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애플이 9월 이벤트를 열었습니다. 매년 추석을 앞두고 열리는 가을 이벤트는 아이폰과 애플워치를 중심으로 애플의 가장 중요한 모바일 제품이 공개되는 자리입니다. 올해도 새로운 모바일 컴퓨팅 기술의 트렌드를 반영한 애플 워치, 에어팟, 아이폰들이 소개됐습니다.
#‘출시 10년’ 애플워치, 역대 가장 크고 얇아
애플워치는 크기를 더 키웠습니다. 10번째 세대인 애플워치 시리즈 10은 42mm와 46mm 두 가지 모델로 나옵니다. 이 수치는 케이스의 세로 길이인데, 돌아보면 10년 전 첫 세대가 38mm와 42mm로 나온 것을 생각하면 이제 작은 모델이 초기의 큰 모델과 같은 크기가 됐습니다. 지난해 애플워치 시리즈 9가 41mm, 45mm였던 것에 비해서 1mm씩 늘어났는데 사실상 시계로서는 한계에 가까워졌다고 볼 만큼 큰 사이즈입니다.
그리고 베젤을 극단적으로 줄이면서 디스플레이는 훨씬 더 커졌습니다. 지난 세대보다 화면 영역이 30% 정도 더 넓어졌는데, 애플은 텍스트 정보를 기준으로 기존보다 1줄 정도 더 볼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크기보다도 디스플레이의 변화가 재미있는데, ‘와이드 앵글 OLED’라고 이름붙인 이 화면은 각각의 픽셀이 더 넓은 각도로 빛을 내도록 만들었습니다. 디스플레이는 정면에서 보는 것을 기준으로 만듭니다. OLED는 덜하지만 분명 가시각이 있고, 보는 각도에 따라서 더 어둡게 보이거나 색이 다르게 보이기도 합니다. 새 애플워치는 빛이 보이는 각도를 더 넓게 만들어서 비스듬히 봐도 기존보다 40% 더 밝게 보입니다. 손목을 들어서 시계를 보기도 하지만 그보다도 흘깃 보는 경우가 훨씬 많은 상황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전력 효율도 높아져서 상시 표시 디스플레이도 대기 상태에서 기존에 1분에 한 번씩 정보를 업데이트되던 것을 1초에 한 번씩으로 늘렸습니다. 케이스에도 변화가 생겼는데, 알루미늄을 유광으로 마감했습니다. 알루미늄을 광이 날 때까지 연마해서 가공하고 특수한 산화 공정을 통해서 반짝이는 케이스를 만들었습니다. 이제는 사라진 스테인리스 스틸 케이스와 비교해서 어떤 느낌을 낼 지가 관건입니다.
애플워치는 매년 건강과 관련해서 기능적인 업데이트를 하는데 이번에는 수면 무호흡을 진단할 수 있게 됩니다. FDA를 비롯한 기관 승인을 받아서 이번 달부터 150개 넘는 국가에서 수면 무호흡을 진단하고, 증상 보고와 의사가 판단할 수 있는 데이터까지 만듭니다.
반가운 것은 이 기능이 애플워치 시리즈 10뿐 아니라 시리즈 9와 애플워치 울트라 2에도 적용된다는 점입니다. 뉴럴 엔진을 갖고 있으면 분석이 가능한 것으로 보입니다. 올해 애플워치 울트라는 3 대신 2를 1년 더 끌고 갑니다. 새로운 케이스를 내놓는 것으로 숨고르기를 하는 모습인데, 기기 성능에 여유가 있기 때문에 일반 모델의 디자인에 중심을 두고 울트라는 조금 쉬어가는 듯합니다.
#에어팟 프로 2, 업데이트로 청력 보완 기능 지원
에어팟 4도 나옵니다. 에어팟 3를 닮은 오픈형 이어폰 형태로 나옵니다. 소리와 작동, 센서를 제어하는 H2 칩이 들어가서 적응형 오디오, 주변음 허용 모드를 비롯해 제스처 인식, 공간 오디오 등이 모두 됩니다. 그리고 옵션으로 노이즈 캔슬링 기능이 있는 버전을 따로 나누어서 판매합니다. 사실상 에어팟 프로 2의 기능을 그대로 흡수한 셈입니다.
