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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팝: 이상한 나라의 아이돌] BTS 그래미상 불발 원인을 K팝에서 찾다

LA 엔터 관계자들, '아이돌 육성 시스템' 현지화 가능성에 회의적…'노예 훈련' 비판 과도한 측면도 존재

2024.09.10(Tue) 15:31:14

[비즈한국] K팝은 대한민국 최고의 수출품이 됐다. 그러나 화려함 뒤에는 그늘도 깊다. K팝의 상징인 아이돌은 이른 나이에 발탁돼 혹독한 연습생 시절을 거친다. 그 과정에서 노동권과 인권은 무시되기 일쑤다. 데뷔조차 못 한 무수한 연습생들은 어떻게 되는 걸까. 비즈한국은 ‘K팝: 이상한 나라의 아이돌’ 시리즈를 통해 K팝이 성장하는 동안 외면했던 문제점을 짚고, 다각도로 대안을 살펴보고자 한다. K팝을 만드는 이들이 건강해져야 K팝을 즐기는 사람들도 더 행복해질 수 있다고 믿는다.​ 

 

하이브의 ‘적자’사업으로 꼽히는 하이브 아메리카. 하이브가 1조 원을 들여 인수했지만, 그간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그런 하이브가 아메리카가 내놓은 야심작이 현지 걸그룹 캣츠아이다. 지난해 하이브는 오디션 프로그램 <더 데뷔: 드림아카데미>를 통해 그룹을 결성하고, 지난 6월 28일 데뷔시켰다. 현지 업계 관계자 A 씨는 “하이브가 캣츠아이 제작에 엄청난 돈을 쏟아부었고, 홍보라인업을 전부 새로 구축했을 정도로 사활을 걸었다는 이야기가 퍼져있다”고 말했다. 

 

하이브의 첫 현지 걸그룹인 만큼 캣츠아이의 성공 여부에 따라 ‘아이돌 육성 시스템’ 수출의 미래가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LA) 현지의 업계 관계자들은 현 상황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지난해 하이브가 미국 음반사 게펜레코드와 합작해 진행한 글로벌 걸그룹 오디션 <더 데뷔: 드림아카데미>​ 출연진 모습. 사진=하이브×게펜레코드 제공

 

#현지 매니지먼트 “K팝은 돈이 된다”

 

JYP엔터테인먼트는 미국 음반사 리퍼블릭 레코드와 하이브는 게펜 레코드와 협업해 현지 걸그룹을 만들었다. 미국 현지 음반사는 왜 한국 엔터사와 협업할까. LA에서 한국 아티스트를 대리하는 익명의 현지 에이전시 관계자 B​ 씨는 “K팝은 돈이 된다. 미국 음반사들도 이를 잘 알고 있다”고 말한다. 

 

그는 K팝 육성 시스템과 팬덤이 가진 장점을 미국 음반사가 인지하고 있다고 말한다. ​B 씨는 “미국 레코드사는 훈련 시스템은 갖추고 있지 않다. 재능이 있는 사람을 우연히 발견하고, 데뷔시키는 방식이다. 재능이 충분하면 ‘우리가 도와줄게’라고 말하고 이끌어주는 역할만 한다. 이들에게 연기와 노래를 가르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발굴된 아티스트는 자신의 음악 스타일을 스스로 만들어 나간다. “미국 아티스트들은 만들어주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그들은 자신의 노래를 만드는데 집중한다. 그래서 생기는 문제들도 있다. 매니지먼트가 앨범 출시를 위해 춤을 추고, 그걸 틱톡에 올리라고 하면 아티스트는 ‘하고 싶지 않다’고 말한다. 그들은 이런 부분에 자존심이 있고, 이 때문에 많은 아티스트들이 자신의 매니지먼트와 갈등이 있는 상태다.”

