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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졸업생 1.6%만 '의사과학자' 지원…결국 문제는 '돈'이야

의사보다 임금, 처우 낮아 기피…서울대 '의과학과' 신설 및 정원 50명 배정 요청

2024.09.06(Fri) 11:33:11

[비즈한국] 정부가 의사과학자 양성을 위해 연구 활동을 지원한 지 6년 차에 접어들었지만 배출 규모는 나아지지 않고 있다. 매년 의대 졸업생의 1% 정도만이 의사과학자의 길을 걷는다. 정부는 선진국 수준인 3%로 단계적으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지위 보장의 불안정함, 경제적 보상 부족 등을 이유로 이탈하는 인력이 생겨나 밀착형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월 20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사진=최준필 기자

 

#의사과학자, ‘안과학’ 연구 가장 많아

 

정부는 2019년부터 의사과학자를 양성하는 다양한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2019년 전공의를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시작했고, 이후 전일제 박사학위 과정(2020년), 학부 과정(2021년), 박사후 과정·신진의사과학자 양성(2022년) 등이 생겨났다. 전 주기적 지원 체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에 따라 도입된 것이다. 현재 국내 의과대학 및 대학원 27곳이 의사과학자 양성 과정에 참여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9년 사업 시작 이후 전공의 233명과 박사 과정 연구자 113명이 지원을 받았고, 총 39명의 의사과학자가 배출됐다. 

 

의사과학자는 환자를 진료하고 질병을 연구함과 동시에 관련 분야의 과학 기술에 관심을 가지고 중개연구를 하는 의사를 일컫는다. 중개연구는 말 그대로 연구 등을 통해 얻은 지식을 진단, 예방 및 치료 등의 형태로 실용화하기 위해 ‘중개 역할’을 하는 연구다. 정부는 이들의 임상 아이디어가 기술 사업화 등으로 이어져 의료현장에 적용됨으로써 의료의 질이 향상되는 선순환 구조를 기대한다. 이들은 현재 치료제, 백신 개발 등 제약뿐 아니라 의료기기, 화장품, 디지털헬스케어 등 바이오헬스 전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의사과학자​들은 구체적으로 어느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을까. 정부가 발행한 ‘바이오헬스 인재양성 사업안내서’에 따르면 2023년 국제 학술지 네이처(Nature), 네이처 면역학(Nature Immunology) 등에 소개된 한국 의사과학자의 연구 29개 가운데 안과학 분야가 5개로 가장 많았다. 이어 유전학·면역학·종양학·백신이 3개로 2위, 심장학이 2개로 3위로 나타났다. 그 외에 신경학, 피부학 등이 다양하게 있었다. 안과학의 경우 대부분 약시 치료와 관련된 연구였다. 

 

#지원 1% 수준…전문의·일반의보다 임금 낮아

 

국내에서 의사과학자를 하려는 의사는 미미한 수준이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발행한 ‘보건산업브리프 334호’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연간 의과대학 및 의학전문대학원 졸업생은 대략 3300명인데, 이 중 기초 의학을 진로로 선택하는 졸업생은 30명 정도로 1% 미만이다. 이렇다 보니 의과대학원 박사학위 과정의 의사(MD) 지원자가 거의 없으며, 자연과학대학 및 공과대학 졸업생으로 충원되고 있다. 

 

지난 2월 연세의사과학자양성사업단이 ‘2024 연세 의사과학자 워크숍’을 개최했다. 융합형 의사과학자 양성사업에 참여한 학부생과 전공의, 전일제 대학원생 등이 워크숍에 함께했다. 사진=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연세의사과학자양성사업단 제공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대 의과대학원 의과학과의 의사 신입생은 2014~2018년(전기) 기준 총 26명으로 연 평균 5명에 불과하다. 연세대의 경우 연간 1~3명으로 집계됐다. KAIST 의과대학원은 졸업생이 100명이 넘으나 의사과학자로 안착하는 경우는 10% 안팎이다. 의과대학원 내 기초의학 과정도 전일제로 운영하는데도 의사의 진학률이 매우 저조하다. 이는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다. 보고서는 “주요국에서도 우리나라와 비슷하게 의사과학자 수 감소 등의 문제에 직면했다. 미국 등에서는 NIH(National Institutes of Health) 펀드 규모가 팽창하며 의사과학자의 연구비 수혜가 증가한 반면, 의사과학자의 수는 증가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여기에는 전문의와의 임금 격차를 해소할 경제적 유인책이 부족한 점이 원인으로 꼽힌다. 진료 부담 등으로 연구에 어려움 겪는 만큼 이에 상응하는 보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지난해 열린 ‘의사과학자, 왜 얼마나 필요한가’ 토론회에 참석한 신찬수 전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 ​이사장은 연구비 수주가 어려운 점을 언급했다. 신 전 이사장은 “의사과학자를 유지하기 위해선 가장 크게 신분 안정과 안정적 연봉, 연구비 수혜가 중요하다. 교육부는 인력 양성에 힘쓰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기초연구비를 지원하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짚었다. 

 

실제로 의사와 과학자의 연봉 차이는 적지 않은 편이다. 지난 5월 국회입법조사처가 발행한 ‘바이오헬스산업 육성 등을 위한 의사과학자 양성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정부출연연구소 25곳의 직원 평균연봉은 2022년 9370만 원인 반면, 의료기관에 근무하는 봉직의의 연 평균 임금은 2020년 기준 전문의 1억 9115만 원, 일반의 1억 86만 원이다. 김은정 사회문화조사실 보건복지여성팀 입법조사관은 “의사과학자가 독립된 연구자로 안착하도록 지속적으로 지원하지 않으면 제도의 정착이 어려울 수 있다”며 “이때 지원은 연구를 지속하기 위한 지원이 될 수도 있지만, 일정 수준 이상의 연봉에 대한 직업적 안정성도 포함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의대 증원으로 의사과학자를 늘릴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본다. 서울대는 지난 3월 내년도 의예과 신입생 모집 정원을 15명 늘리고, 의사과학자를 양성하는 ‘의과학과’ 신설 계획과 정원 50명 배정을 교육부에 신청했다. 다만 아직 증원은 되지 않았다. 서울대는 현재 대학원에서 의과학과를 운영하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KAIST)도 의사과학자와 의사공학자 육성을 위한 과학기술의학전문대학원 설립을 추진 중이다. 

김초영 기자

choyou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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