그럼 에어팟 프로는 업데이트가 이뤄질까요? 기기적으로는 변화가 없이 에어팟 프로 2 그대로 이어갑니다. 대신 소프트웨어로 차이를 만듭니다. 청력을 보호하고, 문제가 있는 부분을 인지하고, 이를 보완해주는 역할입니다. 노이즈 캔슬링을 통해 음악을 더 작게 듣는 것으로 청력을 보호하는 것은 에어팟 프로의 출발점이었습니다. 여기에 의학적으로 인정받은 방법으로 청력 테스트가 더해지고, 개개인이 잘 못 듣는 대역의 소리를 보강해주는 것입니다.
이 청력 보완 정보는 애플의 모든 기기에 반영되어서 음악, 영화 등 콘텐츠에서 맞춤형 소리를 만들어줍니다. 그리고 일상의 소리도 증폭해 줍니다. 보청기까지는 아니어도 잘 듣지 못하는 부분을 채워주는 역할을 합니다. 불편하고 보기에도 썩 좋지 않은 보청기 대신 에어팟 프로를 쓰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도 들지만 그보다도 나이가 들면서 인지하기 어려운 청력 손실을 공식화하고 이를 일상에서 보완하는 것은 생활의 질을 높일 것으로 보입니다.
에어팟 맥스는 루머와 마찬가지로 새 컬러가 더해지고, 충전 단자를 USB-C로 바꾸는 작은 업데이트가 이뤄집니다. 사실 하이파이를 지향하는 에어팟 맥스에 H2 프로세서 기반 업데이트가 이뤄지지 않은 것은 아쉽습니다. 다르게 생각하면 에어팟 프로 2, 에어팟 맥스를 더 오래 쓸 수 있게 됐다는 점이 좋을 수 있겠네요.
애플워치나 에어팟 프로를 보면 당장 신제품이 아니어도 소프트웨어를 통해 새로운 경험을 주고, 기대를 높이는 것은 기기에 대한 애정과 브랜드 충성도를 높이는 부분입니다. 그리고 그게 가능한 것은 기본적으로 반도체 성능에 여유가 있고, 그 부분을 새로운 기술로 채우는 소프트웨어가 있기 때문입니다. 애플이 늘 이야기하는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운영체제를 다 다루는 강점인데, 그게 결국 기기를 계속 빛나게 해주는 것이지요.
#아이폰 16, AI 품고 측면 하단에 카메라 컨트롤 추가
9월 이벤트의 주인공인 아이폰은 16의 이름을 달고 나옵니다. 아이폰 16, 16 플러스, 그리고 아이폰 16 프로, 16 프로 맥스로 이제까지처럼 4가지 모델입니다.
기기적인 변화를 몇 가지 짚어보면 먼저 아이폰 프로 16은 6.3인치, 6.9인치로 화면이 조금 더 커졌습니다. 단일화면 스마트폰의 한계인 7인치 안에서 할 수 있는 한 가장 큰 화면을 넣은 셈입니다. 테두리를 더 줄여서 공간을 만들어낸 것인데, ‘이 뒤가 더 있을까?’라는 생각도 듭니다.
그리고 아이폰 16은 무음 조절 스위치 대신 지난해 아이폰 15 프로에 들어간 동작 버튼이 더해집니다. 길게 눌러서 무음 모드를 비롯해 여러 기능들을 불러올 수 있습니다. 그리고 두 제품 모두 오른쪽 옆면의 아래쪽에 ‘카메라 컨트롤’ 버튼을 더합니다. 탭틱 엔진으로 작동하는 널찍한 이 버튼은 누르는 것으로 사진을 촬영할 수 있고, 손가락 끝으로 미는 슬라이드 동작으로 모드나 촬영 값을 조정할 수 있습니다. 더 직관적이고 화면을 덜 가리기 위한 UX로 보입니다.
두 제품의 프로세서는 각각 A18, A18 프로가 들어갑니다. 애플은 지난해에 아이폰 15 프로에는 A17 프로 칩을 넣고, 아이폰 15에는 전 세대인 A16을 넣어서 성능에 차이를 두었는데 올해는 같은 세대로 맞췄습니다. 아직 프로세서의 성능이 여유롭기 때문에 전 세대의 고성능 칩을 일반 모델에 넣어보는 시도였지요. 여전히 성능이 뛰어나기 때문에 경험이나 평이 나쁘지는 않았지만 문제는 애플 인텔리전스였습니다.
