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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민, 외국인 라이더 교육 준비에 배달기사들 반발하는 이유

'시장 단가 흐린다' 불만에 '외국인 진입 지원하는 것 아니냐' 의구심도…배민 "철저히 관리할 것"

2024.09.05(Thu) 17:57:16

[비즈한국] 배달 플랫폼 업계 1위인 배달의민족이 외국인 라이더 대상 교육 프로그램을 준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배민 측은 외국인 라이더가 늘어나는 흐름을 따르고 있다는 설명인데, 업계에서는 배달 플랫폼이 수익성 개선을 위해 외국인들의 시장 진입을 적극 지원하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도 나온다.

 

배달 시장에 외국인 라이더 숫자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다. 사진=비즈한국DB

 

#배민 외국인 라이더 교육 프로그램 준비에 기사들 반발

 

배달의민족이 ‘배민 라이더스쿨’에 외국인 라이더 교육 과정의 신규 오픈을 준비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배민 라이더스쿨은 배달의민족이 운영하는 이륜차 교육전문시설이다. 배민은 당초 외국인 라이더 교육 과정을 올 하반기에 열 계획이었는데, 오픈 예정일이 다소 미뤄진 듯 보인다.

 

배달의민족 물류 서비스를 전담하는 우아한청년들 관계자는 “외국인 라이더가 늘고 있는 시류에 맞춰 교육도 한다면 좋지 않을까 하는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다. 현재 구상·기획하는 단계다. 구체적인 오픈 여부는 결정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다만 외국인 라이더 교육 과정은 F-2·5·6 비자 소지자만을 대상으로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배민이 외국인 라이더 교육 프로그램을 준비할 정도로 배달 시장에 외국인 유입률은 매우 높아졌다. 외국인 라이더는 몇 년 전만 해도 서울 강남, 경기도 공단 지역 등에서 간혹 눈에 띄던 수준이었는데 이제는 전국 어디에서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지난 3일 찾아간 경기도 수원시 대학가 인근에는 외국인 라이더의 모습이 자주 눈에 띄었다. 한 외국인은 익숙한 듯 식당에 들어가 음식을 픽업해 빠르게 오토바이를 타고 이동했고, 또 다른 외국인은 전기자전거를 이용해 배달을 했다. 도로를 달리는 오토바이 중에서도 외국인으로 보이는 운전자들이 종종 있었다.

 

배달 기사 A 씨는 “친한 음식점 조리장에게서 ‘이 동네에 알고 지내는 우즈베키스탄 라이더만 20명이 넘는다’는 얘길 들었다. 눈에 띄는 외국인도 적지 않은데, 말을 안 하면 외모로는 구분이 안 되는 중국인 등도 기사로 활동하는 것도 고려하면 외국인 라이더 수가 생각보다 훨씬 더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배달의민족은 이륜차 교육전문시설 ‘배민 라이더스쿨’에 외국인 라이더 교육 과정의 신규 오픈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우아한형제들 제공

 

배민 측은 교육 프로그램 신설이 외국인 라이더의 시장 진출을 권장하거나 지원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배달 기사들 사이에서는 배민이 외국인에게 배달 시장을 전면 개방하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나온다. 배달 기사 B 씨는 “배민이 배달 시장에 외국인이 들어오는 것을 환영하는 것으로 보인다. 시장 단가를 낮추기 위한 꼼수”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배달 라이더들은 외국인들의 배달 시장 진입을 경계하고 있다. 불경기가 장기화하면서 배달 수요가 감소했는데, 안 그래도 작은 시장에서 외국인 라이더와 경쟁한다는 것은 부담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B 씨는 “외국인들은 단가를 상관하지 않고 무조건 콜을 잡아 배달한다. 이른바 ‘똥콜(단가가 낮고 거리가 먼 배달 건)’도 모두 수행한다”라며 “외국인들이 말도 안 되는 가격의 콜을 수락하면서 시장을 흐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배달 기사들은 외국인들이 불법으로 배달 일을 하는 경우가 많다며 적극적인 단속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사진=최준필 기자

 

#불법 취업 우려도…“배민커텍트는 철저히 관리”

 

배달 시장에 외국인 라이더가 늘면서 불법 취업 문제가 떠오른다. 국내 시장에서 배달 라이더로 일하기 위해서는 출입국관리법상 거주비자(F-2), 영주비자(F-5), 결혼이민(F-6) 중 하나를 소지해야 한다. 하지만 실제 이들 비자를 받은 외국인은 많지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가 발표한 국내 체류 외국인의 비자 자격 통계 자료를 보면 7월 말 기준 전체 체류 외국인 261만 6007명 중 F-2·5·6 비자를 소지한 외국인은 39만 9012명으로 전체 체류 외국인의 15%에 불과하다.

 

불법 라이더 적발 건수도 늘어나는 추세다. 법무부에 따르면 올 1월부터 7월까지 택배·배달업종 불법 취업 외국인 적발 건수가 171건으로 집계됐다. 2023년 한 해 적발 건수 117건을 이미 넘어섰다.

 

배달 라이더들은 하루에도 몇 번씩 불법 외국인 라이더들과 마주친다고 설명한다. 한 배달 기사는 “식당에서 배달할 음식이 나오길 기다리는데 외국인 라이더가 들어와 마주친 적이 있다. 말을 어눌하게 하길래 ‘어느 나라에서 왔냐’고 물으니 ‘베트남에서 왔다’고 하더라. ‘비자가 있냐’, ‘보험은 있냐’고 물으니 갑자기 못 알아듣는 척 우리말을 못 한다고 했다. 영어로 물어도 무슨 말인지 모른다며 급하게 자리를 떠났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많은 외국인이 명의를 빌려 불법 취업해 배달 일을 하고 있다. 국내 라이더들은 유상운송보험에 가입해 운행하는데, 외국인들은 보험 가입도 하지 않고 위험하게 운행해 사고가 나도 ​피해자들이 보상 받기도 어렵다”며 “불법 취업이 의심되는 외국인을 마주치더라도 오토바이를 타고 금방 떠나버리기 때문에 신고하기도 어렵다. 법적으로 강력하게 제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배달 기사는 “배달 플랫폼까지 적극적으로 외국인 라이더를 활용한다면 배달 플랫폼 하청 업체인 대행사들도 외국인 고용을 늘리지 않겠나. 불법 외국인을 고용하는 대행사들도 많을 텐데, 과연 플랫폼이 이런 대행사까지 적극적으로 관리하고 단속할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배민 측은 “배달 대행사들이 외국인 라이더를 어떻게 관리하는지까지는 관여할 수 없다. 다만 배민커넥트로 활동하는 외국인에 대해서는 비자나 외국인 등록증 등에 관한 확인을 철저히 하며 관리하고 있다. 배달의민족은 국내 배달업계에 건전한 배달문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해나 기자

phn0905@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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