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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하나도 살아남지 못했다" 시작만 창대했던 메타버스 잔혹사

세계 최초 관련 법 시행 앞뒀지만 의미 퇴색…기업·지자체 서비스 사실상 개장휴업

2024.09.11(Wed) 10:25:01

[비즈한국] 팬데믹으로 비대면 수요가 급증했던 과거와 달리 메타버스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급격히 사그러들면서 관련 사업에서 철수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메타버스 열풍을 타고 등장했던 플랫폼 대부분이 이용자와 고객사 확보 등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이렇다 할 실적을 내지 못했기 때문.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주도한 공공 메타버스 역시 대부분 성과 없이 예산만 낭비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메타버스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꺾인 가운데 관련 서비스 철수가 줄잇고 있다. 두나무 메타버스 ‘세컨블록’ 철수 안내문. 사진=세컨블록 홈페이지

 

#관심도 높았던 플랫폼도 잇단 구조조정   

 

이달 28일 메타버스 산업 진흥 근거 등을 마련하는 ‘가상융합산업 진흥법’이 세계 최초로 시행되는 가운데 ‘메타버스의 무덤’​이었던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국내 주요 메타버스가 줄줄이 문을 닫고 있다. 게임사, 통신사 등 메타버스를 차세대 먹거리로 주목했던 업계에서 전향적인 태도가 두드러진다. 엔데믹 이후 침체기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인데 유의미한 성과를 낸 사례 역시 극소수로 파악된다.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 운영사인 두나무가 2021년 11월 출시했던 메타버스 ‘세컨블록’은 지난 9일 서비스가 종료됐다. 공공 분야에서는 서울시가 미래형 신개념 공공서비스를 목표로 선보인 ‘메타버스 서울’이 출시 1년 9개월 만인 오는 10월 16일 문을 닫는다. 

 

서울시가 운영하던 ‘메타버스 서울’은 오는 10월 서비스가 종료된다. 사진=메타버스 서울 홈페이지


이용자 확보와 시장 확대에 부침을 거듭하던 통신업계는 올해 들어 본격적인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다양한 분야에서 가능성을 찾던 업계가 시장 흐름, 주력 사업 변화 등을 다각도로 고민한 결과”라고 말했다. 

 

KT는 올 4월 기업용 플랫폼 ‘메타라운지’를 종료한 데에 이어 일반 이용자 대상 ‘지니버스’의 오픈 베타 서비스를 지난달 초 종료했다. 직장인·대학생·어린이로 타깃을 세분화해 메타버스 3종을 기획했던 LG유플러스는 관련 시장이 주춤하자 숨고르기를 하고 있다. 당초 코로나19 펜데믹 시기 생활 패턴이 바뀐 이들에게 필요한 맞춤형 플랫폼을 제공한다는 취지였는데, 현재 운영 중인 서비스는 키즈폰과 접목한 ‘키즈토피아’, 어린이집 행사를 메타버스로 옮겨온 ‘픽키즈’, 대학 캠퍼스를 가상현실에 적용한 대학생 전용 ‘유버스’ 등이다. 지난해 출시를 목표로 개발 중이었던 직장인 전용 ‘메타슬랩’의 론칭 소식은 기약 없이 미뤄지고 있다. 

 

그나마 수백만 명대 이용자를 유지하던 SK텔레콤의 ‘이프랜드’는 생성형 인공지능(AI) 기술을 결합하고 K팝 비즈니스와 연계하는 등 전략 재조정에 나섰다. 경제시스템 도입과 꾸준한 콘텐츠 업데이트로 차별화를 이룬 이프랜드는 동남아 등 글로벌 유입을 이끌어냈다는 평가를 받지만 시장 하락세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SK텔레콤의 ‘이프랜드’는 정체된 이용자 이용률 제고를 위해 전략 재조정에 나섰다. 사진=SK텔레콤

 

#카카오·KT도 실패, 지자체 메타버스는 ‘개장휴업’​ 

 

지난해부터 이어진 서비스 철수 행렬은 메타버스에 대한 투자 심리와 사업 추진 동력이 꺾인 시장 분위기를 그대로 보여준다. 가상자산 시장 분석 기업 갤럭시 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2분기 메타버스를 포함한 블록체인 스타트업들의 투자 유치금은 23억 달러(3조 원)로, 전년 동기(80억 달러) 대비 71% 감소했다. 