 

반면 한국의 K팝은 다르다. K팝은 거대한 ‘팬덤’이 있고, 앨범을 적극적으로 소비한다. “한국 팬덤은 굉장히 크고, 팬들은 결과물이 별로 좋지 않더라도 소비하는 경향이 있다. 서양 아티스트의 팬들은 노래가 좋지 않으면 억지로 조회수를 올리거나 빌보드 1위를 만들려고 하지는 않는다. 반면 K팝 팬들은 노래가 나오기도 전에 전부 예약 주문을 한다.”

 

B​ 씨는 이 지점이 서양 아티스트와 다르게 K팝이 돈을 벌 수 있는 이유라고 말한다. “이런 구조로 인해서 K팝 팬덤에서 엄청난 수익이 나온다. 그러다 보니 서양 아티스트도 점점 이런 마케팅을 따라 하고 있다. 포토카드를 사고 굿즈를 사는 일들은 Z 세대의 문화가 되고 있다. 응원 봉, 팔찌를 만드는 서양 아티스트도 생겼다.”

 

아티스트를 육성하는 한국 엔터테인먼트와 마케팅만 하는 미국 매니지먼트는 수익 분배 방식도 다를 수밖에 없다. B​​ 씨는 미국 레코드가 아티스트에게 돈을 더 적게 주는 방법을 찾았다고도 말한다. “미국 아티스트는 더 높은 돈을 받을 수밖에 없다. 미국은 앨범을 구매하지 않더라도 곡을 구입하는 경우가 많고, 투어나 브랜드 광고를 통해 돈을 번다. 이렇게 올린 수익은 매니지먼트에게 가는 구조가 아니다. 매니지먼트나 에이전트들은 아티스트 수익의 10~15% 정도 되는 수수료만 가져간다. 아티스트가 중심이고, 돈을 직접 받는다. 에이전트는 아티스트에게 일을 찾아줄 때만 돈을 받을 수 있다.”

 

아티스트가 소속사에 종속된 한국은 수익 구조가 정반대다. “반면 한국에서는 아티스트들이 매니지먼트 회사의 직원으로 일하고, 회사가 돈을 받은 후 그 돈을 멤버들에게 일부 나누어준다. 그래서 혼자 일할 때보다 돈을 훨씬 덜 받게 되는 구조다.”

 

지난해 8월 <더 데뷔: 드림아카데미>​​ 기자 간담회에 등장한 프로젝트 관계자들. 왼쪽부터 톰 마치(President), 인정현(Head of Creative Production), 움베르토 리온(Creative Director), 미트라 다랍(President)​, 손성득(Executive Creator), 사회자. 사진=하이브×게펜레코드 제공​


#미국인이 과연 ‘한국식 훈련​ 견딜 수 있을까​

 

B​ 씨는 캣츠아이 등 글로벌 걸그룹의 과제는 ‘K팝을 떼는 일’이라고 말한다. “미국 사람들은 아시아인이면 전부 같은 범주에 넣는 경향이 있다. 미국인들은 모든 걸 K팝 안에 넣고, 발전을 막으려고 한다. K팝 범주 안에 있으면 더 성장하기 어렵다. BTS가 그래미상을 받지 못한 이유기도 하다. 오히려 장벽이 되는 거다. 캣츠아이가 단순히 서양 버전의 K팝이 되지 않아야 하는 이유다. 물론 우려도 있다. 동양에 비해 서양인들은 그룹으로 활동하지 않고 본인의 정체성을 찾고 싶어 하는 경향이 더 강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부분에서 그룹의 미래가 걱정되기는 한다.”

 

K팝 아이돌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할까. 그는 어린 아이들이 활동하는 것에는 부정적이다. “너무 어린 나이에 시작하는 아이돌을 보는 건 분명히 불편하다. 14살 정도에 데뷔하는 미성년자가 많고, 그들의 팬들은 주로 나이 많은 남성들이다. 정말 이상하다. 경험을 가지고 감정을 녹여 곡을 쓰는 법을 배워야 할 시기에 브랜드 홍보 활동을 하고 있다.”

