 보여주고자 한다. 시즌 10을 맞으면서 공자가 말한 ‘좋은 예술은 반드시 쉬워야 한다’는 생각을 실천하려는 작가를 응원한다.

 

정영모 작가의 그림은 전통 산수화처럼 보이지만 가까이 다가가서 보면 질감이 느껴지는 작은 점들이 화면 전체를 뒤덮고 있다. 그린 것이 아니라 만드는 공력이 보이는 작업이다. 사진=박정훈 기자


요즘 회화는 ‘그리는 행위’보다 ‘만드는 행위’의 비중이 점점 더 높아가고 있다. 드로잉을 바탕으로 하는 그림보다 다양한 재료를 조합해 만들어 내는 작업에 더 관심이 크기 때문이다. 그래서 작가들은 새로운 재료를 찾아내고 거기에 어울리는 기법을 만드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이러한 흐름이 나온 것은 20세기 초 회화에 대한 생각이 바뀌어서다. 그동안 회화는 현실을 재현하거나 스토리를 표현하는 데서 가치를 인정받았다. 그러나 사진의 출현 이후 현실을 그려내는 일이 회화의 목표에서 멀어지기 시작했다.

 

회화는 인간의 생각이나 작가의 독자적인 세계를 담아내는 데서 사진과는 다른 영역을 찾기 시작했다. 결과적으로 현실이 아닌 새로운 세상을 창조하는 일이 회화의 목표로 떠올랐고, 이에 맞는 새로운 미학이 자리 잡았다. 

 

A Story of Home Town: 130.3×70cm Mixed coloring 2024

 

추상화의 출현이 대표적인 결과물이다. 추상은 현실이 아닌 세계에서 회화의 새로운 영토를 만들어냈다. 다양한 재료의 발견과 기법의 창안이 그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20세기 회화를 다양하게 발전시켰고 오늘에까지 이어지고 있다. 그래서 현대회화는 주변 예술의 재료나 기법을 용광로처럼 빨아들여 새로운 시각세계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볼거리가 너무 많아진 현실에서 시각 예술인 회화가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시각적 충격의 강도가 훨씬 센 영상의 출현 이후에도 회화는 새로운 시각 효과로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정영모의 회화도 이러한 맥락에서 눈길을 끈다. 그의 그림은 다소 진부해 보이는 소재와 별로 새로울 것 없는 재료로 이루어져 있다. 그는 산수풍경을 단순화한 구도를 아크릴릭 물감으로 그린다. 그럼에도 오랜 시간 사람들의 관심을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A Story of Home Town: 53×45.5cm Mixed coloring 2024

 

 

그의 그림은 전통적인 방법으로 그린 것처럼 보인다. 푸른 산이 화면에 가득하고 그 사이로 흐르는 강물이나 실처럼 가는 폭포가 있다. 골짜기를 건너가는 작은 동물도 있고, 뱃사공이 노를 젓는 나룻배도 보인다. 전통 산수화의 장면이 떠오르는 그림이다. 

 

그런데 그림에 가까이 다가가서 보면 붓으로 그린 흔적이 없다. 그린 것이 아니라 만드는 공력이 보이는 작업이다. 작은 볼륨이 느껴지는 다양한 모양의 점들이 화면 전체를 뒤덮고 있다. 

 

정영모의 작업은 추상화 작가들이 추구하는 재료와 기법의 지향점과 같은 성격을 보인다. 그는 흔히 쓰는 재료인 아크릴릭 물감의 성질을 응용해 자신만의 기법을 만들어냈고, 우리에게 너무도 친숙한 소재인 산수풍경을 추상적 구성으로 바꾸어 새로운 감각의 회화로 만들어냈다. 이런 과정과 노력으로 탄생했기에 그의 작업이 아직도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것이다.

전준엽 화가·비즈한국 아트에디터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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