 

카카오 증손회사 ‘컬러버스’는 지난해 말 모바일 3D 메타버스 서비스 ‘퍼피레드’를 정리했고, 한글과컴퓨터와 싸이월드 제트가 합작한 ‘싸이타운’ 서비스도 연기와 오류를 반복하다 문을 닫았다. 컴투스도 ‘컴투버스’ 사업을 접었다.​ 퍼피레드의 경우 추억의 서비스가 7년 만에 재탄생하는 데다 카카오게임즈 자회사 넵튠의 지분 투자 등 카카오 공동체를 지원군으로 둔다는 점에서 기대가 높았는데, 2022년 한 해에만 115억 원 이상 영업적자를 내면서 재정 문제에 부딪혔다. 국내 대표 메타버스 네이버 ‘제페토’는 살아남았지만, 제페토에서 자체 채널을 운영하던 GS25, 토니모리, 배스킨라빈스 등 유통업계와 IBK기업은행, KB국민카드, 애큐온저축은행 등 금융권의 시도는 단기 실험으로 끝났다.  

 

중장기 운영 계획이나 구체적인 활용안 없이 만들어진 공공 부문 메타버스의 한계도 뚜렷하다. 경기 안산시 ‘메타안산’, 경남 진주시 ‘진주성 메타버스’, 충북 청주시 ‘수암골 메타버스’, 전북 남원시 ‘광한루원 메타버스’ 등은 지방자치단체가 자체적으로 구축한 메타버스 플랫폼이다. 

 

지자체가 운영하는 메타버스는 대부분 가상현실을 접목한 관광 정보 지도 수준에 그쳤다. 사진=버추얼 강원 홈페이지


사업비가 적게는 수천만 원에서 4억~5억 원, 많게는 10억 원대의 예산이 들어갔지만 이용자 수는 미미해 개점 휴업 상태다. 2024 강원동계청소년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오픈한 강원도 ‘버추얼 강원’의 경우 총 사업비 65억 원이 들어갔다. 기자가 직접 이용해보니 플랫폼 대부분은 지역 일대를 가상현실로 조성해 간단한 장소 정보를 제공하는 관광 지도 수준을 넘어서지 못한 형태였다. 지난해 8월 전북 부안군 새만금에서 열린 ‘제 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도 개최 전 ‘세계잼버리 메타버스’를 만들었는데, 투입된 세금은 10억 원 규모였다. 

 

위정현 중앙대학교 경영학부 교수(한국게임학회 회장)는 “메타버스 등 플랫폼에 대한 이해가 낮은 공공기관이 직접 플랫폼 사업을 하겠다는 것 자체가 문제”​라며 “​플랫폼은 구축 이후 이용자를 유지, 관리하는 작업이 가장 중요하다. 기업이 수백억을 투자하고 많은 인력을 투입해도 실패하는데 애초에 공공기관이 성공할 수 없는 사업”이라고 꼬집었다.  

 

국내에서 분위기가 가라앉은 점도 메타버스 침체에 영향을 미쳤지만 원인은 복합적이다. 메타버스에 대한 이상은 높은데 기술적으로 영글지 않은 상태에서 접해 이용자들의 실망감이 컸고, 아바타 등의 이미지가 유아적이라는 시각도 있다. 이임복 세컨드브레인연구소 대표는 “누구의 탓이라고 할 수 없는 부분도 있다. 코로나 시기 갈 수 없는 곳들을 간다는 것에서 가치가 있었는데 비대면 수요가 줄어든 환경적인 요인이 크다”면서도 “오프라인과 온라인이 유기적으로 연결되고 메타버스 공간​을 계속 찾게 만드는 유인책이나 소속감 등을 주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 한계가 두드러진다”고 말했다.  

 

위 교수는 “오프라인에서 얻을 수 없는 가치를 구현해야 했는데 오프라인을 온라인에 옮기는 불과한 수준도 있다. 이 같은 경험이 메타버스에 대한 이용자의 실망감으로 연결돼 악순환을 낳은 것도 있다”고 짚었다. ​

강은경 기자

go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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