 

다만 아이돌 육성 시스템에 대한 미국의 비판이 과도하다고 말한다. “서양에서 아이돌 육성 시스템을 두고 ‘노예제도’라고 비판하지만, 사실 서양에서도 운동선수들에게 똑같은 일을 시키고 있다. 이 두 개가 근본적으로 어떤 점이 다른지는 모르겠다. 단지 음악가들에게 이런 시스템을 적용하지 않았을 뿐이다. 오히려 미국인들은 태어나서부터 노래를 잘하지 않으면 스타가될 방법이 없다. 이런 측면에서 ‘전문적으로 배워서 만들어지는 게 무엇이 나쁜가?’하는 질문을 할 수 있다. 오히려 배울 기회가 있다는 점에서 한국의 시스템은 좋다고 생각한다. 다만 아이돌이 스스로 곡을 쓰고, 역사를 배우고, 본인의 스타일을 찾을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미국 다큐멘터리 작가 Heather Cox(헤더 콕스) 씨는 미국인이 한국의 트레이닝을 견디기 어려울 거라고 이야기한다. 사진=전다현 기자

 

반면 K팝 아이돌을 좋아하고 한국 문화에 관심이 많은 미국 다큐멘터리 작가 Heather Cox(헤더 콕스) 씨는 K팝 육성 시스템이 미국에서 작동하기는 어려울 거라고 말한다. 헤더 씨는 “한국계 미국인이라면 모르겠지만, 미국인들은 신체적 요구를 감당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미국인들은 권위에 맞서는 것에 익숙하고 그런 훈련을 견딜만한 인내심이 없다고 생각한다. 돈이 보장된다고 하더라도 말이다”고 말한다. 

 

헤더 씨는 한국이 신체와 정신건강에 대한 문제를 지나치게 간과하고 있다고 말한다. 헤더 씨는 “작년에 KCON LA를 보러 갔는데, 아이돌이 생각보다 훨씬 말랐고 작았다. 연령도 너무 어려 영양상태가 걱정됐다. K팝 아이돌은 하루에 16시간씩 훈련하거나 심한 다이어트를 하고 있다.”

 

어린 나이에 데뷔하는 문화도 비판적이다. “18살 미만인 아이들이 노출이 있는 옷을 입고 대중들은 그들을 성적 대상으로 본다. K팝은 어린 나이에도 성적인 가사를 부르고, (여기에) 많은 미국인들은 불편함을 느낄 거다. 한국 시스템은 다소 강압적이고, 미국인들은 그런 부분에 있어 목소리를 내는 경우가 더 많기 때문에 여기서 작동하기는 어려울 거라고 본다”고 말했다.

 

#학자가 보는 K팝 현지화의 미래 

 

이혜진 교수는 USC(서던캘리포니아대학, 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에서 미국 최초로 ‘K-POP’을 정식과목으로 개설한 한국인 학자다. 이혜진 USC​ 교수는 미국 음악 산업은 더 이상 ‘신인 개발’을 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현재 미국 시장은 새로운 아티스트를 발굴하고 노래를 만들기보다는 이미 SNS를 통해 유명해진 사람과 계약하는 추세다. 그런데 한국이 이 모든 걸 다 해주는 거다. 미국 음반사 입장에서는 돈을 적게 썼는데도 아티스트가 발굴돼 있고, 팬덤까지 장착돼 있는 셈이다. 이 때문에 미국 음반사들은 K팝이 돈이 될 거라는 인식이 있다.”

 

미국 음반사가 아이돌 육성 시스템을 독자적으로 운영할 가능성은 없을까. “하나의 시스템으로 완전히 정착을 하고, 노하우가 생기면 독자적으로 할 수도 있다. 그러나 현재 상황에서 굳이 투자를 해서 연구를 하고, 사람을 고용할 필요가 없다. 이미 모든 것이 갖춰져 있는 회사(한국 엔터)와 파트너십을 해서 쉽게 가는 거다. 리스크가 적은 방향이다.”

