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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철 끝판왕' 지하철 2호선 1인 승무제 도입에 쏟아지는 우려

승객수·혼잡도 최고 노선…내년 상반기 시행 계획에 노조 "안전 위협", 전문가 "한계 분명"

2024.09.06(Fri) 09:57:56

[비즈한국] 기관사 한 명이 지하철 운행과 안전 관리를 동시에 책임지는 1인 승무제가 서울 지하철 2호선에 도입될 전망이다. 최근 서울교통공사는 기관사와 차장이 동승 운행하던 2호선 열차의 승무 방식을 기관사 1인 운행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공사는 올해 초 관련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현재 외부 기관을 통한 연구용역을 진행 중이다. 

 

1인 승무제가 이미 시행 중인 노선에서 사고 발생 때마다 안전성 문제가 떠오르는 만큼 확대 도입에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노조 역시 10량짜리 대형 도시철도를 기관사 홀로 운행하는 것은 이용객 안전을 위협하고 승무원의 근로조건을 악화할 것이라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서울교통공사가 서울 지하철 2호선에 1인 승무제 도입을 추진하는 가운데 안전 문제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양대역으로 들어오고 있는 서울 지하철 2호선. 사진=최준필 기자


#‘10량 규모 중 처음’ 2호선 기관사 1인 운행 시동 

 

서울교통공사와 노조에 따르면 서울 지하철 1~8호선과 9호선 2·3단계 구간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는 최근 2호선 1인 승무제 도입 초읽기에 들어갔다. 현재 서울교통공사는 1인 승무제 도입과 관련해 연구용역을 내보냈으며, 지난달 초에는 전 직원을 대상으로 설문을 진행했다. 열차자동운전(ATO·Automatic Train Operation) 시스템 개량과 전동차 교체 작업이 마무리된 2호선에 배치 인력 규모를 줄이며 효율화 작업을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노조에 따르면 서울교통공사는 연구용역 결과를 토대로 철도안전관리체계 승인을 거쳐 내년 상반기 전면 시행을 계획하고 있다. 오는 10월 설명회가 열릴 것으로 보인다. ‘차장 생략’에 따라 180명 이상의 인력을 감축하는 방안도 함께 고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진행 중인 연구용역 과제 세부 내용은 파악하고 있지 않다. 아직 확정된 사항은 전혀 없는 상태로, 연구용역 결과를 받아본 후 구체적인 방향 등을 정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2호선이 1인 운행 방식으로 전환되면 기관사가 지하철 운행과 출입문 개폐, 안내방송 등 민원처리까지 담당하게 된다. 기존 2인 승무제에서는 앞 칸의 기관사가 열차 운행을, 맨 뒤 칸의 차장이 안전 관리 업무를 분담해왔다.  

 

서울 지하철 2호선 합정역 정거장. 사진=최준필 기자


이번이 서울 지하철 노선에 자동화와 1인 운행이 적용되는 첫 사례는 아니다. 5~8호선과 민자 9호선은 운영 초기부터 컴퓨터가 자동 제어하는 ATO 시스템 하에서 기관사 한 명이 운행부터 승객 탑승 여부까지 확인하는 방식으로 운영됐다. 다만 10량짜리 노선 기준으로는 최초다. 5~9호선은 8·6·4량으로 구성돼 있다. 이 밖에 코레일이 1인 승무제를 적용하고 있는 경의중앙선(8량), 수인분당선(6량) 역시 10량 미만이다. 10량의 1~4호선과 코레일 일반철도는 2인 승무제를 유지해왔다.      

 

#하루 200만 명 이용하는데, 안전에 문제없을까

 

서울 지하철 노선 중 가장 이용객이 많은 2호선이 전례 없던 1인 운행 채비에 나서고 있지만 승무 제도 전환 작업이 순탄치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안전 문제에 대한 우려가 크다. 노조는 지난달 말 반대 기자회견을 여는 등 단체행동을 본격화하고 있다. 이승우 서울교통공사 안전보건경영위원회 전문위원(민주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1인 승무제는 중추적인 안전 방호벽 하나를 서울교통공사 스스로 무너뜨리는 시도와 다를 바 없다”고 지적했다.

 

이론상 ATO 시스템에서는 기관사 한 명이 열차를 운행할 수 있는 기술적 바탕이 마련된다. 이용객이 붐비는 출퇴근 시간에 열차 간 간격을 줄여 더 촘촘히 운행할 수 있고, 경영 효율화 측면에서 인건비 지출을 줄일 수 있다는 건 장점으로 꼽힌다. ATO 시스템 자체와 역과 역 사이 운행 중 안전성은 충분히 보장돼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의견이다.

 

문제는 열차가 멈추거나 출발할 때다. 김영석 동양대학교 철도운전·전기신호학과 교수는 “자동운전 시스템이 안전하지만, 완벽한 기계 시스템은 없다. 정차 상태에서 발생하는 일은 승무원의 몫”이라며 “시스템과 인공지능(AI)과 승무원이 상호·보완하며 작동하더라도 계속 행동하는 승객들과 그에 따른 상황을 모두 계산하기는 어렵다”고 짚었다. 

 

서울 지하철 2호선에는 잠실, 강남, 홍대입구, 신도림역(사진) 등 승하차 인원 최상위 역이 다수 포함돼 있다. 사진=최준필 기자


특히 10칸 단위 대형 도시철도에 처음 적용되는 데다 2호선이 국내 지하철 노선 중 승객이 가장 많고 혼잡도도 최고라는 점 때문에 ​승무 방식 전환에 회의적인 시각이 크다. 노조 측은 “2호선은 출입문 끼임, 발빠짐 등 승강장 사고나 열차 내 사고가 월등히 많은 노선이다. 열차 운행 장애나 이례적인 사고 발생 시 승무원 한 명으로는 매뉴얼에 따른 안전조치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2호선은 2022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혼잡도(정원 대비 탑승 인원) 평균 약 152%, 1일 평균 이용객 약 200만 명을 기록했다. 잠실, 강남, 홍대입구, 신도림역 등 승·하차 인원 최상위 역이 다수 포함돼 있고 환승 역만 24개에 달한다. 

 

김 교수는 “열차 칸 수(길이)가 늘어나면 그만큼 시야가 좁아진다. 직선 구조가 아닌 곡선 형태로 휘어진 정거장의 경우 앞 칸의 기관사에게 사각지대가 발생한다. 1인 승무 방식은 2인 승무제보다 이 같은 위험성을 효율적으로 막아내는 데 한계가 뒤따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인원 감축 등 비용 절감을 고려하더라도 안전을 비용이 아닌 투자 관점에서 봐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양수 송원대학교 철도운전시스템학과 교수는 “열차 자동화와 그에 따른 인력 효율화는 장기적으로 적절한 방향”이라면서도 “2호선의 경우 승객 수가 폭주하는 노선이라는 점이 관건이다. 차장이 담당하던 업무의 리스크를 기관사가 소화해내야 하는 만큼 열차의 혼잡도를 줄이고 정거장에 안전 인력을 배치하는 등의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강은경 기자

go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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