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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비자금 시효 무관하게 국고 환수 제도적 장치 마련돼야

비자금 은닉 범죄자들도 엄중 단죄…SK 재산분할 최종심 '대법원 책임' 막중

2024.09.12(Thu) 11:03:33

[비즈한국] 국민들의 불법 비자금에 대한 분노는 시간이 지나도 식지 않고 있다. 법조계는 “불법 비자금은 시효와 무관하게 무조건 추징, 국고로 환수해야 한다”면서 “추징을 넘어 범죄자금 은닉죄까지 철저하게 조사해 반드시 엄벌에 처하는 것이 국민들 정서인 만큼 이를 심리하는 대법원의 책임이 매우 크다”라고 말한다.  

 

국민들은 이번 최태원-노소영 부부의 재산분할 재판을 재벌 회장과 그 부인의 단순한 재산 싸움으로 보지 않는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노소영 관장의 은닉 비자금 사건을 계기로 국가의 소명을 걸고 헌법적 가치를 지키기 위해, 또 대한민국이 정상국가임을 대내외적으로 과시하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전액을 추징해서 국고에 환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미 정치권에서는 여야를 떠나서 오랜만에 같은 목소리로 불법 비자금과 은닉 비자금의 추징 및 환수를 위한 법 개정을 하겠다고 발표하는 등 분주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1995년 11월 16일 노태우 전 대통령이 비자금과 관련해 검찰에 구속되고 있다. 사진=비즈한국 DB


신임 검찰총장 청문회에서도 법사위원장인 정청래 의원은 “결국은 범죄로 은닉한 비자금이 계속 형성되어 있었다는 것이고 검찰은 추징을 못했다는 것이다. 불법적으로 조성된 비자금, 이 부분은 환수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는 것이 맞겠다”라며 추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영삼 정부는 과거청산 차원에서 특별 수사까지 벌여가면서 노태우·전두환 두 전직 대통령의 불법자금 환수에 사활을 걸었고, 상당액을 찾아내 일부를 국고에 환수시켰다. 그럼에도 이번에 노소영 관장이 이혼소송 과정에서 공개한 비자금(300억)을 포함해 어머니인 김옥숙 여사의 메모에 적시된 약 700억 원의 대여금과 수백억 원의 현금 등 모두 900억 원에 육박하는 비자금은 여전히 환수되지 않았다.  

 

특히 이러한 은닉 비자금을 공개한 당사자가 사정기관이나 금융권이 아닌 불법 비자금을 갈취한 노태우 전 대통령의 딸인 노소영 관장이란 점에서 사태의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노 관장이 비자금의 실체를 알면서도 묵인하거나 은닉에 동조했다면 범죄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형법은 범죄자 못지않게 범죄자를 숨겨주거나 도피시키는 범죄도 매우 엄격하게 처벌하고 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노소영 관장과 그 가족들이 은닉해온 비자금 역시 국고로 환수되어야 하는 불법 비자금이었다는 점에서 불법으로 비자금을 갈취해온 아버지 못지않게 강력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말했다.  

 

따라서 이번 이혼소송 최종 판단을 맡게 된 대법원에 국민적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대법원은 노소영 관장 가족의 은닉 불법 비자금 사건에 대해 철저하게 실체를 규명해 모든 이해관계자들이 동의할 수 있는 결정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법원은 이 비자금의 성격을 명확히 규정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른바 ‘김옥숙 메모’에 기반한 노소영 관장 측 주장과 노태우·SK 측의 주장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서울 서초구 서초대로 219 대법원 전경. 사진=최준필 기자


노 관장 측은 비자금 300억 원을 당시 선경에 대여해 준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노태우 전 대통령의 측근들과 SK그룹의 영원한 2인자로 통했던 손길승 명예회장은 “노태우 전 대통령이 퇴임 이후 통치자금으로 요구해 약속어음으로 전달해준 것”이라고 말한다. 즉, 대여해준 것이 아니라 SK로부터 받아갈 돈이라는 설명이다.  

 

양 측의 이 같은 엇갈린 주장은 객관적으로도 부합하는 측면이 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대여금이라면 보통 차용증을 받지 약속어음을 받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당시 노 전 대통령은 삼성 250억, 현대 250억 등 모든 기업들로부터 비자금을 강탈해 갔는데, 당시 재계 서열 5위인 SK에만 대여해 줬다는 것은 말이 안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노태우 전 대통령이 퇴임 전에 선경에 (돈을) 요구하자 퇴임 이후 지급하겠다는 약속의 의미로 약속어음을 건넸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약속어음이 발행된 것은 김영삼 전 대통령이 당선된 대선 직전인 1992년 12월로 노소영 관장이 주장하는 대여금 전달 시기인 1991년경과 시간도 맞지 않는다.  

 

이제 국민들의 시선은 대법원을 향하고 있다. 시민단체 한 관계자는 “대법원은 이혼에 따른 재산분할만을 본질이라 보지 말고, 대한민국 사법정의의 최후 보루답게 폭력적으로 조성된 불법 비자금은 끝까지 환수되어야 한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법조계의 또 다른 관계자도 “범죄수익을 은닉한 범죄자 일당에게도 그에 응당하는 처벌이 따라야 한다. 이는 범죄는 어떤 경우에도 자리 잡지 못한다는 법치국가의 당연한 이치임을 증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콘텐츠기획팀

bizhk@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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