애플 인텔리전스와 새로운 시리는 적지 않은 컴퓨팅 자원을 필요로 합니다. 스마트폰의 특성상 기다림 없이 명령에 바로 대응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뉴럴 엔진과 GPU 성능 뿐 아니라 메모리의 영향이 큽니다. A16은 부족했기 때문에 아이폰 15는 애플 인텔리전스를 온전히 쓰지 못하는 상황을 맞았습니다. 아마 애플도 이 상황을 예측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봅니다.
하지만 애플 인텔리전스는 앞으로 아이폰 경험의 중심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애플이 이를 기기의 차별점으로 가져가지는 않는 것으로 보입니다. 무엇보다 애플 인텔리전스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칠 메모리를 보강해서 용량뿐 아니라 메모리 대역폭을 17% 정도 끌어올렸습니다.
전력 효율도 높아져서 더 낮은 전력으로 이전 세대와 같은 일을 할 수 있게 됐습니다. 생성형 AI가 쓰는 시스템 자원에 대한 여유를 남겨두려는 것으로 읽을 수 있습니다. 이는 열 설계와도 관련이 있는데, 아이폰 15 프로에 적용됐던 알루미늄 기반의 발열 시스템이 아이폰 16 일반 모델에도 적용됩니다. 아이폰 16 프로의 경우 열처리 용량이 늘어나면서 성능을 20% 정도 더 유지할 수 있습니다.
이 발열 시스템은 고성능 게임처럼 지속적으로 높은 성능을 쓸 때 유리하지만 일상에서도 생성형 AI가 순간적으로 높은 성능을 끌어 쓸 때마다 기기의 한쪽이 뜨끈뜨끈해지는 현상을 줄이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애플 인텔리전스는 기기를 쓰는 동안에도, 또 쓰지 않는 동안에도 뭔가 일을 계속 하기 때문에 열이 제대로 빠지지 않으면 미묘한 불쾌감을 줄 수 있습니다. 이를 해소하는 역할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아이폰 16과 아이폰 16 프로는 더 나은 카메라와 촬영 기능들도 갖고 있고, 기본적으로 성능도 눈에 띄게 높아졌습니다. 하지만 기기적인 변화의 폭이 다소 싱겁다고 느낄 수도 있습니다. 이유는 애플 인텔리전스 때문입니다. 새 아이폰, 그리고 iOS의 핵심 기능들은 대부분 애플 인텔리전스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아이폰 16 시리즈의 하드웨어적인 역할은 이 애플 인텔리전스를 편하게 작동하는 데에 있고요.
어떻게 보면 애플은 아이폰 16을 지난 6월 WWDC부터 공개해 온 셈입니다. 주요 이슈가 나뉘어지다 보니 그 자극의 강도가 줄어들었지만 이 발표가 WWDC의 애플 인텔리전스 발표와 동시에 이뤄졌다면 그 어느 때보다 놀라웠을 겁니다. 애플이 제품에 대한 루머를 강하게 통제하는 것도 그런 이유겠지요.
하지만 애플 인텔리전스는 한편으로 아이폰 16만의 기능이 아니라 애플 생태계 전체에 영향을 주는 일이고, 이를 통해 앱 생태계로 영역을 넓히는 일이니 새 기기와 함께 발표해서 그 기능과 개념을 한정할 필요는 없을 겁니다. 당장 올해의 아이폰을 넘어 앞으로 애플 인텔리전스가 만들 변화에 큰 비중을 두고 있다는 게 WWDC의 발표였을 테고요.
아이폰 16을 비롯해 애플워치, 에어팟 등 모든 제품들을 우리나라에서도 9월 20일부터 구입할 수 있다는 점은 반가운 일입니다. ‘1차 출시국’ 대열에 들어선 것이지요. 시간으로 따지면 미국보다 더 빠르고, 호주보다 1시간 늦습니다. 애플의 생산, 재고 관리에 그만큼 여유가 생겼다는 점, 그리고 국내 시장에서 아이폰의 역할이 커졌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최호섭 IT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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