 

이혜진 교수는 LA에 한국 엔터사들 모이는 원인 중 하나로 인종을 꼽는다. “LA 특성상 한국계 미국인, 아시아계 미국인, 히스패닉 등이 많고, 이들은 K팝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이들은 스스로를 K팝 스타에 투영시키는 경향도 있다. 인종적인 부분도 분명 무시할 수 없다”고 말한다. 

 

이 교수는 “한국계, 아시아계가 아닌 백인, 유럽인들은 K팝 아이돌이 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지 못할 거다. 인종적인 부분도 분명히 있다. 비챠, 캣츠아이 등 현지 걸그룹이 나왔지만, 아직은 실험적이다. ‘한국식 연습생’ 시스템이 적용된 상태라고 보기는 어렵다. 어설픈 상태다. 특히 유럽, 미국은 아티스트의 자율성과 창의성을 중시한다. 육성되고 가공된 사람을 아티스트라고 볼 수 있느냐 하는 의구심도 있을 거다. 그래서 이 시스템을 전부 적용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뉴욕 타임스퀘어 거리 전광판에 걸린 블랙핑크 리사의 모습. 사진=전다현 기자

 

K팝 육성 시스템을 미국에 정착시키기 위해 당면한 과제는 무엇일까. 이 교수는 법적인 문제와 비즈니스 모델의 한계를 말한다. “미국에서 법적으로 연습생 제도를 만들기는 어려울 거다. 아마 지금은 연습생이라는 명칭 없이 아티스트로 계약하지 않았을까 예상한다. 미국은 특히 미성년자와 관련된 부분이 엄격하다.”

 

미국에서 K팝은 분명 인기 있지만 ‘대중적’인지는 의문이다. “한국에 대한 전반적인 인지도가 높아진 건 사실이다. K팝이라는 용어가 생소하지 않고, K팝이 무엇인지 이제 설명할 필요가 없다. 다만 미국에서도 ‘주류’라는 개념이 사라지고 있다. 옛날에 멜론 1위를 하면 전국민이 노래를 알았지만, 지금은 아니다. 미국도 마찬가지다. 미국 Z 세대 사이에서 K팝은 분명 인기이지만, BTS 노래보다 싸이의 강남스타일을 아는 (미국)대중들이 더 많다. 학생들 스스로 ‘K팝을 졸업할 나이가 됐다’고 말할 정도로 소비하는 연령대가 한정돼 있다.”

 

K팝의 팬덤이 더 이상 한국에 기반하지 않았을 때 생기는 새로운 문제들도 있다. 한국은 아이돌에게 ‘도덕적 기준’이 엄격하지만, 미국은 ‘정치적 올바름에 대한 요구’가 있다. “미국의 K팝 팬들을 스스로를 특히 더 진보적이라고 생각한다. 윗세대와 다르게 본인들은 아시아 문화인 K팝을 좋아하는 미국인이기 때문이다. K팝을 좋아한다고 공개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이 ‘커밍아웃’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보는 미국의 인종차별적 시선도 내재했다. 그러다 보니 팬들은 더 진보적이고, K팝 아이돌에게도 진보적인 목소리를 요구한다.”

 

그는 한국 엔터사의 글로벌 걸그룹의 성공은 아직 미지수라고 말한다. “하이브 같은 경우 캣츠아이를 K팝 그룹이라고 이야기하지 않는다. 글로벌 걸그룹이라고 칭한다. 핵심은 K팝 시스템을 이용해 글로벌한 걸그룹을 만든다는 거다. K를 떼는 게 목표이다. 아직까지 어떻게 될지 속단하기는 어렵다. 대중문화를 예상하는 것만큼 어려운 게 없기 때문이다. 아마 관계자들은 어떻게 마케팅을 성공적으로 할지 고민하고 있을 거다.”

 

※다음 편에는 북유럽에서의 K팝 확산 현황에 대한 기사가 이어집니다.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 

전다현 기자

allhyeon@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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